우리는 오로지 사랑을 함으로써 사랑을 배울 있다.
We can only learn to love by loving.
- 아이리스 머독 (Iris Murdoch)
부동산경매
1억5천 연봉받기
문교수경매부자만들기 프로젝트Ⅰ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리얼실전 경매스토리!
초보부터 고수까지 배우는 경매 비법!
지지옥션교육원장, 세종대 경매 교수가
전해주는 생생한 정보!
최고의 재테크, 부동산경매
리얼실전 경매스토리
수익형
부동산편
문동진 지음
지피지기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百勝)이라는 말이 있습니
다. 경매에 대한 매력과 함정, 모두를 알면 알수록 성공
확률이 높습니다. 경매에 임하는 사람은 신중함과 침착함,
신속함과 과감함, 인정과 냉철함을 모두 겸비해야 합니다.
스스로를 조절하면서 하나하나 배워간다면 여러분도 경매
성공하여 부동산 보유자 또는 부동산 부자가 있습
니다. 여담이지만 조물주 다음이 건물주라는 말도 있지 않습
니까? 진실과 정성으로 저술한 책이 부동산 재테크에
심있는 많은 독자들에게 실용적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에필로그 중에서
출간일 | 2017년 3월 30일
정가 | 18,000원
미디어
오늘의
미디어
오늘의
출간일 | 2017년 3월 15일
정가 | 15,000원
위타점의
꽃차
축 3쇄 중판
자유기고가 조재극 칼럼집
조재극 지음
분단 통일
에서
‘나는 왜 쓰는가’에서 글을 쓰는 동기를 첫 번째는 나를 위한
이기심, 번째는 미학적 열정, 번째는 역사적 충동,
번째는 정치적 목적이라고 정의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는 어디에 해당되는가!
한반도 남북전쟁을 몸소 겪은 세대로 이민생활을 하며
고향, 나의 조국을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아름답지만은 않은 세상 돌아가는 것을 바라볼 때 ‘이건
닌데’라든가 ‘이렇게 대처하면 어떨까’ 생각해 본 것들에 대
답답한 심정으로 글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역사적 충동
에 해당된다고나 할까요?
남북분단 현실에서 보는 시각에 따라 표현상의 괴리를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 시대적 상황으로 인식하고 겨레의 소원
과 밝고 아름다운 세상을 이루는 데 다소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하는 작은 소망을 갖습니다.
- 저자의 말 중에서
자유기고가 조재극이 바라보는 한반도의 현실!
세계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의 과거, 현재, 미래!
출간일 | 2016년 11월 10일
정가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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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바탕 독자를
위한 특별할인권!
정가 30,000원
10,000원
평일, 주말 모두 10,000원에 관극
가능한 제휴사 최대 할인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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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해주세요.
1매 4인까지 1인 1만원 관극
평일 4시30분, 7시30분 토.일.공휴일 3시30분, 6시30분
절취선을 따라 오리신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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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멘탈
유충경 지음
흔들리지
않는 골프
스코어를 줄이기 위한 29가지 골프 멘탈 솔루션
연습장 훈련편
출간일 | 2015년 10월 25일
정가 | 15,000원
골프선수 생활 12년   
골프실기지도 7,000명
스포츠심리 지도 2,000명
골프 멘탈 지도 400명
프로선수들이 시합에서 겪는 심리적 실수와 어려움을 보고 듣는 KPGA 중앙경기위원
유충경 박사의 24년 골프 멘탈의 결정판 Part 1 - 연습장 훈련편
연습 상황에서 쉽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골프 멘탈 실습서
당신의 골프가 즐거워지고 쉬워지는 방법!
강한 멘탈 흔들리지 않는 골프 - 연습장 훈련편」
문화재
공부법
무심코 지나치던 우리의 문화재를 다시 들여다 보다
“7년 간의 연구,
다시쓰는 문화재 공부법』
이제 이 한권으로
문화재가 새로이 보인다.”
지음
21세기는 문화(文化)와 지식(知識)이 국가 경쟁력을 주도하는 사회
이다. 그 경쟁력의 차이는 자국의 고유한 문화를 얼마나 잘 이해해서
전략적으로 계승, 발전시켜 나가느냐에 따라 귀착될 것이 확실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 문화에 대해서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가?
우리의 문화재에는 우리 선조들이 자연과 합일해서 삶을 영위하려는
깊은 철학이 그 속에 깔려있다. 이는 오늘날 우리들이 맹신하는 과학
범주를 뛰어넘는 고차원적인 삶의 자세에서 창출한 전통 문화의
결정체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서양식 사고방식과 학문체계로 우리
문화재를 해석한다는 자체가 모순이다. 우리 문화재는 남의 시각(서
양시각)이 아닌 우리 선조들의 눈높이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 본문 중에서
출간일 | 2015년 8월 15일
정가 | 18,000원
2쇄 절찬리 판매중
2017년 4월 통권 153호
민 용
한 수
김 선 원 문 미 경
정 경
곽 혜
조 서
이 상 현 이 숙 희 황 영 자 김 성 순
이 성 규(휘)
곽 혜
권 혁 진 강 병 언
김 명
(주)미디어바탕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51길 23번지 금영빌딩5층
(02)420-6791~2
(02)420-6795
2004년 6월 19일 (서울라 10585)
ISSN 1739-2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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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모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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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지회
남 영
권 혁
이 민
유 희
오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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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바탕
월간
미국시애틀
독일프랑크푸르트
중국동포지회
캐나다토론토
러시아모스크바
지 소 영
권 영 숙
변 창 렬
유 성 룡
고 영 철
호주시드니 최 옥 자
www.munhakvatang.co.kr
CONTENTS
발행인 에세이 봄맞이 여행
특집 기사 1 시각장애인, 점자와 음성으로 시 감상
특집 기사 2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
특집 기사 3 2017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사업 공고
특집 기사 4 조재극 수필가 등단기념식 및 수필집 출판기념회
김선호의 음악칼럼 다국적군의 집시음악 공습 -Barcelona Gipsy Klezmer Orchestra
김태경의 시조쉼터 봄의 문상_김남규
위타점의 꽃차 생강나무 꽃차·꽃사과 꽃차
유충경의 멘탈골프 연습의 목적
포토 에세이 대만으로 가드만 2_김지희
길냥이 통신 순찰냥·애교냥
김홍식의 기행시조 북미관광
이달의 수필가 : 최옥자 계단 외4편
신작 소개 강태민·기필수·김기수·김선호·김영준·김인호·김인후·김진년·김홍래·박가월
박노혁·박원의·박준길·백덕순·오용구·유희수·이남천·이영식·이용대·전성재·최해춘
최호남·홍금만·김종철·박찬란·이계옥·정하웅·홍성훈
한수종의 독서평설 조선의 아버지들_백승종
문학 연구 한국 현대시 양식론 11 -단편 서사시
신인문학상 : 수필 행복한 집시(Gypsy) 행렬_구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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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April
M U N H A K V A T A N G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고 연일 꽃소식이 남으로부
터 올라오기 시작하면 봄햇살은 본격적으로 사람 마음을
설레게 한다. 어디든 나가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한다. 몸도
마음도 가벼이 전주로 출발한다.
토요일 저녁이 되자 전주 완산구 효자동 일대는 어둠
대신 빛이 내리기 시작했다. 색색의 조명과 자극적인
악, 거리를 가득 메운 젊은이들로 축제 분위기가 연출되
있었다. 전주라면 양반의 도시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그런 역동적인 도시 모습이 조금 생경스럽게 다가왔다.
전주에 가면 한정식을 먹어야 같고, 한지 공예가
멋스러울 것 같은데, 우리는 효자동에 위치한 한우집에서
준비해간 고급와인을 곁들인 저녁식사를 하고 소화도
한시간 반가량을 걸어서 남부시장 야시장 구경을
갔다.
‘아직도 이런 데가 있나?’ 할 만한 근대역사의 한 페이지
같은 오래된 골목을 걸어서 도착한 남부시장은 발을 떼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과 청춘남녀의 열기가 대단한 곳
이다. 바퀴 구경을 하고 막걸리 마실 집을 찾았다.
리가 남부시장을 찾은 목적이 바로 막걸리였다. 막걸리
시키면 다양한 안주가 같이 세팅되어 나오는 집이다.
발행인 에세이
봄맞이 여행
-전주에서 하룻밤 전북 진안 마이산에서 한나절
12
2017 April 13
곽혜란 | 본지 발행인, 시인, 수필가, 문학평론가, (사)한국문인협회
편집위원, 국제클럽 회원, 저서 | 시집 이런 느낌 처음입니다』,
단한사람』, 오래 입어 목이 늘어난 옷 같은』
전북 마이산은 말의 귀를 닮은 산이라 하여 마이산이
다. 계절마다 다른 형상으로 보인다 하여 사계절을 구분
하여 쌍돛봉, 용각봉, 마이봉, 문필봉으로도 불린다.
마이산 입구에는 수많은 돌탑으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
는 탑사가 있다. 여기에는 약 80기의 돌탑이 다양한 모양
으로 자리하고 있는데 이갑용이라는 처사가 혼자서 세웠
다고 한다. 개, 한 크고 작은 돌을 쌓아올린 탑들이
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아무리 거센 강풍에도 견디며
재하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여행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은 타이밍인 같다.
만발한 4월 초중순 경에 마이산을 간다면 최고 멋진
장면을 있을 것이다. 마령면에서 마이산으로 가는
진입로는 2km가량의 벚꽃터널이 장관을 이루고 여행자
가슴을 더욱 심쿵하게 할 텐데.
M U N H A K V A T A N G
특집 기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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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점자와 음성으로 감상
- ‘시(詩) 컬렉션(4,470편)’ 서비스 개시
국립중앙도서관(관장 박주환)은 점자와 음성으로 된 시(詩)를 한자리에서 검색하고 이용할 수 있는 ‘시 컬
렉션 서비스(nld.nl.go.kr)’를 3월부터 시작했다.
‘시 컬렉션 서비스’는 그동안 종이책으로 출판되어 시각장애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시를 시각장애
인들이 이용하는 점자와 음성으로 변환하여 한곳에 모아 통합 서비스하는 것이다. 이번 서비스에는 김소
월의 ‘진달래꽃’ 등 47책, 4,470편이 먼저 구축되어 서비스되며 지속해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기능적으로는 ‘시집 제목’을 비롯해 개별 ‘시 제목’으로도 검색 및 내려받기가 가능해 장애인들이 손쉽게
이용할 있다. 또한, 국가대체자료공유시스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도 시집을 이용할 수 있다.
국립장애인도서관 관계자는 “시 컬렉션을 시작으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악보 등 다양한 컬렉션 구축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할 것이다.”고 밝혔다.
M U N H A K V A T A N G
2017 April 15
특집 기사 2
15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이하 문예협)는 저작권자의 권익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하여 1984년 5월 19
설립한 단체이다. 과거에는 저작자의 동의 없이 개인이나 출판사, 잡지사, 방송사, 인터넷, 모바일
여러 매체에서 저작자의 권익을 무시하는 행위가 비일비재했다. 그러한 폐단을 바로잡고 문예학술 저작
권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문예협이 대한민국 모든 문예학술 저작권자의 회원가입을 권유하고 있다.
회원 가입은 02)539-3993으로 문의하여 ‘회원가입 담당자’를 찾으면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또한 문예학
저작권 확보를 위한 상담도 가능하다.(홈페이지:www.ekosa.org)
2017 April 15
M U N H A K V A T A N G
2017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공고
특집 기사 3
16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우수출판콘텐츠
작 지원> 사업을 아래와 같이 공고하오니 많은 지
바랍니다.
지원내역
지원자격 : 개인 또는 출판사(대한민국 국적의
저자 및 기획자, 대한민국에 사업자등록이 되어있
출판사) ※기획자나 출판사가 신청하는 경우
응모작의 저자, 기획자는 반드시 대한민국
적자여야 함.
지원부문 : 원고, 기획안
지원분야 : 인문교양, 사회과학, 과학, 문학, 아동
지원대상 : 지원금 지급 시기(17년 7월 이후)부
17.11.30 기간 도서로 발간 가능한 원고
기획안
- 원고 : 각장(章)의 구성이 갖춰지고, 본문 내용이
90% 이상 저술되어 있어야 함.
- 그림책 응모의 경우(원고) : 채색 포함, 90% 이상
완성된 것으로 해당 색도의 더미북 형태로 제출해
함.
- 기획안 : 2개 장(章) 혹은 본문 내용의 20% 이상
분량의 샘플원고를 함께 제출해야 함.
- 그림책 응모의 경우(기획안) : 원고와 함께 샘플
삽화를 최소 3컷 이상 해당 색도로 제출해야 함.
심사 기준
우수성, 완성도, 집필의도(출간의의), 독창성
- 전체 선정편수의 30% 이내는 1인출판사
역출판사 응모작 가운데 선정 ※1인출판사 : 2017
3월 14일 기준 대표를 제외한 고용보험 가입
직원이 2인 이내인 출판사로, 모회사 성격 출판사
임프린트 또는 자회사, 계열사는 제외 ※지역
출판사 :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을 제외한 지역
소재 출판사
신청 및 접수
신청기간 : 2017. 3. 29(수) 09:00부터~2017.
4. 11(화) 17:00까지 ※신청 마감시간에 시스템이
자동으로 종료되므로, 마감시한에 임박하여 서두
르지 마시고 미리 접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신청
- 1인(출판사 1곳) 3편 이내 신청 가능 ※원고와
기획안 부문에 관계없이 총 3편 이내 신청 가능합
니다. ※개인 신청자의 경우 신청자 1인당 3편
내, 출판사 신청의 경우 사업자등록번호 1개당 3
편 이내 ※동일한 원고 기획안은 2회까지만
가능합니다.
신청방법 : (1) 온라인 신청→(2) 오프라인 서류
제출→(3) 접수 상태 확인
M U N H A K V A T A N G
2017 April 17
2017 April 17
제출서류 : 응모작별 해당 제출서류 각 1부 제출
온라인신청서 출력본 1부
·진흥원 홈페이지 www.kpipa.or.kr에서 온라인
으로 작성, 출력 후 인장 또는 기명날인
·신청기간 시작일부터 해당 온라인신청 페이지
접속 가능하므로 공고문에 첨부된 “온라인신
청서 양식”을 참조하여 온라인신청서 작성 내용을
사전에 준비하십시오.
응모작 : 원고 또는 기획안 1부
·원고 샘플원고는 규격(종이크기 등) 제한
으나 집게, 링제본, 풀제본 등 반드시 묶어서 제출
해야 함.
·원고 : 각장(章)의 구성이 갖춰지고, 본문 내용이
90% 이상 저술되어 있어야 함.
·그림책 원고의 경우 : 채색 포함, 90% 이상 완성
것으로 해당 색도의 더미북 형태로 제출
·기획안 : 2개 장(章) 혹은 본문 내용의 20% 이상
분량의 샘플원고를 함께 제출해야 함.
·그림책 기획안의 경우 : 원고와 함께 샘플삽화를
최소 3컷 이상 해당 색도로 제출해야 함.
응모자 참여 확인서 1부
·진흥원 홈페이지 www.kpipa.or.kr에서 다운로
받아 작성 후 인장 또는 기명날인
사업자등록증 사본 1부
출판사신고필증 사본 1부
고용보험 가입자 목록 1부(고용보험 홈페이지
에서 기업회원 로그인 후 발급)
·직원이 없는 경우 출판사 대표의 건강보험자격
득실확인서 제출
서류 제출방법 : 등기우편 (혹은 택배) 또는
제출
접수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콘텐츠진흥
팀 서울사무소-겉봉투에 반드시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명과 <온라인접수번호 > 적시
·온라인접수번호는 온라인신청 [제출하기]
후 <신청서 제출 및 확인>에서 확인가능 함 -등
기우편 (혹은 택배) 제출 시, 마감일자 도착분까지
유효
심사결과 발표
2017년 6월말 (예정)
저작상금 지급, 진흥원 -출판사 협약 체결, 출판
지원금 지급 : 7월중
출판사 선정작 발간도서 제출 : 11월 30일까지
■ 선정작 발간도서 홍보(온라인서점 기획전 등) :
12월
지원제외
- 지원금 지급 (2017년 7월) 이전에 도서로 발간되
경우
- 외국어로만 발간 예정인 응모작 또는 외국 도서
번역
- 비매품이거나 해외에서만 발간 혹은 판매되는
경우
- 학습교재류, 학습참고서, 정기간행물, 학회지, 학
위논문
- 편람, 사전, 요리책 등 기타 사업목적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
- 단행본 도서(종이책, 전자책)로 발행되었거나,
발행된 도서의 수정·수정증보·개정인 경우
- 타 공모전에 선정되어 지원금을 받은 경우
- 저작권 지적재산권과 관련하여 분쟁의 소지
있는 경우
문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콘텐츠진흥팀
- 홈페이지 : www.kpipa.or.kr
- 이메일 : contentsbook@naver.com
전화문의
- [전주 본원] 063-219-2743
- [서울사무소] 02-3153-2805
M U N H A K V A T A N G
조재극 수필가 등단기념식
수필집 출판기념회
특집 기사 4
18
M U N H A K V A T A N G
ⓒ 글 | 서범석(오팔레터즈 발행인)
2017 April 19
조재극 수필가 등단기념식
수필집 출판기념회
2017 April 19
2017년 2월 18일, 호주시드니 지회의 조재극 수필가의 등단을 축하하는 기념식이 거행되었다.
이날은 호주 시드니를 중심으로 한 200여 명의 내빈이 참석한 가운데 조재극 수필작가의 등단기념식과
최옥자·조재극 부부 수필가의 출판기념회가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최옥자 수필가의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조재극 수필가의 분단에서 통일로』 출간을 기념하고 축하하기 위해 호주 강수환 총영사관
교육원장, 승원홍 전 한인회 회장이 자리를 빛내주었으며 호주 한인회 백승국 회장의 축사가 의미를
해주었다.
조재극 작가의 분단에서 통일로』(문학바탕)는 오랫동
안 여러 매체에 기고한 칼럼을 엮은 책으로서 작가의
건강하고 올곧은 인생관, 세계관, 국가관이 잘 나타나 있
다. 특히 황해도가 고향인 조 작가의 남북분단 현실에 대
생각, 고향에 대한 의식이 반영되어 있다.
조 작가는 이 책에 “겨레의 소원과 밝고 아름다운 세상을
이루는 데에 다소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담고 있다.
분단에서 통일로
조재극 | 12,000원 | 문학바탕
M U N H A K V A T A N G
다국적군의 집시음악 공습
- Barcelona Gipsy Klezmer Orchestra
김선호의 음악칼럼
예전 어른들은 이런 말을 자주 하곤 했다. ‘잘될
놈은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속담이니까
맞기야 맞겠지만 그럼 안될 놈은 떡잎부터
개떡 같은가? 솔직히 어려서 떡잎이 그럴싸하지
않은 아이는 어디 있을까. 다만 성장하면서
대로 자신의 영역을 찾았거나 그럴 만한 환경
안되어서 대성하지 못하는 아닌가 싶다.
무튼 필자는 어려서부터 떡잎이 개떡 같아서
런지는 모르겠으나, 꼭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그런
주장은 꼭 맞는 것은 아니라고 강변하고 싶다.
각설하고, 떡잎이 없었지만 점차 커가
면서 대성하는 그런 밴드가 있어서 전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다. 이름도 좀 구질구질하게 길고
그렇다. 하지만 이들의 음악이 좋다.
바르셀로나 집시 클레즈머 오케스트라(BGKO).
이들은 2012년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 결성된
밴드이다. 재즈, 남미 음악, 스페인 음악, 그리고
동지방 음악의 영향을 받은 멜로디를 추구하고
다. 말하자면 얘네들도 ‘어쩌다 크로스오버’ 아니면
‘하다 보니까 크로스오버’이거나 연주자들을 모으
보니 ‘헤쳐 모여 크로스오버’가 된 셈이다. 그렇
거나 말거나 음악만 잘하면 된다.
멤버로는 로빈드로 니콜릭(Robindro Nikolić
클라리넷,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 마띠아 쉬로
20
다양한
음악
2017 April 21
싸(Mattia Schirosa 아코디언, 이태리), 이반 코바
체비크(Ivan Kovačević 콘트라베이스, 세르비아),
줄리앙 샤날(Julien Chanal 기타, 프랑스), 스텔리
오 토기아스(Stelios Togias 퍼쿠션, 그리스), 산드
산지아오(Sandra Sangiao 보컬, 스페인) 11
명으로 구성된 다국적군이다. 이렇게 국적이
섞이다 보니 크로스오버를 수밖에 없는 상황
이기도 하다.
이들은 밴드를 구성한 이듬해 첫 앨범을 자신들
직접 만들었는데, 아마도 앨범의 퀄리티는
대략 컴퓨터로 복사해낸 수준이 아닌가 싶다.
후 2014년 독특하게도 LP판으로 이것을 찍어냈다.
‘Hasta Siempre, Comandante’, ‘Cigani Ljubiat Pesn
ji’, ‘La dama d’Aragó’ 세 곡이 추가된 이 앨범의 재
명은 <Satélite K>. 스페인어로 ‘위성 K’인데 K
의미하는지 모르겠다. 느낌에 그냥 갖다
붙인 같다. 나라고. 그리고 곡들을 가지
이태리, 그리스, 말타, 세르비아, 슬로베니아,
독일, 프랑스, 스페인 투어를 가졌다.
2015년 5월 BGKO는 그들에게 있어서 기념비적
인 콘서트 투어를 갖게 된다. 콘서트의 화두는 ‘Ba
lkan Reunion’이다. 의역을 하자면 ‘발칸반도의
통합’이라는 거창한 의미인데, 그들 나름대로 생각
하는 발칸반도의 이른바 내로라하는 뮤지션과
께하기 때문에 이렇게 거창 뻑적지근한 말을 가져
듯하다. 그런데 사실 이들과 함께했던 뮤지
션은 풍신나지도 않게 서너 명에 불과하다. 하지
서너 명의 이름값은 업계에서는 제법
나가는 뮤지션들인 모양이다.
서너 명 가운데 세 명을 소개해 본다. 마케도
니아 출신의 색소포니스트 페루스 무스타포브(Fe
rus Mustafov : 근동지방 집시음악 전문가로서
김선호 | 시인, 1958년 충남 강경에서 출생, 외국어대학·성균관
대학원 졸업, 언론사·공공기관에 근무, 코레일 네트웍스 대표이
사, 현) 라끌로에 프렌즈(주) 대표이사
Satélite K
M U N H A K V A T A N G
칸반도 색소폰 연주자의 왕이라고 칭송되기도
다), 슬로베니아 출신 블라도 크레슬린(Vlado Kres
lin : 루마니아 문화 전문가이자 집시음악 작사가),
그리고 터키 출신의 니한 데베시오글루(Nihan De
vecioglu)이다. 보컬을 맡은 니한은 본래 잘츠부르
모차르트 대학교에서 소프라노를 전공했던
수이다.
이들이 함께 연주 녹음한 음반은 2015년 10월
발매되었는데, 바로 BGKO를 유명하게 만든 대표
적인 음반이기도 하다. 하긴 별다른 음반이
것도 아니기는 하다. 아울러 음반의 레퍼토
리를 가지고 그라나다, 말라가, 까탈라나, 아이스
랜드, 네덜란드,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위스, 세르
비아, 독일, 터키 이스탄불의 투어를 하게 된다. 투
어는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수록된 곡들 중에 대표곡은 ‘젤렘 젤렘(Djelem
Djelem)’이라고 있다. 젤렘 젤렘의 의미는
전통적이면서도 국제적으로 알려진 ‘집시 찬가’라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콘트라베이스가
무겁게 깔리는 콘티누오 위에 가슴 후벼 파는
보컬 산드라(Sandra)의 호소력에 그저
뿐이다. 유튜브에서 이것은 검색해서 들어볼
만하다. 하지만 오디오로 듣는 것과 유튜브로
것은 느낌에 있어서 하늘과 땅 차이라고나
할까.
음반에 수록된 곡은 ‘젤렘 젤렘’을 포함해서
두 11곡이다. 녹음 상태는 가히 압권이다. 물론 스
튜디오 녹음이기 때문에 좋을 수밖에 없지만
때문만으로 넘기기에는 해상력과 스테이지감이
너무나 뛰어나다. 악기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인
다. 그리고 서로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또한 독주
악기의 음색은 처음 만난 애인처럼 가슴을 설레게
하기 충분하다.
곡인 ‘Gankino Horo’는 불가리아 포크댄스
음악으로 튜플(Tuple)이라는 묘한 수학적 개념을
가지고 있다. 튜플(tuple)은 유한개의 사물의 순서
있는 열거로, n개의 요소를 가진 튜플을 n-튜플(n-t
uple) 또는 n중쌍, n짝이라고 한다. 솔직히 필자도
아는 쓰고는 있지만 의미는 정확히 모른
다. 그런데 음악에 이런 복잡한 수학적 개념을
끌어왔을까? 그것은 ‘강카의 춤’에 해당하는 박자
스텝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Djelem
Djelem
2017 April 23
11곡 중에 하나 소개한다면 번째 수록곡
인 ‘dut ağac i’를 꼽고 싶다. ‘dut ağac i’는 투르크
언어이며 터키어이기도 하다. 영어로는 mulb
erry tree인데 해석하면 뽕나무이다. 여자들은
뽕나무 로고가 구리판에 압인된 가방을 좋아한
다. 가방을 사줄 형편이 안되는 우리네는 애인이
마누라한테 노래라도 들려주면 어떨까
다. 아무튼 곡은 터키에서는 알려진 곡으로
여러 뮤지션이 노래했다. 곡의 느낌은 유목민족
의 애환이 담긴 다소 애절한 음률을 지니고 있다.
노래 내용은 어쩌면 뽕나무 밑의 사랑 이야기
도의 통속적인 것이 아닐까 싶다. 투르크족 전통
악기 바흘라마를 대신한 기타 반주가 가히 일품
이다.
다양하고 때로 낯설고 재미있는 음악을
려주고 있는 이들. 장황한 평가는 거두고,
들의 노래를 마음 비우고 그냥 들어보면 어떨까
싶다. 지구촌 음악과 놀다
김선호 | 24,000원 | 여행마인드
M U N H A K V A T A N G
봄의 문상
김남규
1.
이른 새벽 상가(喪家)에서
독촉을 받는다
모르는 번호에서
등뒤를 돌아본다
반드시 누군가에겐
빚졌을
같은 기분
2.
살아있어 미안하다
거짓을 서두르고
메시지에 맞절하며
골똘히 울었다
죽음은
묵(墨)하고 묵()한데
소리 내어
우는
김태경의 시조쉼터
24
M U N H A K V A T A N G
2017 April 25
김남규 | 충남 천안 출생, 고려대 국문과 박사 수료, 200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2014년 가람시조문
학상 신인상 수상, 시집 일요일은 일주일을』
삶은 빚이다. “묵(墨)하고 묵()한” 이들에 대한 빚이다. 우린 알고 있다. 세상에 완전한 우리만의
소유는 없다는 것을. 모든 것을 잠시 빌렸고, 빌렸던 모든 것을 다시 돌려주고 떠난다. 그래서 4월은
“골똘히 울”게 된다. 분명히 빚졌을 것 같은 우리의 삶. “살아있어 미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다. 가라앉은
여린 숨소리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봄마저 소리 내어 운다.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 주인공 손미는 말한다. 우리 삶은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고. 자궁에서
무덤까지 타인들과 묶여있고 과거를 지나 현재를 살며 우리가 저지른 악행과 우리가 베푸는 선행이 우리
의 미래를 탄생시킨다. 인간 사회는 현재를 넘어서 전(前)시대와 미래까지 이어져 있는 끝없고 첨예한 하
나의 연결망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하나의 별이 아닌, 주변의 다양한 모양과 색을 지닌 별들과 공존하는
시대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많은 말을 하면 안 될 것 같다. 죽음은 이토록 ‘묵()’하기에…
김태경 | 시조시인·문학평론가
2017 April 25
M U N H A K V A T A N G
위타점의 꽃차
[ 만드는 법 ]
1. 생강나무 꽃은 가지에서 가위로 꽃만 따서 준비한다.
2. 팬에 온도를 보통으로 올리고 꺼지고 나면 팬의 전원을 끄고 얇은
호지나 광목을 깔고 꽃을 올려 꽃이 따뜻해지면 창호지로 뒤적여 꽃을
뒤집어 준다.
3. 다른 봄꽃에 비해 열에 강하지만 창호지를 자주 흔들어 타지 않게
의한다.
4. 꽃이 연둣빛으로 변하며 잘 덖어지면 10회 덖고 식힘을 반복한다.
5. 고온 덖음 1회한 후 생강나무 꽃은 속에 수분이 많으므로 만지면 부서
지는 느낌이 나는지 확인 후 1시간 잠재우기한다.
[ 효능 ]
맛은 맵고 성질은 따뜻하다. 각종 산후통에 좋다. 뼈와 힘줄을 튼튼하게
한다. 만성간염 지방간에 좋다.
[ 즐기는법 ]
1. 2인 기준으로 생강나무 꽃차를 5~7송이 다관에 넣어 100℃ 물을 부어
잠을 깨우고 2~3분 우린다.
2. 우려지는 동안 생강나무 꽃차의 향긋한 봄을 느끼고 숙우에 따른 후 미
데워놓은 찻잔에 나누어 마신다.
생강나무 꽃차
위타점 | 인천꽃차연구원 원장,
한국꽃차협회 부회장
저서 | 위타점의 꽃차』
위타점의 꽃차
위타점 | 15,000원 | 필미디어
26
위타점의
꽃차
축 3쇄 중판
2017 April 27
[ 만드는 법 ]
1) 쪄서 덖는 법 (색을 살려주는 방법)
1. 꽃사과 꽃은 줄기가 있게 손질한다.
2. 낮은 온도의 팬에서 열건으로 90프로 이상 건조한 후 쪄준다.
3. 찔 때는 면보를 깔고 20초씩 여러번 쪄주고 중간 온도에서 창호지를 깔고 4회 덖어준다.
4. 높은 온도에서 1회 덖어 가향작업을 하고 잠재우기는 3시간 한다.
2) 덖음으로 만들기
1. 줄기가 남아있게 꽃을 손질하여 준비한다.
2. 팬의 불을 낮게 올리고 불이 꺼지고 나면 팬의 전원을 끄고 창호지를 깔고 편편하게 꽃이 겹치지 않게 올려준다.
3. 꽃이 따뜻해지면 나무집게로 저어 골고루 뒤집어 주며 덖어주고 팬이 식으면 내려준다.
4. 반복하여 덖음과 식힘을 9회 한다.
5. 창호지를 빼고 고온으로 덖어 가향작업을 후 잠재우기는 30분 하고 마무리한다.
[ 효능 ]
동맥경화 예방, 고혈압 및 뇌졸증 예방, 변비 예방, 비만 예방, 항암효과
[ 즐기는법 ]
1. 다관에 꽃사과 꽃차를 8~10송이 넣고 100℃의 찻물을 부어 깨우기 다시 물을 부어 2~3분 우린다.
2. 우려진 꽃차를 숙우에 따르고 미리 데워놓은 찻잔에 마신다.
꽃사과 꽃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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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충경의 멘탈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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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의
목적
‘골프는 뭐니 뭐니 해도 남자는 호쾌한 드라이버,
여자는 예쁜 자세(폼)라는 본능을 벗어버리자.’
- 진화론적 관점
교습을 받는 과정을 보면 학습자는 스윙에 문제가 생기거나 스윙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을 때 교습가
를 찾고 자문을 구한다. 그러면 교습가는 교습을 시작하기 앞서 정확한 동기와 목적을 알아보기 위해 이
질문을 한다.
“무엇이 안 돼서 찾아오셨어요?”
“무슨 레슨을 받고 싶으세요?”
이런 질문에 답변은 특이하게도 성별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남성의 경우 보편적으로 가장 많이
나오는 대답은 비거리에 관한 것이다. ‘드라이버가 멀리 안 간다.’, ‘요즘 거리가 줄었다.’ 등과 같이 거리에
관한 문제점을 호소하고, 여성의 경우는 스윙 자세와 비거리에 관한 것이다. ‘스윙을 이쁘게 하면서 거리
를 좀 더 늘리고 싶어요.’, ‘자세가 이상해졌어요.’ 등으로 예쁜 자세(폼)와 비거리 향상을 원한다. 필자가
보기에는 남성도 여성도 이미 충분히 멀리 나가고, 충분히 예쁜데 ‘더 멀리’, ‘더 멋있게’를 외치며 과욕(過
慾)을 부리는 것 같다.
M U N H A K V A T A N G
2017 April 29
유충경 | 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박사(스포츠심리 전공), 한국프로골프협회 프로 중앙경기위원(KPGA
PRO, Referee), 심리상담사 1급, 스포츠심리상담사 1급 수료, 골프멘탈 트레이너, 팀테일러메이드 소속
로, 전문 스포츠 지도사 2급(골프), 한국골프학회 이사, 한국골프대학 연맹 대의원 및 경기위원
2017 April 29
거리와 아름다움보다 시급하게 교정해야 할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항상 내 마음 속에 어딘
가 모르게 부족하다고 느낀다. 물론 볼을 멀리 보내고 스윙을 예쁘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만 그것을
얻기 위한 많은 노력에 비해 경기력(결과)에서 얻는 것은 크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 에너지를 다른
교정 부분에 쓰는 것이 더 바람직해 보여도 당사자들은 다른 교정할 부분은 보이지도 않고 보이더라도 중
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많은 골퍼들이 자신은 지금보다 거리만 더 멀리 나가면 모든 문제
해결 될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투자한 것에 비해 가치가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비거리와 아름다움에 집착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모든 인간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본능이다. 본능은 인간이 수만 년 동안 살아남을
수 있게 해준 특유의 행동 양식으로 동물들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특성으로 오랜 기간 학습을 한다고
변하지 않는다.
이런 본능에는 자신의 후손을 이어가기 위해 이성에게 매력을 발산하여 호감을 갖게 만드는 것도 있다.
자신의 매력을 발산하는 것으로 대표적으로 남성은 맹수의 공격을 이겨내고 먹잇감을 잡을 수 있는 능력
이고 여성은 아이를 잘 낳고 키우기 위해 아름다운 얼굴과 몸매를 들 수 있다. 그러기 위해 본능적으로
력을 추구하게 된다.
이런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남성은 큰 키를 선호하며 근육질 몸매를 만들고 여성은 아름다움을 얻기
화장을 하고 하이힐을 신으며, 다이어트로 볼륨 있는 몸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첨단 과학과 찬란한 문화를 꽃피우는 현대에도 인간의 본능을 넘어설 수는 없다. 그 힘이 인간이라는
종을 살아남게 해준 원천으로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었다.
큰 키와 근육질 몸이 하드웨어적인 매력이라면 소프트웨어적인 매력도 있다. 회사에서 상사에게 업무
능력에 대한 인정을 받거나, 회사에 이익을 창출시키게 되면 기쁘고 뿌듯하기 그지없다. 이렇듯 이성
이든 사회구성원이든 누군가에게 능력을 인정받는다는 것은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가 되는 반면, 능력이
없다거나 무능하다는 질책은 존재 가치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행위이다. 그렇듯 남성에게는 유능과 무능
은 삶의 이유가 되고 이것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목
숨을 거는 것이다.
강한 멘탈 흔들리지 않는 골프 | 유충경 | 15,000원 | 필미디어
M U N H A K V A T A N G
M U N H A K V A T A N G
골프에서도 이런 능력을 인정받고 싶은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이다. 골프에서 능력이라는 것이 이
전 수렵생활처럼 멀리 있는 먹잇감에게 창을 던져 양식을 구하는 능력과 같이 볼을 보다 멀리 보내는
이 될 것이다. 그래서 골퍼, 특히 남성들은 드라이버의 비거리가 자신의 능력이고 존재의 이유가 되는 것
이다.
여성의 아름다움 추구는 골프에 있어 아름다운 스윙으로 표현될 것이다. 골프는 스윙으로 표현하고, 스
윙으로 말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가 호쾌한 드라이버와 멋있는 스윙을 추구하는 것은 타인, 즉 이성에게 매력을 발산하거나
그런 능력을 소유했다는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현상이다. 하지만 드라이버의 비거리와 스윙의 폼이 골프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일 수는 없다.
최종필 외(2014) 연구단1)은 그린안착률과 평균퍼팅이 스코어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것과 같이 실제
스코어에 더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은 스윙 정확도와 퍼팅이다. 드라이버를 남들보다 더 멀리 날려 보내는
것보다, 볼을 원하는 위치에 보내고 적은 퍼팅으로 홀인할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능력과 매력을 발산하는 것은 본능이기에 우리가 드라이버 비거리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태초에 그렇게 만들어졌다는 것을 인정하자. 그러면서 경기력에는 더 중요한 요인이 있음을 알고 본능을
충족하며 경기력에 직결되는 연습을 기획하자.
연습 Tip
1. 연습을 때 자신이 어디에 치중하는지 체크한다.
2. 남성(호쾌한 드라이버), 여성(아름다운 스윙)에 치중하는 이유를 상기하자.
3. 모든 클럽(우드, 아이언, 웨지, 퍼터)에 동등한 애정을 쏟는다.
4. 특히 어프로치와 퍼터는 능력과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스코어에 직결된다.
5. 어프로치, 퍼터는 매력 발산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습 계획을 세워 실천하자.
2017 April 31
■대상 | 등단 문인 (출신지 관계없음)
■작품 | 미발표작으로 2편
수필, 소설, 동화, 평론 1편
■기타 | 약력 연락처 첨부
문학바탕
안내공고
신작
발표
이메일 | munva1@hanmail.net (문바 숫자1)
문의전화 | 02) 420-6791~2
담당 | 김명희 (편집부)
M U N H A K V A T A N G
포토 에세이
ⓒ 글·사진 | 김지희(여행작가, 객원기자)
대만으로
가드만 2
32
M U N H A K V A T A N G
2017 April 33
간밤에 편의점에서 컵라면이랑 음료 하나씩 야식으로 해치운 상태로 자서 퉁퉁 부은
눈, 그리고 엄마의 꾸중과 함께 대만의 첫 아침을 맞이했다. 시계를 보니 아침이 아니라
점심이었지만. 그날은 아쉽게도 날이 좋진 않았다. 비가 오려는지 흐린 하늘이었고, 그
대신 어제보단 시원한 기온이었다. 그렇다고 시원한 날씨라는 건 아니고 어제의 폭염보
단 나은 정도였다. 흐린 날의 대만은 맑은 날에 비해 조용했다. 날씨에 영향을 많이
건지 길거리엔 사람들이 많이 없었다. 꼭 이 도시에서 모두들 빠져나간 것처럼 꼭
기말의 버려진 도시 같은 느낌이라 기분이 묘했다. 하여튼 캐리어도 없으니 가벼운
발걸음으로 대만에서의 둘째 날, 우리의 첫 일정은 밥이었다.
타이페이에서 유명한 ‘타이페이101몰’은 한자 팔(八)을 엎어놓은 것을 8개 쌓은 모양
101층짜리 무역센터이다. 8을 좋아하는 중화권 국가들의 특징이 반영되었다고
생각한다. 무역센터이지만 다양한 쇼핑몰과 전망대, 식당 등으로 관광객에게도 인기
좋다.
tip > 타이페이101몰의 88층과 89층은 전망대이다. 또 35층에 스타벅스가 있는데 단
순히 커피 마시러 가기엔 입장이 꽤 힘들다. 인기가 많아 예약제 입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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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이제 그 수많은 식당들 중에 선택을 해야 했다. 하지만 아무리 관광명소라 해도
쏟아지는 한자 간판 물결에 한참 배회하다가 인터넷의 힘을 빌려보았다. “타이페이101
몰 맛집”을 검색하니 케이블방송에서 꽃보다 아름다운 할아버지들이 여행하는 그 방송
나온 식당이 있다는 글에 맛집인지 아닌지보단 그냥 한국인이 갔다는 애정으로
‘철판요릿집’에 가보았다.
이름은 모르겠지만 둥그런 테이블과 함께 붙은 철판에서 요리사가 볶은 음식을 바로
그릇으로 받을 수 있는 요릿집이었다. 숙주와 소고기, 돼지고기, 버섯 등을 차례로 볶아
그릇에 바로 놓아주는데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그저 맛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야채랑
고기를 대만식 소스에 볶아주는데 맛없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식사를 해결하고 기차역으로 가 ‘허우통’으로 향했다. 허우통을 표현하는 가장
좋은 말은 ‘고양이 마을’이다. 기차역에 내리면 고양이 팻말로 시작해서 마을을 자유롭
게 돌아다니는 수백 마리의 고양이들, 고양이 관련 기념품들이 잔뜩 있는 곳이다. 또
시와는 떨어져 있는 작은 마을이라 고요함과 아기자기함, 푸른 자연을 느낄 수 있다.
2017 April 35
tip> 허우통에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가장 인기가 많은 방법은 ‘핑시선’
이라는 기차를 이용하는 것이다. 핑시선은 관광객들이 가기 좋은 코스를 연결해 놓은 노
선으로 한 번 티켓을 사면 그날 하루는 무제한으로 이용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격
제일 아니니 시간이 없거나 다른 일정이 있다면 굳이 이용할 필요는 없겠다.
고양이 마을엔 정말 연출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듯, 채 마르지 않은 시멘트에 찍힌 고
양이 발자국이 있고, 고양이 사료와 물이 계단, 처마마다 놓여있다. 마지막으로 마치
고양이처럼 식빵자세1)하고 앉아있는 큰 개를 보면서 오래전부터 유지된 고양이 마
을이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우리 두 자매는 행복에 겨웠지만, 얼마
가지 못했다. 낮에 흐린 날씨는 이때까지 여전하다가 결국 비를 쏟아냈다. 소나기일
같았지만 옷이 젖으면 방법이 없는 여행자들이니까 빨리 역으로 돌아가 아쉬운 마음으
허우통 마을을 떠났다. 그리고 다시 타이페이메인시티역에 도착했을 정말 야속
하게도 비가 그치고 해가 쨍하니 떴다. 고양이마을에서 그다지 감흥이 없던 엄마는 오
히려 낫다는 표정이었다.
1) 네 발을 몸 밑으로 숨긴 채 웅크려 앉은 고양이 자세. 마치 식빵 같다하여 ‘식빵자세’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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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보다 빨리 돌아와 시간이 남아서 아까 재미없었을 엄마를 위해 쇼핑을 하러
시 몰을 찾았다. 그 길을 걸으며 느낀 게 있는데, 대만 사람들은 정말 고양이를 좋아한
다는 것이다. 이제 생각해보니 식당이나 백화점, 축제 홍보 포스터 등에도 고양이가 많
붙어있었고 타이페이의 도시 자전거 마스코트도 고양이였다. 아마 일본과 비슷하게
고양이가 복을 부르고 화를 막아주는 동물 정도로 생각되는 것 같다.
또 시간 지나가는지 모르고, 사진도 남기지 않은 채로 쇼핑을 해치운 세 사람은 대만
에서의 마지막 저녁식사를 하러 백화점에서 제일 좋아 보이는 식당에 들어갔다. 근데
아차 싶었다. 그냥 좋아 보이는 아무 곳으로 들어가다 보니, 굳이 대만에 와서 일식코스
식당에 들어가 버렸다. 메뉴판을 보고 점을 깨달은 우린 머쓱히 웃으며 ‘맛있으면 된
다!’라고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다행히도 퓨전 일식
식당이라 한국에서 있는 메뉴가 아니어서 우리끼리 ‘대만식 일식’이라 생각하며
마지막 식사도 훌륭하다고 자축했다.
2017 April 37
식사를 마치니 시간이 아직 저녁 8-9시 즈음밖에 안됐지만, 내일 출국시간에 맞추려
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했다. 그렇게 백화점을 나오면서 우린 서로 잠시간의 눈빛
교환 끝에 ‘잠깐만이야!’ ‘금방 오면 되지’라고 연신 다짐하며 어제 갔던 스린 야시장을
찾아가 고민하다 사지 않았던 옷과 코스메틱, 기념품들을 사고 11시나 돼서야 숙소
도착했다. 지칠 만큼 지쳐있던 상태라 씻고, 짐정리를 하고 침대에 누워 잠깐 눈을
았다 떠보니 아침이었다. 심지어 바지런히 준비해야 비행기를 놓치지 않을 시간이었다.
그런 탓에 떠나는 길엔 정체를 알 수 없는 도로 표지판 사진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사진
찍고 급하게 공항까지 달려오며 무계획 대만여행을 마무리 지었다.
일본 나고야 이후로 다시 간 여행은 여전히 별 계획 없이, 그저 행복하고 후회 없는 기
억으로 남게 되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엄청 더웠고, 그 탓에 관광도 많이 못했지만
셋이 있어서 그런지 재미없거나 지루하다고 생각된 순간은 전혀 없었다. 여행이야
운이 좋았다 치지만 번째까지 연달아 성공적인 여행으로 마치니 서로 정말 좋은
파트너이며 믿음직한 가족들이란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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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냥이 통신
38
고양이들은 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늦은 밤 아직 귀가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순찰 봉사를 한다.
가끔 순찰냥들의 인상이 다소 안 좋긴 하지만…
늦은 길냥이를 마주치게 되면 도둑고양이라 미워하지 말고
‘밤 순찰하느라 고생이 많구나’라고 생각해주면 어떨까?
순찰냥
M U N H A K V A T A N G
2017 April 39
간혹 애교가 넘치는 길냥이들이 있다.
녀석은 날 보자마자 ‘어디 갔다가 이제 왔냥~’ 하는 얼굴로 내 발치에 얼굴을 부벼댔다.
이렇게 사람을 잘 따르는 길냥이를 보면, 귀여운 마음이 드는 동시에
혹시 나쁜 사람에게 해코지를 당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선다.
사람에게 상처받고 다시 사람에게서 치유 받으려 하는 정 많은 이 녀석들에게도
어서 따듯한 봄이 왔으면….
애교냥
2017 April 39
M U N H A K V A T A N G
김홍식의 기행시조
- 북미관광
40
소상점가
어디나 세상은 다 같은가 보다.
백화점은 사람으로 붐벼 터지고
재래시장은 파리 날리고…
라스베가스의 밤도 그렇다.
소상점엔 사람 그림자 하나 없는데
번화가에는 들끓는 인파로
걸을 수가 없을 지경이다.
솟아오르는 분수를 보며
저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세계의 인종백화점!
貧益貧富益富
선택 관광 멀리하고
번화가 얼쩡대다
분수 앞 젊은이들
왁자지껄 흥겨운데
소상점 윈도우에는
뭉게뭉게 한숨만
2017 April 41
김홍식 | 진우(震宇) 김홍식(金洪植),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어교육과 졸,
시조시인, 서예가, 시조집 그리움, 꽃들의 향연, 하늘하 들하,
무념무상이고파, 이 또한 지나가리, 아! 북미대륙
으악!
스트라토스피어에 올랐더니
밑을 내려다볼 수가 없다.
내가 고소공포증이 있는 것인가?
무려 백 몇 층의 높이라니까.
그런데 저들은 그 끝에서
저런 비행체를 타고서는 즐거워 죽는다.
와아, 간도 크다!
부러워해야 하는 건지?
飛翔 비상
하늘이 그만 높아
욕망도 높아지나
무서운 줄 모르는
저들이 부러워서
아뿔싸 한동안 그만
혼백만을 날렸네
M U N H A K V A T A N G
베네치아 광장
이게 실내 광장이란다!
하늘이 파랗고
시내에는 배가 뜨고
그냥 보면
누가 이를 실내공간이라고 하겠는가?
인간이란
못하는 일도 없다.
그냥 대지와 맞닿은 푸른 하늘이다.
그게 밀폐된 공간이라는 느낌이 하나도 없다.
베네치아백화점이라든가
그런 이름이다.
착각
눈에 들어오는
형상이 진실인가
마음에 다가오는
느낌이 실체일까
그러게 하 못 믿을손
세상인가 하여라
2017 April 43
여기가 어딘가?
분명 라스베가슨데
저것은 에펠탑
저것은 개선문
짝퉁들은
무엇 때문에
저기서 저런 양으로 빛날까?
짝퉁
파리를 어쩌다가
어느 날 떠나와서
번화가 인파 속에
비까번쩍 자리해서
밤하늘 멀어라커니
지나는 손 홀리네
M U N H A K V A T A N G
최옥자 | 제1회 재외 동포문학상 수상
제2회 기독교 문예작품 공모전에서 입상
2000년도 월간 <수필문학> 천료로 고국
문단에 등단
(전)호주 수필문학회 회장
(현)문학사랑회 회장
(현) 국제문학바탕문인협회 호주지회장
저서 | 흑법사와 맺은 인연』 창밖의
인세치아』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
이달의 수필가 : 최옥자
44
계단
계단은 내 삶의 길과도 통한다.
시드니에 둥지를 틀고자 들른 복덕방 유리창에는 ‘For
Sale’로 나온 많은 집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그중 ‘스펙타
클로 펼쳐진 전망’이라는 밑말이 쓰여있는 집이 유독 나의
눈길을 끌어 부동산 소개소를 통해 그 집을 가보게 되었다.
빨간 벽돌로 지은 구옥으로 정겨워 보였다. 다소 협소했으
테라스에서 한눈에 보이는 트인 전망과 타스마니아
나무로 찬장을 짜 붙여 개축한 부엌이 마음에 들었다. 무엇
보다 집값에 무리가 없어 선택하여 몸담은 지 어언 20여
헤아린다.
앞에서 바라보면 평지이나 뒤에서 보면 언덕 위의 집이
기에 몇 집 건너 차도는 경사가 깊다. 눈이 내려 길이 얼어
붙기라도 할 양이면 큰일이다. 하지만 시드니는 다행히 사
계절 기온이 영상을 웃돌아 아찔해지는 마음을 쓰다듬곤
한다.
경사진 차도 옆에는 118개의 계단으로 이루어진 인도가
나란히 평행선을 이룬다.
나는 이른 새벽이나 저녁 식사 후 그 계단을 오르내리며
산책하기를 좋아한다. 여러 갈래의 굳이 계단을
택하는 것은 순탄한 평지보다 운동량이 많고 따라서 정상
오른 뒤에 느껴지는 희열감이 더해지는 까닭이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이윽고 계단 꼭대기에 올라서면
가와 시가지 사이로 어우러진 푸르른 숲이 시원하게 지평
선까지 펼쳐진다. 아! 그 상쾌함이라니.
삶에도 계단이 있다.
삶도 이같이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과 유사하다는 생각
을 해본다. 오르는 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내리막길도
M U N H A K V A T A N G
2017 April 45
다. 나는 마음이 울적하거나 또는 삶이 고달프다
느껴질 때, 계단을 오르며 생각에 잠기기를
아한다.
숨을 고르며 언덕 위에 한눈에 들어오는
시원한 정경을 바라보며 마음 안에 또아리
울을 풀어낸다. 삶을 뒤돌아보고 매양 걷던
이 아닌 새로운 사고의 길로 한 걸음 내디딜 수
삶의 기운을 호흡한다.
사람들의 존경을 받아오던, 큰 별이시던 김수환
추기경님이 선종하셨다. 그날의 계단엔 역사의 무
대에 등장했다 사라져 많은 사람들의 발자취
꽃송이 모양 흩어져 있었다. 주워든 꽃송이
나하나마다 다른 향이 묻어났다. 세상을 위해
륭하게 살았든, 천하를 호령하던 영웅호걸이었든,
이름 없이 살다 자취 없이 사라지는 민초(民草)였
든, 모두는 한세상 살다 사라지기 마련이다. 누구
나 되풀이되는 삶 속에 희로애락의 감정에 휘몰리
떠난다.
나는 우리들의 인생행로를 비유한, 고대 인도인
들이 생각하는 인생의 4단계를 떠올려보았다.
일단계는 학습기(學習期)로 스승으로부터 삶의
경험과 지혜를 전수받는 기간이며, 이단계는 가주
기(家住期)로 가정을 꾸미고 사회활동을 하는
기, 자식을 낳아 잘 가르치고 길러 미래 발전의 기
반을 닦는 기간이다. 사회발전에 기여도가 높아진
다. 비유해보면 계단의 정상에 해당된다.
삼단계는 내려오는 단계, 임서기(林棲期)로
사회적인 의무를 마친 다음 자신의 구원을 위하는
기간으로 사회생활로부터 벗어나 세상에 대한
착을 끊고 엄격한 금욕생활을 실천하는 기간이라
한다.
사단계는 유랑기(流浪期)로 세속적 집착을 완전
버리는 인생의 마지막 단계, 이때는 살아 있으
면서도 죽은 거나 마찬가지인 시기로 삶의 의욕이
떨어진다. 드디어 태어날 때(첫번째 계단)의 모습
아기 형태로 돌아가는 시기다.
고대 인도인들의 표현대로라면 나는 이제 인생
사단계 삼단계인 임서기로 접어든 셈이다.
회생활로부터 벗어나 세상에 대한 집착을 끊고 자
신의 구원을 위해 전심해야 하는 기간이건만 그러
나는 아직도 사람과 세상을 붙잡고 사람으로
괴로워하고 세상일을 걱정하며 살고 있다. 때로는
예기치 못한 고난에 직면하기도 하고, 선택의
림길에서 고민도 한다.
계단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사람들이 마음을 터놓
오갈 수 있는 계단이고 싶다.
하루해가 저물어 오히려 노을이 더욱
름답다고 하거늘 그리하여 내 삶의 마지막 모습이
아름다운 노을이 되기를 희구한다.
오늘도 나는 계단을 오른다. 삶의 계단을
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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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수필가 :
최옥자
M U N H A K V A T A N G
풍경
한나절 따스한 햇살을 쫓아 나선 나의 발걸음은 좁은
길과 작은 공원을 지나 이스트우드 센터 입구, 등나무 터널
이른다. 걸으면 생각은 담백해지고 단순해진다. 아무 생
각 없이 걷다가, 만나는 모두에게 마음을 열다 보면 어느새
이스트우드 센터 앞 등나무 터널에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운 좋은 날엔 동전 통을 앞에 놓고 노래 부르는
거리 악사를 만나기도 한다. 마이 웨이(My Way) 감미
로운 올드 팝송이 등나무 아래에 울려 퍼질 때면 추억 속에
숨어버린 기쁨과 슬픔의 소자들이 살금살금 되살아난다.
나는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맺힌 없는 자유를 느낀다.
각종 상점으로 둘러싸인 이 거리에 오면 마치 한적한
골에 살다가 읍내에 나앉은 기분이다. 옷가게, 가방가게,
그림가게, 빵가게 그리고 레스토랑과 카페가 즐비한 그곳
에서 예기치 않던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어제는 나를 못보고 그냥 지나치는 오씨를 불렀다. 감기
가 심하다며 목에 머플러를 둘둘 감은 그의 손엔 비디오 몇
개가 들려져 있다. 아마 비디오 가게를 다녀가는 길인가
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어졌다.
그제는 여인을 만났는데 이달 말에 척추수술에 들어
간다고 걱정을 앞세운다. 우리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그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는 책 ‘연금술사’
의 글귀를 아직까지 마음에 새겨두고 있는 나는 그녀를
기도를 해주어야겠다고 내심 다짐을 한다.
주말인 오늘은 우리에 앞서가는 우씨를 보았다. “우 선생
님!” 하고 부르니 그는 돌아서며, 모자를 쓰고 륙색까지
산책 차림의 우리부부를 보고 보기 좋다는 덕담을 해준다.
기분이 좋아진 우리는 커피나 한잔 하자고 청해본다.
2017 April 47
며칠 전 점심식사에 우리를 초대한 김씨는 공기
맑고 전망 좋은 맨리 바닷가에 산다. 노년기에
어든 그는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아직까지 영어
공부에 열심인데, 방학을 맞으니 한가한 시간이
많아졌다. 건강에 좋다는 바닷바람을 쐬며
름다운 바닷가 산책도 두어 시간이면 끝나고 카페
에서 한잔을 마시고 한잔을 마셔도 아는
사람 하나 없어 적적하다고 푸념이다.
그가 주일이면 미사참례 차 나가는 동네 성당의
청소 봉사도 일주일 한시간이면 족하고, 하여
너무 무료하다며 우리보고 시간 관리를 어떻게 하
느냐 물어온다.
외로운 이민 생활 여정에서 날 반겨주는 이들을
만난다는 것은 소중하고 감사한 일이다. 산책길엔
맑은 공기와 따스한 햇살을 만날 있으니 고맙
고 주택가에 피어있는 아름다운 꽃들을 만나니 좋
다. 사랑의 인사를 나눌 있는 이웃을 만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마음은 절로 푸근해지고 유쾌해지고, 어려운 처지
이야기를 나눌 위로를 주고받을 있으니
어찌 아니 좋은가.
우씨와 헤어진 오늘은 벤치에 앉아 들고나온 빵
먹었다. 앞에 비둘기 두어 마리가 종종거리는
모습이 보이더니 그들의 숫자가 어느새 자꾸만 불
어간다.
어디에서 이렇게 갑자기 날아드는 것일까? 하늘
올려다보니 날개를 펴고 곧게 내게로 날아
오는 비둘기들이 연이어 보인다. 어디에선가 읽은
‘기분 좋은 덧셈’이라는 동시 한편이 떠오른다.
꽃이 피자 나비가 날아왔어요.
하나보다는 둘이 좋아
꽃이 피고 나비가 날자
아이가 들여다 보았어요.
둘보다는 셋이 좋아
봄에는 덧셈이 어려워요.
좋은 것들이 자꾸만 불어나니까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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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수필가 :
최옥자
M U N H A K V A T A N G
달팽이
가을이 깊어감에 따라 나의 손길이 더욱 분주해졌다.
정원에서 거둔 대추는 따스한 햇살 아래에서 빨갛고
글쪼글하게 말라간다. 감도 선홍빛 농도가 짙어가는데
어진 후에 날아드는 새떼를 의식해 서둘러 거두었다. 감을
다 딴 후에야 감나무 끝에 까치밥을 남겨놓던 조상들의
혜가 떠올랐다.
언제나 철이 들려나.
금년 고추 농사는 재미를 보았다. 해마다 같은
리에 심은데다 가물었다.
게다가 포섬이 밤이면 정원에서 잔치를 벌리는 통에
나마 열린 열매가 수난을 당했다. 그것들은 빨갛거나
고추를 가리지 않고 마구 따먹고 먹다 남은 것은 한곳
모아 두었다. 대추와 감에 날충이 쏘면 그곳에 벌레가
생기고 익은 후엔 새떼가 날아든다. 그러기에 수확을
제대로 하려면 살충제를 뿌리거나 아니면 봉지나 망을
워야 한다. 채소 농사나 과실수 재배는 벌레나 동물들과의
전쟁이었다.
사는 게 다 전쟁이었다.
비가 연일 내리더니 뒤늦게 고추나무에 하얗게 꽃이 피고
고추가 주렁주렁 달렸다. 포섬으로부터 보호하고자
밭에 낮은 담장을 두르고 고추가 익기를 기다렸으나 가을이
이울도록 고추는 파랗기만 하다. 어쩌다 붉어지는 것은
제구실을 못하고 시들시들 붙어있다가 떨어지고 만다.
모든 것은 다 제철이 있는 것이었다.
독이 오른 고추는 장아찌를 담그고 어린 것은 고추 조림
을 하고 잎은 나물을 해먹을 요량으로 가지를 뚝뚝 잘라 커
다란 함지에 담아 거실에 자리를 깔고 앉았다.
고추나무를 다듬기에 열중하고 있는데 그 더미에서 무언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2017 April 49
고추나무에 묻어온 달팽이였다. 등에 집을
달팽이는 촉수를 안테나인 세우고 더듬더듬,
때로는 위로 치켜들었다 내렸다 하며 나갈 길을
조심조심 살피는 듯했다.
함지 표면이 매끄러워 어쩌려나 생각한 것은 기
우이고 달팽이는 드디어 함지 위까지 올라왔다.
함지 바깥 테두리는 굽으로 이루어져 있다.
껑충 뛰어내리거나 떨어지지 않고는 밖으로
나갈 수 없는 노릇. 달팽이는 함지 굽 바퀴를 천
천히 다 돌고는 또 돈다.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맴
도는 달팽이가 감옥에 갇힌 꼴로 안타깝고
쌍했다.
생각해 보니 달팽이는 일상 같은 틀(감옥)에
사는 나 자신이었다.
현재에 감사하기보다 이 같은 속성에 갇혀 사는
자체가 감옥이라고 보는 견해에 이의를
없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고정관념은 굳어가고
아집이 늘기 쉽다.
아는 것에만 맞춰 행동하다 보면 나의 편견과
독단으로 남과 불편한 관계를 초래하기도 한다.
다듬기를 마무리하도록 탈출구를 찾은 달팽이
는 여전히 돌고 있다. 갇힌 사고의 틀에서 맴을 도
영락없는 나의 모습이었다.
드디어 다듬기를 끝낸 나는 달팽이를 엄지와 검
지손가락으로 집어 들고 나와 풀밭에 얹어 주었
다. 정원의 꽃과 나무, 곤충이나 새들은 자기 존재
알리기 위한 욕심에서 파생된 감옥에 갇혀
등바등하지 않는 보인다. 그것들은 지어 받은
대로 평화롭게 살며 자기의 존재 이외의 아무
심도 없는 듯하다.
존재 표출에 연연한 괴로움을 떨구고 나도
내재한 감옥에서 스스로를 놓아 남을 이해,
려하고 사랑한다면 남은 생애가 얼마나 편안하고
평화로운 삶이 될까.
올려다본 하늘이 유난히 맑고 푸르르게 가슴에
안겨 드는 가을날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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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수필가 :
최옥자
M U N H A K V A T A N G
삶을 위한 모자이크
미용실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여성 잡지를 기회
있었다. 잡지에 실린 많은 광고들 사람의 얼굴이
면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광고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감탄
절로 샜다. 그것은 둘, 하나, 하나인, 단순하다
면 지극히 단순한 사람의 얼굴이 어쩜 그리도 같은 모습 하
없이 천차만별일까 새삼스러웠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작은 풀잎도 똑같은 것이 없으며 나무에 매달
린 무수한 잎들도 같은 모양이 하나도 없다 하니 너만의 고
유함으로 창조되었다는 창조 신비가 그저 놀라울 뿐이다.
생긴 모습만큼이나 사람의 생각 또한 각양각색이니 그래
서 세상살이는 재미가 있으며 풍요로운 것이 아닐까?
나와 이웃인 은미 엄마는 40대 초반으로 아들 하나 딸 하
나를 두고 돈 잘 벌고 아내 사랑하기에 둘째가라면 서러워
착실한 남편과 부족함 없이 살았다. 그녀는 풍족한
살림을 대변이라도 하듯 가재 도구며 부엌 살림 기구를
형으로 잘 장식했다. 새로운 것을 들여올 때마다 전에 쓰던
것은 아파트 현관 입구나 복도에 내놓아 그 물건을 필요로
하는 이웃들이 갖다 쓰게 했다. 우리 집에도 그중의 하나가
이민 짐에 실려와 지금껏 잘 쓰고 있는데 그것은 나무로 짜
인 중후한 책상이다. 그것을 볼 때마다 화사하던 은미 엄마
기억이 새롭다. 집을 노크하면 예쁜 그림이 그려진
주전자에 차를 끓이고 역시 아름다운 쟁반에 얹혀 나오는
우아한 찻잔으로 차를 마셨다.
내가 살던 아파트의 십삼 층엔 나의 영세 대모님이 살고
계셨다. 공허로울 때 나는 대모님 댁을 자주 방문을 했는데
워낙 화초를 좋아하고 잘 가꾸어 좁은 베란다에는 꽃 화분
으로 항상 터질 듯했다. 그 집 부엌 모서리엔 요즘은 잘 볼
수도 없는, 한쪽은 찌그러지고 불에 밑바닥은 갈색으로
2017 April 51
찌든 양은 주전자가 걸려있다. 내가 댁을 방문
때마다 주전자에 물을 따라 오래 끓이고
세월을 머금었을 찻잔에 내어져 나오는
수한 커피 맛을 즐기며 나는 대모님의 소박한
활에 정감을 느끼곤 했다.
은미 엄마의 지혜로운, 신선한 살림솜씨나 대모
님의 옛것을 아끼는 소박함을 동시에 사랑하
며 두 집을 드나들었다. 쓰던 것을 그대로 마구 버
리는 것이 아니라 깨끗이 정리하여 내놓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내어주며 본인은 자신의 수준과 취
향에 맞춰 항상 새로움으로 채우는 은미 엄마를
사치와 허영으로 내몰 없는 것이며 생활의
편들이 은은히 배어있는 옛것을 소중히 간직하며
소박하게 살고 계신 대모님의 생활을 누가 감히
구질스럽다 하겠는가.
후자의 삶을 고집하는 남편을 만난 나는 전자의
삶도 생활에 끌어들이기 위해 오랜 세월을
아오며 작은 투쟁도 마다했다.
숲은 각종의 나무가 어울리기에 아름답다.
기에 보랏빛 꽃을 피워내는 자카란다가 불꽃 같은
꽃을 피워내는 플레임 트리를 그르다 없는
것이며 작디작은 들꽃이 탐스럽게 함박웃음을
트리는 수국을 부러워할 까닭이 없는 것이다.
받은 대로 서로를 인정하는 조화로움은 마치
오케스트라가 빚어내는 장엄한 연주곡과 같지
은가.
보석 같은 눈의 결정(結晶)도 서로 똑같은 모양
이 없다 한다. 그 결정의 모양은 공기의 온도와 포
함된 증기의 양에 따라 좌우된다고 하듯 사람도
개개인의 삶과 사고와 자라온 환경으로 다양한 모
습들이 형성된다.
다양함은 자칫 단조로워지기 쉬운 우리 일상에
신선한 활력소가 있다. 장미꽃이 아무리
름답다 해도 온 천지가 온통 빨간 장미꽃뿐이라면
얼마나 식상하겠는가.
그런데 바로 다양함이 때론 나에게 비애를
안겨줄 때가 있으니 그것은 내가 지닌 노란색이
상대의 빨간색 안경으로 바라볼 주홍색으로,
세월이 나에게 채색해준 파란색이 상대의 빨간색
시선으로 바라볼 보라색으로 변한다는 사실이
다. 나 역시 나의 바르지 못한 시각으로 상대를 왜
곡하여 상처를 입혔음은 그 또한 얼마나 될까.
다른 너와 내가 모인 세상은 마치 여러 가지
양이나 빛깔의 조각을 붙여 그림조각을 맞춘 모자
이크와 같은 것이 아닌지. 어떤 조각은 선택하고
어떤 조각은 거부를 없다. 모자이크를 짜맞
추듯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더불어
밖에.
다름으로 알게 모르게 서로 주고받는 상처를 껴
안으며 삶의 모습이나 생긴 형태를 인정하며 모자
이크의 완성을 향하여 나아가야 하리.
M U N H A K V A T A N G
이달의 수필가 :
최옥자
M U N H A K V A T A N G
어머니의 스웨터
어머니의 유품 중 어머니가 즐겨 입으시던 연보라색 스웨
터는 어머니가 손수 뜨신 것이다. 스웨터야 나에게 그보다
더 좋은 것이 있지만 나의 형제들 중 아무도 관심 없어하는
스웨터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시드니로 가져와 나는 어느
것보다 즐겨 입었다.
어쩌면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어머니의 온기가 배어있
그 스웨터에서 찾으려는 애착심이 내재한 까닭인지도 모
르겠다. 아니 어머니에게 살갑지 못했던 죄책감을 보속하
싶은 무의식적 소치인지도 모른다.
십오 년 이상 매년 입다 보니 이젠 털이 많이 빠지고 퇴색
했다. 그렇다고 어머니의 체취와 손길이 남아있는 스웨터
쓰레기 버리듯 그냥 버려서는 아니 될 노릇이었다. 그
웨터를 없앤다는 것은 그나마 안에 존재하는 어머니의
잔영을 지워버리는 것만 같아 짙은 보라색 실을 배색으로
넣어 다시 뜨기로 마음먹고 그 스웨터를 풀었다.
한동안 놓았던 뜨개바늘을 다시 잡았다. 놓으면 멀어지
것이 잡으면 주야장창 매달리게 된다. 뜨개질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뜨개질을 하면서 TV를 통해 좋아하
는 프로그램을 보거나 음악 또는 신부님의 강론을 CD로 들
으며 마음을 정화시키고 상상력을 키우기도 한다. 사건이
생겼을 때 골똘히 생각하며 뜨개질에 열중하다 보면 잡다한
생각을 정리할 여유가 생기고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잡히기
한다. 때론 글의 구상도 하게 되니 뜨개질과 생각은 서로
보완작용을 한다고나 할까? 마음먹은 대로 실을 있는
작은 여유를 감사하게 생각하며 이어지는 뜨개질은 때론 내
삶의 중심으로 자리잡으려 들기도 한다.
드디어 많은 사연이 깃들은 완성품을 옷걸이에 걸어놓고
바라보노라면 가슴이 뿌듯해진다. 집안을 오가며 감상하기
2017 April 53
는 다음 작품이 완성되어 옷걸이에 새로운 것이 걸
때까지 계속된다.
처음 내가 뜨개질을 시작한 것은 6.25 동란을 겪
으며 충청남도 당진 피난지에서다. 그 당시는 목화
손으로 직접 따서 목화씨를 빼고 얻은 솜을
레로 돌려 목화 실을 자아냈다. 대나무를 쪼개
다듬은 바늘로 내복 등을 떴다. 한겨울 피난지
농촌의 호롱불 밑에서 전쟁으로 받은 상실감과
불안감을 타향에서 풀어내듯 뜨개질을 하는 어머
곁에 앉아 나는 양말이나 장갑을 뜨며 길고
겨울밤을 같이 보냈다.
같은 또래의 막내 고모나 사촌 동생은 외면하던
뜨개질을 나는 어른들 틈에 끼어 자투리 실을 모아
미숙한 솜씨를 발휘하여 어른들의 눈길을 모았다.
또 기억나는 것은 애들을 키우며 옷을 떠 입히던
일이다. 누가 애들 옷을 사오면 차라리 예쁜 털실
사다 주지. 정도로 뜨개질에 열중하던 시절
이다.
구상대로 애들 옷이나 모자를 떠서 입히는 일은
즐거움으로 무료하고 허전한 일상을 달래주는
유일한 도구였다.
안데르센 동화 <백조 왕자>속으로 들어가 보면,
왕비의 저주에 의해 엘리제 공주의
오빠들은 백조로 변한다. 공주는 오빠들을 구하기
위해 쐐기풀로 열한 벌의 옷을 뜬다. 숲속에서
라는 쐐기풀은 전체에 날카로운 쐐기털[刺毛]이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따가운 풀이다.
풀로 열한벌의 옷을 떴으니 얼마나 고통스러
웠을까? 이 동화는 역경을 이겨낸 성숙한 인간에게
복이 돌아온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나의 인생에서 소중한 어머니에 대한 추억이
스란히 담겨 있는 어머니의 손때 묻은 낡은 스웨터
이제 망토와 모자로 재 탄생됐다.
짙고 연한 두 가닥의 실로 뜬 뜨게는 스웨터로는
너무 두꺼워 망토로 변신 되어 어머니와 나와의 연
을 다시 이어준 것이다. 동화 <백조 왕자> 속의 쐐
기풀 뜨개질이 행복에 이르기까지의 고난을 드러
내는 상징이라면 이제 망토와 모자는 어머니를
나는 기쁨의 상징이 되고 있다.
얼마 RSL 클럽 레스트랑에서 지인과 만나기로
자리에 새로 망토를 걸치고 모자를 쓰고
갔다. 호주 할머니 분이 곁으로 오더니 내가
걸친 옷과 모자를 가리키며” 네가 것이냐?” 묻는
다. 그렇다고 하니 “Congratulations!” 한다. 잘 떴다
제스처인가?
어머니에 대한 나의 애틋한 사랑이 간직된 스웨
터에서 이웃의 따뜻한 격려도 느낄 있는 순간
이었다.
M U N H A K V A T A N G
강태민 | 1962년 서울 출생
시인, 컬럼니스트
월간 한맥문학 작가
한국문인협회 회원
제2회 천상병문학제 베스트셀러상 수상
저서 | 시집 저는 제가 꽃인 줄 모르고 피
었습니다』(2003)
그대를 닮은 계절
그대를 닮은 계절이 다가오는군요
차가운 바람 속에서 겨울 냄새가 납니다
어둠 속에 숨어서
나를 나타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써보지만
혼란스러운 과거의 상념들이 추회로 깊어지는 밤이면
그대에게 하고 싶었던 호소가 주문처럼 쏟아집니다
그대를 마주하는 일은 무료였으나 희망은 아니었습니다
어느 땅, 어느 곳에서나 인간들의 희망은 닮아있지만
내가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이 어디인 줄 모르겠고
지난날 읽었던 무수한 책들의 책장이 비명에 찢겨집니다
무엇을 의미하는 줄 모르는 입가의 싸늘한 미소
눈에 밟혀 부서지는 나의 모든 것들은 사라져가고
고단한 운명의 미로에서 생명선마저 지워집니다
혼란스러운 추회로 깊어지는 비극의
그대를 닮은 계절이 다가오는군요
어둠 속에 숨어서
나를 나타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써보지만
죽음의 파편들만 싸늘히
얼음처럼 차갑습니다
신작 소개
54
2017 April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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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시선의 요깃거리다
탐스런 식욕은 소도 잡아 삼킬 듯하고
서툴게 모양
화장발 서두르며 렌즈 각에 요란하다
M U N H A K V A T A N G
기필수 | 1967년 서울 출생
건국대학교 졸업
현재 국방대학교 재직 중(공무원)
2005년 11월 月刊 문학바탕』 부문
신인문학상 수상(등단)
그래도 희망을 보리란다
청보리 익어가는 오월의 문턱에 기대어
그래도 희망을 보리란다
오래된 기억의 저편, 내 진흙탕 같던 삶도
나를 지금껏 이어온 자양분으로 삼으며
그래도 희망을 보리란다
서로 아귀다툼하는 어지러운 세상이어도
해보자는 애처로운 의지로 여기며
그래도 희망을 보리란다
내가 때때로 누군가를 그리워할
아직은 가슴 한 켠에 사랑의 불씨 남았으니
그래도 희망을 보리란다
내가 희망을 노래할 때마다
은연 중에 귀를 열어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래도 희망을 보리란다
더럽혀진 세상 가운데에도 여전히 존재하며
한가닥 순수에 목말라하고 고뇌하는 이들,
아직은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있으니
가느다란 빛에 여린 목줄을 걸고
그래도 나는 여전히 희망을 보리란다
2017 April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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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를 기다리며
세상이 시끄러워
빗소리를 기다렸습니다
모든 잡음들을 잠재울
당신의 발걸음 소리
어느날 그렇게 당신은
봄비를 몰고 오셨습니다
차박차박, 걸을 때마다
당신이 눈에 밟힙니다
아!
세상이 잠시 묵념합니다
누군가의 외로운 사랑이
꽃상여 행렬로 떠나갑니다
M U N H A K V A T A N G
김기수 | 충북 영동 출생
카페 “시와 우주” 운영(http://김기수.시인.com)
가온문학회 회장
월간 <한국문단> 특선문인
저서 | 시집 별은 시가 되고, 시는 별이
되고』북극성 가는 길』
동인지 바람이 분다』 꽃들의 붉은 말』
바보새』 서울시인들』시간을 줍는
림자』
봄이 오는 방식
봄이 온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석고개 계곡물 몸푸는 소리로 온다 하고
엄니 꽃마리 자색 향으로 온다 하고
버들바람 나릇이 초록 기운으로 온다 하고
게으른 태주놈 술 취해 다니면 온다 하고
천관산 산비탈 연분홍 치마로 온다 하고
날망집 가시나 나물 바구니로 온다 하고
누구는 출산에 바쁜 대지의 신열로 온다 하는데
내게는 네가 웃어야 온다
2017 April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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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된 곳에서
흐트러진 곳으로
반듯한 곳에서
구부러진 곳으로 옮기고 싶다
들바람이 무작위로 지휘하고
들풀이 현을 켜대는 들판
자귀풀에 발목 잡혀 넘어지고
소담소담 길가에 작게 핀 들꽃이 고운
나비들의 들녘으로 가고 싶다
탱자꽃 하얗게 피고
휘파람새 소리 흉내 내며
해거름 어둠을 노래하는 들녘이고 싶다
벌레들이 연출하고 벌레들이 출연하는
악보 없는 노래를 찾아
흙의 향기 배도록 나체의 몸을 누이고
무산소 호흡으로
별을 수 있는
남은 동안 들의 언어를 해독하리라
무작위의 법칙이 적용되는
카오스 우주로의 함몰이고 싶다
M U N H A K V A T A N G
김선호 | 시인
1958년 충남 강경에서 출생
외국어대학·성균관대학원 졸업
언론사·공공기관에 근무
코레일 네트웍스 대표이사
현) 라끌로에 프렌즈(주) 대표이사
저서 | 지구촌 음악과 놀다』
마다가스카르로 가자
우리는 지금 유령으로 살고 있어 똑같은 주의사항과 도덕책을 읽
붕어빵 속에서 허망한 내일을 갖도록 종용받고 키를 대보면서
자가 복제를 계속하고 있어 그게 직업이라는 그렇게 복제될
때마다 마다가스카르를 꿈꾸는거야 곳으로 돌아가야 껄?!
우리는 거기서 왔다고 하잖아 어떤 시러배 아들놈은 아닐 수도
있다고 그러기는 해 그렇지만 마다가스카르로 가자 그 곳은 신비
북소리가 아침처럼 떠오르고 모론다바의 노래가 바오밥나무
의 새끼를 치고 황토 바람 속에서 태양의 춤이 투명한 알을 낳는
곳이야
조명을 바꾸면 밤의 정원에서 또 다시 사랑을 두려워 할거야 사랑
은 귀 기울여 주지않는 이별이 두려워 연필을 깎아놓고 기다리고
있어 꿈 속에서 마다가스카르를 그리려고 그러나?
그냥 기다리면 복제의 유령은 또 다른 유령의 소비재가 될지도
불평등의 시대에는 원래 유령이 유령을 팔고 사는 시대거든
령도 잉여 유령이 많아
대가리가 네모난 못으로 유령이 들어오는 문에 빗장을 친다 혼이
들어오는 구멍을 막고 마늘을 씹으면 들개의 눈빛으로 살아가는
유령이 된다 그럼 선글라스를 쓰고 마다가스카르로 가자
그 유령은 또 뭘 하는거지?
또 뭐가 되는거지?
그것은 수없이 복제되는 것
제자리에 가만히 서있는 것
오래 서있으면 다리도 허리도 아플 껄
괄호열고 허리 디스크가 있는거니? 몇 번 째 요추인가? 괄호닫고
죽음을 두려워 하는 것
계속해서 어제가 반복되는 것
비긴어게인이 아니고 리셋어게인일 껄
사랑이 금목걸이를 전당포에 저당 잡히고 기차타고 떠나는 것
금목걸이는 깨어나지 못하는 끝없는 잠에 빠져든다
2017 April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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괄호열고 금목걸이는 전당포 주인이 다른 가슴 아픈 것들과 함께 녹여서 금괴를 만들 껄 괄호닫고
그림자는 경적 소리를 가슴에 품고 아파트 난간에 목 매달아 죽는다
빙하의 바람이 불지만 그래도 아직 따뜻한 커피 한잔이 남아 있다
아프리카의 커피
커피를 들고 당간지주 앞에 서서 마다가스카르행 비행기를 기다린다 거기는 직항이 없대도 그러네
하지만 하이마트(Heimat)
괄호열고 전자제품은 안 팔아 괄호닫고
마다가스카르를 꿈꾸는 유령이 집으로 가는 길에는 12월과 1월과 2월의 세 가닥 전깃줄 사이로 보름달이
덩그마니 매달려 있다 보름달도 목을 매달려는 걸까? 천만의 말씀
M U N H A K V A T A N G
김영준 | 한국문인협회 신안지부 회장
한국영상문학협회 회장 역임
신안문학회 회장 역임
대한민국 문화예술 신문 대상(시 부문)
외 다수
저서 | 시집 비단 가락지』 나는 당신 곁
맴도는 바람』
당신과 내가
서로 좋아하게 된 것은
당신과 내가
마음 자리한 부족함이 엉겨
사랑을 얻고자 함이려니
그것은 서로서로 채워줘야 하느니
서로 사랑하게 된 것은
당신과 내가
가슴 속에 충만하게 쌓이는
허전함을 덜고자 함이려니
그것은 서로서로 비워줘야 하느니
2017 April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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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시 여인들
앞에 가방을 맨 삼십 안팎의 여인
빗으로 헝클어진 긴 머리를 슬슬 빗는다
군살 하나 없는 날씬한 몸매에 굽 높은 하이힐을 신었다
화장기 전혀 없는 쌩얼이 순수함을 느끼게 한다
간밤에 잠을 설친 탓인지 십여분 남짓 졸다 깼다
짙은 눈썹에 아이섀도를 하고 입가에 동백꽃이 핀 여자
그런데 옷차림과 가방과 하이힐이 쌩얼 여인과 같다
아하 전철 안에 서서도 여인들은 재빠르게 화장을 잘하는구나
높은 하이힐을 신고 손잡이를 잡지도 않고 어떻게 그리 잘 할까
매일 전철을 타고 다니면서 훈련이 된 것일까
집에서 화장할 시간도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여인들
바쁜 일상에서 그녀들만의 노하우겠지만 순수함을 잃었구나
M U N H A K V A T A N G
김인호 | 1962년 서울 출생
시인(2016년 문학바탕 등단)
경영지도사
직업상담사
도장
오랫동안 만났으면
만나보세요
그리움이 얼마나
넓고 깊고 커졌는지 말이에요
만나면 그냥 씨익 웃으면 돼요
미소속에 그 동안의 그리움이
들어 있어요
차곡차곡 쌓여 있어요
별로 안하고
술만 마시다 헤어져도
화살이 나무에 꽂히듯
노래가 머리에 기억되듯
미소는 가슴속에 화인이 되어
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을 거예요
그렇게 도장 몇 개
찍고 찍히고 살아요
2017 April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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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명자
바람이 말했죠
그곳에서 누가 자기를 불러
내가 있는 이곳까지 왔다고
이유도 모르고 왔다고
나를 그곳으로 데려가 주오
안됩니다
안되오
누가 나를 불렀는지 모릅니다
이름 내가 지어주죠
기다림이 불러서
그리움이 왔다고
서로 불러서 왔다고
M U N H A K V A T A N G
김인후 | 경남 통영에서 출생
2013년 문학바탕 신인문학상
고려대 대학원
숭실대학교 박사(Ph. D)
휴먼파트너즈 대표
파랑 주의보
그립다 그리면 그리울수록
울렁이는 파도의 너울 같아서
부딪고 돌아선 어깨 너머로
파아란 그리움을
둥굴게 둥굴게 말아 올린다
끝없이 구르는 그리움이야
부딪고 돌아서면 부서질 줄 알아
다시 흐르는 파랑일래야
되살아난 너울에 가슴 보듬고
성처럼 높아진 사랑이어라
그립다 그리면 그리울수록
구르고 부딪는 그대 그리움
산처럼 높아진 보고픔이여
꿈처럼 깊어진 사무침이여
2017 April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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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복자원 벚나무
동네 고물상 성복자원 벚나무는 유난히 꽃이 진하다
낙원수로 내리는 하얀 축복
밤에 쫓긴 서글픈 불면의 사연 위로
성수처럼 꽃비를 뿌린다
새벽을 뚫고
사월의 한기를 헤치며
붉은 약동은
버려진 생명의 부스러기 위에도
간절한 호흡을 선물하기에
허무하게 주름진 세월
화동 같은 인애를 흩뿌리나니
가슴을 저미는 거룩한 흔들림이여
수레 오천 원
쌓은 소망과 무게의 값어치가
같을 수는 없지만
성복자원 낙원수는 이른 봄
한이 깊게 패인 굴곡에
성수처럼 분분한 꽃비를 내린다
인간의 부끄러움을 지워보마고
신께 맹세한 서원
계절 마지막 꽃잎마저 떨구는
벚닢의 흔들림만 못하다면
참회의 눈물도 거짓인 것을
오늘도 희부연 새벽
삶의 무게 위에
낙화로 드리우는 축복
성복자원 벚나무는
부끄러움도 눈물도 씻기운 연분홍 청춘
절룩이는 유모차 수레 위에
미소로
살아 의미를 담아 보낸다
M U N H A K V A T A N G
김진년 | 1978년 봉화 춘양 출생
시인
안동과학대 사회복지학 졸업
장애인 문인지 “민들레” 회원
겨울 호숫가에 앉아
겨울바람은 분주하다
그대 겨울의 북풍 한
세상 삼라만상이 날리도록 불어와, “고요하기 그지없던 그의
마음을 흔든다”하니
호수는 깨어진 거울이 되어
찢어진 얼굴로 어지럽다
호숫가에 앉아, 가만히 들여다보나니
바람이 잠들고 나면, 흔들린 물결은 평온을 찾아, 온전한 나를
보여주리라
모습 되찾아 주리라
불어라. 거센 바람이여
어둔 창공에, 잔잔한 호수에, 고요한 내 가슴에
불어라. 새로운 바람이여.
거치른 손길은 거치른 땅을 다지고, 고운 손길은 잔잔한 물결 위로
앉아, 잔물결을 만들어라.
가슴 깊이 너의 손길이, 너의 움직임이 베어지게…
불어라. 지혜로운 바람이여.
세상을 흔들어, 많은 이의 가슴에 응어리진, 어느새 장벽이
어버린 갈등의 구조들을
모든 모순들을 허물어, 허물어버려라
지역 간의 벽도, 세대 간의 벽도, 빈부 간의 벽도 너를 막지 못하
리라
36.5도라는 너의 손길만은 얼리지 못하리라
그대. 겨울의 북풍 한 줄기
안을 온통 헤집고, 폐부를 드러낸다
고운 마음은 굴하지 않는 두꺼운 갑옷을 입는다
2017 April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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냇가에 앉아, 삶을 생각하다
냇물은 언제나 나를 두르고 있었다
내 손길에, 내 마음에 흘러서, 자신이, 흐르고 있음
알려질 때까지 그는 그렇게 흐름일 뿐인 것이다
아무리 위대한 생명도 하나의 흐름일 뿐인
이다
모든 것이 울음에서 시작되어, 울음으로 이어지곤
한다
나는 언제나 냇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물결이, 움직임이 감싸와, 내가 살아있음을
느낄 때까지 나는 그저 흐름을 바라보고만 있으려
했다
하지만, 바람이 어느새 불어와, 내 머리를, 자리
를, 나를 흔들어, 모습 나조차 가질 없게,
체도 수 없게 만들어, 단번에 나를 지워간다
냇물은 언제나 슬피 울고 있었다
자신도 흐르는 세월이 아쉬워, 아쉬움 속으로 삼키
며, 다만, 자신을 가린 그림자 속에선 크게,
슬피 울어야했다
그것만이 자신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자신에게로
가는 유일한 길인 싶어서, 비명 아닌 비명이
어나오도록 자신을 채찍질했다
나는 언제나 나부끼고 있었다
나를 흔드는 세월이 두려워, 두려움에 떨며, 다만,
자신을 흔드는 바람과 맞서야했다
하나의 깃발일 뿐이었다
냇물이 고인 곳에 가보면, 나를 흔드는 세월을
수가 있다
어린 내가 있던 그곳엔 어느덧 부쩍 커버린
모습을 한 내가 있고, 내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이방인
모진 세상살이에 지친 낯선 모습에 나는
애처로운 눈빛을 보낸다
그도 그런 내가 애처로웠는지 애처로운 듯한 눈빛
으로 나를 본다
냇물이 고인 곳에 가 보았다
움직임도, 맑음도 없이 다만 죽어있었다
흐르지 못하고, 뿌옇게 모습을 드러내는 주검
앞이 막힌 곳은 어김없이 죽어가리
이제는 머리를 들고, 하늘을 본다
내게로 열려진 세상이 슬퍼하지 않게 내게 열려진
만큼 세상이 비워준 내 몫의 여백을 채운다
M U N H A K V A T A N G
김홍래 | 계간 문학의식」 수필
월간 문예사조」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아태문인협회 이사
한국시인연대 회원
중등교사 명퇴
약초농장 산마을 풍경」 대표
근정포장 수훈
제3회 등대문학상 수상
저서 | 시집 산이고 싶다」외 공저 다수
숲에 내리면
숲에 비 내리면,
아우성이다.
연둣빛 찬란한 아우성이다.
위대한 생명들의
기침(起寢)소리
뜨거운 소리
산을 흔든다.
세상을 깨운다.
숲이 깔아 놓은
탱탱한 연녹색의 주단 위로
살랑 거리며 바람 한줄기 지나간다.
물결도 덩달아 덩실덩실 춤춘다.
굴참나무, 키 작은 철쭉나무
나이 어린 풀잎들, 맑은 샘물까지
서로 토닥이며 어우러져
오순도순 사는 곳.
숲에서
진실하고 풋풋한 연둣빛
삶의 화음(和音)을 배운다.
2017 April 71
|
사람들은 알까?
사람들은 알까?
누구나 가슴 속에 산 물결 같은 그리움
하나씩 보듬고 산다는 것을,
물결로 층층이 쌓이는
그리움의 두께를.
사람들은 알까?
남들도 아리고 비릿한
고만 고만한 상처 하나씩
겹겹으로 싸서
깊은 가슴 한켠에 품고 산다는 것을.
서럽고 외로운 침묵 속에서도
가끔은 청초하고 정갈한
구절초꽃을 피워낸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까?
봄이 되면 산 너머 녹슨 철로 변에도
작은 조팝꽃이
하얗게 무더기로 피어서
세상을 눈부시게 한다는 것을.
M U N H A K V A T A N G
박가월 | 월간 문학세계 시 신인상
서울대 문학과예술 동호회 회원
한국문학작가연합 편집국장
계간 현대문학사조 편집위원
저서 | 시집 황진이도 아닌 것이(2007)
남자의 한달생활비내역보고(2011)
봄-이-다~
가자
들산에
여인 기다린다
지금은
죽고 싶어도
죽겠다
덜된 놈이라
깔보고
조롱하겠지만
따순 햇살
노랑 빨강 분홍
무도회가 한창이다
구경하고 보자.
2017 April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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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은 순리이다
봄이 온다는 것은 만물이 소생하는 것이오
만물이 소생한다는 것은 꽃이 피는 것이오
꽃이 핀다는 것은 벌 나비가 날아드는 것이오
나비가 날아든다는 것은 열매를 맺는 것이오
열매를 맺는다는 것은 수확을 거두는 것이오
수확을 거둔다는 것은 나무와 이별하는 것이오
우리네 인생도 이와 같이 순리대로
자식을 낳고 성장하면 결혼하여 부모 곁을 떠나는 것이오
그대여, ‘성장은 이별이다’ 슬퍼하지 마오.
M U N H A K V A T A N G
박노혁 | 시인
문학바탕 신인문학상 수상
성의 문학상 특선 수상
시흥문학상 대상 수상
경북의대, 동대학원 졸업
충남의대 대학원 졸업
방송통신대 국문학과 중퇴
영상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서남의대 영상의학과 교수
저서 | 시집 시간 너머의 그대에게』
위의 생』
이름을 불러주세요
이름을 불러주세요.
따뜻한 눈빛으로 그에게 이름을 불러주세요.
침침한 어둠속에 어른거리는 그림자들을
이상 피하거나 외면하지 말고.
그들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이름을 불러 주세요.
당신의 무의식속, 당신이 외면하고픈
아픈 마음들이
이상 포효하는 짐승들처럼,
외롭게, 당신의 집앞을 서성이지 않도록.
그들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그에게 이름을 불러주세요.
오래된 슬픔, 아직 핏기 마르지 않은 상처, 존재를 부정당
하고 주저앉고만
당신의 한순간이, 시간 속에 고이 잠들지 못하고, 당신이
잠든 밤, 문득 문득
손을 내밀어 의식의 표면을 두드릴 때, 그들의 손을 따뜻
하게 잡아주세요.
그들이 들썩일 때마다. 마음 한구석 바람이 지나간 듯 허
허로운 아침을 기억하시고,
이제 그들의 눈물을 닦아 주세요.
이름을 불러 주세요.
무의식의 차가운 바닥위에 주저앉아 우는, 당신으로부터
외면당한 당신의 시간들을
이제 새처럼 하늘로 풀어주세요. 이름을 불러 그들을
주세요.
많이 아팠던 나의 것들이, 이제 내가 되지 못하도록,
그들이 떠날 수 있게.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세요.
2017 April 75
|
우베인 다리* 아래서
해가 하늘빛 속으로 스며들며,
사람들의 마을로 붉은 불길이 되어 밀려온다.
풀잎, 오래된 나무, 집과 굴뚝과 사람들의 얼굴 속으로 햇빛이 물든다.
호수를 건너는 나이 많은 목조 다리가 붉은 해 아래 유유히 서 있다.
호수는 바다로 가는 길을 이미 잊어 버렸고,
물위를 다니던 배들도 이젠 나이를 먹었다.
시간을 거슬러, 낯선 도시의 사람들이 호수가로 찾아들고.
정체된 그림 속에 새로운 빛이 꿈틀대는 듯,
견고한 일상의 지평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다른 시간과 공간의 아픈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갑자기 느려진 시간과 공간속에서,
공기와 햇살을 맞으며 한동안씩 말없이 서있다.
마음속, 시간의 속도를 늦추는 연습.
가슴속에 시한폭탄처럼 재촉하는 정체모를
소리들을 지우는 연습.
내속에서 나를 움직이던 오래된 상처들과 마주하기 연습.
마음의 부유물들을 가라앉히는 연습을 하며.
오래된 다리아래에 서서
바람 흐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 미얀마 만델레이에 있는 약 250년된 오래된 목조 다리.
M U N H A K V A T A N G
박원의 | 시인
수원시 근무
국제문학바탕문인협회 회원
한국시민문학협회 회원
한국문단 특선문인
운상
죽음은 소리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산속에서 핑경소리가 나고
노란 수건을 둘러쓴 사람들 그녀를 메고 왔다
명절이면 집 새끼인지 묻던 사람들
소리꾼의 소리를 어깨에서 어깨로 옮겨가며
평산 신씨 모셔왔다
열아홉 청학리*에서 청룡리*로 시집 온 그녀
새벽이면 밭고랑을 쏘다닌 아흔두
이제 발 다 닳아 남의 발로 걸어왔다
살아생전 허리 짚고 내다 본 저수지 위로
말도 못하고
처음 해본 죽음 낯을 가린 것인지
무덤에 사랑불이 핀 서방님 곁으로
짚동처럼 쓰러지러 온 것 같은데
운구를 따르는 사람들
아직 맺지 못한 의성어로
구덕으로 들어 서려는 그녀를
악을 쓰며 놓아주질 않는다
* 청학리, 청룡리 : 전라남도 완도군 고금면 소재 행정구역
2017 April 77
|
봄볕
사람들은 흙냄새를 찾아간다
연우가 오던
남쪽으로 가는 사람들
푸른 것들이 실하게 붙어있는 차창에
이제 엉긴 것을 떼고 온 여자처럼 앉아 있다
차가 흔들릴 때마다 물 젖은 잔영 흔들어대고
사는 것은 아쉬움의 연속
산안개가 멍울을 가두고 있다
곳에 붙박여 본 사람은 안다
누가 누구를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이 셀프로 자기를 위로하고 있다는 것을
남도로 가는
그것은 처음 만나 어색하게 몸을 튼 사람처럼
입이 마르거나 낯설지 않다
버스가 목적지를 향해가는 것처럼
마음은 속도로 전하는 것이 아니다
수면이 부족한 듯 사람들이 눈을 감고 있지만
나란히 앉아 온기를 전하고 있다
소통의 두레박질이다
사람들은 남녘 땅 볕을 향해 가고 있다
마음의 봄볕 퍼 올리고 있다
M U N H A K V A T A N G
박준길 | 퇴직자 모임인 재경회·예우
회·공정동우회에서 문학활동중
국제문학바탕문인협회 회원
등단(문학바탕), 수필 등단(신문예지)
저서 | 시집 달팽이 배꼽』
신발처럼 산다
요즘 어떻게 지내느냐고 묻지 마라
신발장에 누어 눅눅해진 신발처럼 산다
흩어지고 뒤집혀진 신발을 정리하다가
성자의 신발이 되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워
입도 닫고 혀도 묻고 젖은 신발처럼 산다
요즘 자의 신발을 정리하는 일이 일과지만
너를 용서하지 못하고 죽는다고 슬퍼하지 마라
재산이라곤 진리의 사리 넣어
신발장 하나가 전부이지만
죽는 날까지 너를 깨끗이 정리하며 살 테다
2017 April 79
|
설거지하는 남자
설거지처럼 아름다운 예술이 어디 있을까
홀로서기를 하려면 설거지를 사랑해야 합니다
설거지에도 싸우지 않고 이기는
손자병법을 활용하면 즐겁습니다
우선 설거짓거리를 만들지 않습니다
그릇은 그때그때 바로 씻고
기름 묻은 것과 묻지 않은 것은 분리해 씻습니다
이렇게 간단한 원리를 이용하면 재미가 있어
아버지는 ‘이제 설거지는 내 몫이야’ 할 것입니다
아내는 남자가 나를 사랑하나 보다 하고
행복을 느낄지 모릅니다
혼밥혼술 시대의 아버지는 기죽지 않을 것입니다
M U N H A K V A T A N G
백덕순 | 전남 여수 출생
한국문인협회 청소년문화진흥위원회 위원
강서문인협회 대외협력국장
계간문예작가회 이사
창작산맥 김우종 문학관 자문위원
종로문인협회 이사
문학의강 문인회 이사
한국좋은시공연문학회 회원
문학의 서울, 한맥문학가협회, 옛정문
인회 회원
수상 : 한국문협 서울시문학상, 제1회
한인권문학상
저서 | 시집 꽃지의 연인』
공동작품집 시인부락』다수
뜨거운 이별
무엇을 두고 어디로 가는지
사랑도 미움도 꽃다운 청춘도
눈물까지도 탁탁 털어버리고
흙으로 돌아온 그녀는 뜨거웠다
시곗바늘을 돌리며
식어가는 너를 가슴에 안고
어디로 갈지 제자리만 맴돌
그때 하늘 문 열고
언니 곁을 영 떠났는지 몰라도
아직 너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
번의 갈대꽃이 피고 지고
날의 흔적 하나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이별의 강변에서
너를 느끼며 노을을 보내고 있다
머리에도 갈대꽃이 피고
세상 등지고 약속의 그날이 오면
너를 보내고 돌아온
마지막 쪽배타고 이별 강 건너
어느 별에 가면 너를 만날까?
2017 April 81
|
흙의 부활
봄이란 봄은
겹의 산 넘고 강을 건너
남촌에서만 오는 줄 알았다
이불 덮고 자란 봄이
꼬부라진 허리 등지고
호밋자루 만지는 어머니 손끝에서
오골오골 오고 있는지 나는 몰랐다
봄의 뿌리가 잠든
논이랑 밭이랑 열고 심장을 빚어
부활의 씨를 뿌리면
황홀한 봄날의 기적을 볼 것이다
흙에서 태어난 봄의 소리가
물오른 가지 끝 꽃자리에
등불을 켜고 볼을 비비면
생명이 싹트는 흙의 부활을 볼 것이다
봄이란 봄이
이불 덮고 자란 봄이
꼬부라진 허리 등지고
호밋자루 만지는 어머니 손끝에서
오골오골 오고 있는지 나는 몰랐다.
M U N H A K V A T A N G
오용구 | 1949년 7월 15일생
2005년 서울시장 표창장 수상
2006년 서울시장 표창장 수상
2006년 12월 관악구청 정년퇴임
한울문학 87기 등단
스토리 문학관 동인지 아듀」, 문학바탕
시와 에세이 6.7.8.9.10.11」, 한울문학
시화집생의 미학과 명시 8.9.10.12」,
보문학 동인문집 내 마음의 숲」 제20호,
한울문학 동인지 춤추는 인사동」, 문학
바탕 월간지 다수, 한울문학 월간지 다수
시대의 변천사
옛날에는 개천에서 용 났다는 말을
간간이 듣기도 하였는데
작금의 시대에는
개천에서 났다는 말을
귀를 씻고 들으려 해도 들을 수가 없구나.
얼마나 가슴 설레던 말이었던가.
듣고 들어도 기분 좋은 말
개천에서 났다
가슴 설레고 행여나 하는
서민들의 꿈같은 욕망 기대도 되었는데
작금의 시대는
개천에서 용의 탄생은 맥이 끊겨서
고대하던 소식을 풍문으로도 들을 수조차 없으니
개천에서 용의 탄생이 목마르는구나.
사람 사는 세상
언제나 부와 가난이 존재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틈틈이 독학으로 노력하여
꿈을 이뤘던 개천에서 용이 그립기만 하구나
2017 April 83
|
천생연분
봄이 오면 씨앗을 뿌리려고
도라지 씨앗과 더덕 씨앗을 받아 두었는데
어쩌다 그만
도라지 씨앗과 더덕 씨앗이 섞이고 말았지
섞여버린 씨앗을 뿌렸기에 도라지와 더덕은
어쩔 없이 어릴 때부터 함께 살게 되었는데
도라지는 칭칭 감겨서 힘들어 하고
더덕은 칭칭 감아 오르면서 좋아라하네
그렇게 감고 감기며 힘들게 살던 어느 날밤
세찬 비바람이 휘몰아쳤는데
휘감지 않은 도라지는 이리저리 쓰러지고
휘감긴 도라지는 날 보란 듯이 빳빳하게 서서
빵긋 웃고 있으니 천생 연분이 따로 없구나.
M U N H A K V A T A N G
유희수 | 1947년 전남 담양 출생
: 청암(靑岩)
1969년 광주교육대학교 졸업
1969~2008 초등학교 교사(정년퇴임)
한국스카우트연맹 훈련교수회 회장
한국스카우트전남연맹 부연맹장
국제문학바탕문인협회 이사
2009년 황조근정훈장 수상(대통령)
2009년 봉사대장 수상(한국스카우트연맹)
월간문학바탕」시 부문 신인문학상 수상
월간문학바탕」글로벌문학상 수상
월간 문학바탕」, 계간 글로벌문학」,
문학광장」, 계간순천문학」
작품 100여편 발표
저서 | 시집 노을빛 연가』 황혼의 노래』
공저 시와 에세이 6, 7, 8, 9, 10, 11, 12』
초록을 만나다』
봄의 속삭임
파란 눈빛으로
봄이 열리는 대지의
해맑은 얼굴
콧김 같은 미열에
밀리어간 겨울
여인의 가슴에 숨겨진
신비한 피부색 같은
엷은 들판 위로
생명의
싹이 트는가!
겨울잠 자던 생명이
살며시 떠 본
바깥세상은
회복의 기지개 켜는
봄의 속삭임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봄의 숨결
따사로운 정이
저렇게도 예쁘게
웃음이 피는가!
2017 April 85
|
당신은 하늘 나는 바람
당신은 하늘
하늘은 바다
끝없이 넓고 푸른 바다
구름은 조각배
바람이 사공 되어
노를 젓는다.
나는 바람
구름 조각배 타고
당신의 하늘
끝없는 하늘 바다로
외로운 사공 되어
저어 간다.
M U N H A K V A T A N G
이남천 | 호 : 정허재
시인, 수필가
월간 문학바탕」2004년 3월 등단
월간 문학바탕」수필부문 신인문학상 수상
계간 글로벌문학」부문 신인문학상 수상
글로벌문학상 수상(2007)
국제문학바탕 문인협회장 역임
호서문학 동인, 한국문협 회원, 대전문협
원, 대전 문총 회원
저서 | 수필집 마당과 울타리』, 노을빛 흐
르는 강여울에 서서』, 물결에 이는 바람』,
시집 영혼의 노래』, 공저 시와 에세
이』다수
법성포(法聖浦)에서
영광 법성포(法聖浦)!
인도 간다라의 성인 마라난타가
목화송이 같은 법을 펴려 첫발을 디딘 곳,
줄줄이 엮인 굴비들이 큰 눈을 껌벅이며
백제 시대의 화려했던 법성포를 그릴 때,
천년을 한결같은 갯내음 따라
마라난타사의 만다라 광장에 다소곳이 서면,
부용루에서 울려 퍼지는 독경 소리로
세속을 벗하는 어린 길손은
푸른 하늘의 흰 구름 좇으며
작은 가슴으로 우주를 담는다.
만다라를 우러른다.
마라난타의 옥음이 파도소리 되어 철썩이는
법성포(法聖浦)에서!
* 만다라 : 불법을 두루 갖춘 경지
2017 April 87
|
향일암(向日庵)에서
결승선을 앞둔 마라토너의
거친 숨결로 다다른 곳
금오산 중허리의 향일암(向日庵)
남해의 새벽공기로 들뜬 가슴을 다독이면
마침내
루비빛깔 부챗살이 온 세상에 퍼질 때
향일암(向日庵)은
아찔하게 푸근한 바위벼랑을 품고
관음전의 관음불도 붉은 미소로 해맞이
수줍은 동백이 바알간 가슴 부풀리면
장보고의 포효는 널푸른 거울 위로 미끄러지고
좌선하는 원효가 천년의 기지개를 켤 때
아래 거북곶이 짧은 손짓으로 아침을 재촉하면
어리디 어린 중생은
어두운 영혼을 밝힌다.
무외심(無畏心)을 베푼다는
향일암(向日庵에서
M U N H A K V A T A N G
이영식 | 육군항공 전투헬기 표준교관조
종사로 정년퇴임
보국훈장 광복장 서훈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2014 문학바탕 시부문 신인문학상
이천시 신둔면 새마을협의회 사무국장
다락방
내가 꿈이 많은 건
아마도
어릴 다락방에 지내서인가 보다
좁은 창문으로
따갑게 들어오던 햇살도 반가웠고
추운 겨울날
매서운 바람도 반가웠었지
늦은 밤이면
취한 윗집 아저씨 발걸음도 정겨웠고
어둑한 가로등 뒤로
옆집 누나 애인과 헤어질 때 그 아쉬움도 아련했지
희미한 백열등 아래
엎드려 누운 채 졸린 눈 비비며 읽던 책은 지금도 기억나고
조용히 들려오던
부모님의 살림 걱정에 같이 안타까워 잠 못 이루며
옆에 길게 누워
철없이 깊이 잠든 동생 바라보며 꺼질 듯 내쉬던 나의 한숨도
이제는 흔적 없는
고향 골목 찾아 꿈속을 헤메어도 기억조차 없다
꽃피는 봄이면
골목으로 퍼지는 목련향기 그윽하여 실눈 뜨게 하고
더운 여름이면
푸른 바닷가를 꿈꾸며 시간을 보냈지
선선한 가을날
옆집 넘은 감나무 바라보며 결실이 뭔지도 알았다
어린 다락방은
나를 키우고 내 꿈도 자라게 한 소중한 추억이었네
2017 April 89
|
나무와 아내
바람 부는 언덕이 나를 오라 한다
풍성한 머리채 윤기나게 휘날리며
얌전히 있는 여인의 자태처럼
아름다운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곳
코끝을 간질이는 향기로운 머리
나는 곳에서 떠나간 지난날의
옛기억을 떠올리며 미소 짓는다
지난날의 폭풍 같던 사랑은 간곳없지만
푸석한 얼굴에 옛 모습 찾을 수 없는
나이든 아내의 지고함이 더 고마운 이 계절
어깨 시려워 움츠려도 마음은 항상 따뜻한
지금 순간에 발 머물 수 있는 행복이란
그대여 바람처럼 내 곁을 스치지 말라
나는 그대의 영원한 뿌리이고 싶다
당신이 마음껏 춤추고 노래할 수 있는
단단한 그루터기가 되어 남은 생을
그대와 함께 하련다
M U N H A K V A T A N G
이용대 | 호 : 佳村
강원도 삼척 가곡 출생
2003년 월간 조선문학 등단
삼척문협 회원
서울 양천문협 강서문협 사무국장
월간 한올문학 부회장
청소년회관 시 창작 강사(성인 및 청소년)
한국기독시인협회 기획위원
한국문인협회 문단윤리위 부위원장
평론 및 칼럼리스트 활동
수상 : T,S,엘리엇 현대시부문 최우수상(한국
펜클럽), 한국기독시인협회 작품상, 서울
서문학상 본상
시비(詩碑) : 4곳에
시집(詩集) : 개인 시집 6권
해설집 : “시에게 사랑을(시 80편 해설)”
냉이
어물 준비했다가
찾아 아들 먹이려고
거친 이랑 기어가며 냉이를 캐고 있다
다듬고 씻어 한 근에 기껏해야 삼사천
모아 팔면은 열기 둬 마리 산다 해서
찬바람 속에 점심 거르며
얼음 흙을 뒤진다
긴긴 끝날 줄 모르는
보리밭을 매다가
어디선가 애기 울음 바람결에 들리면
고무신 벗겨지는 줄 모르고 엎어질 듯 달려가
앞섶 훌러덩 내린 뒤 젖 물리던 살붙이
전봇대에서 방정맞은 겨울 까마귀 짖자마자
흉한 생각에 소리 질러 강 건너로 쫓아낸 후
노파는 시림 잊은
냉이를 캐고 있다
* 열기 : 바닷물고기, 불볼락의 다른 이름
2017 April 91
|
무후제(無後祭)
꽃은 피웠는데
열매 없는 나무인가
맺었던 열매들을 잃어버린 영혼인가
함초롬히 내리는 비에
애처로이 젖는 비석
이름 석자 기억해 주기를
단지 그것 하나 바라며
세상에 왔다 갔다는 발자국 남기려 한 얼 빛이
측백나무 둥으로 그림자처럼 일렁인다
지펴놓은 황촛불은 댓잎처럼 하늘이고
피우며 읽어가는 남은 자의 제문이
유언과 함께 허허로이
너머로 날아간 후
마른가지에서 떨어지는 차가운 빗방울이
무자혼(無子魂)의 눈물인양
하고 떨어진다
* 무후제 : 유언에 의해 행정기관에 기탁한 재산으로 자식과 일
가친척 없이 살다 사망한 사람에게 지내주는 제사
M U N H A K V A T A N G
전성재 | 한맥문학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문학작가연합 회원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및 대학원 졸업
현) 한국도자재단 문화사업 본부장
저서 | 시집 애기 별꽃』 그대 점 하나 그리
싶다』
오장환을 만나러 회인면을 가다
시는 시인을 만들고 시인들을 만난다
정지용 박두진 서정주 이육사 김광균 이중섭
훗날 당대의 시인들이라 칭한다
사상과 시대정신 속에 생각을 잉태하고
글로 환생되며 낭송되어지더라
시인은 갔어도 시는 남으며
그를 만나러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든다
하얀 원고지에 나의 생각을 담고
시로 표현하며 수많은 눈길 중에
나의 시를 읊조릴 때
시는 살아가는 것이다
나의 시여 -
훗날 눈길 중 몇이라도
찾아와 준다면 나의 시도 춤을 출 것이며
기억되지 않겠는가
오늘 따라 나의 생각을 읊조리는
시꾼이 게 참 좋다
오장환 그대의 흔적을 따라가고
짚어본 나의 발걸음이 가볍다
초겨울의 날씨마저 따뜻해서
좋다.
2017 April 93
|
하루
그대여 하루는 어떠셨나요
생의 하루가 또 그렇게
속절없이 무너지네요
날을 맞이하고 보낸다는
생의 하루가 소멸된다는 것이지요
무언가에 쫓기듯 일상속 에서 바쁘게
하루를 허덕였지요
만족한 하루가 항상 아쉽고 허기져오지요
매일 맞이하는 하루의 끝을
공허와 목마름으로 돌아다보지요
어떻게 하루를 맞이하고 보내야 하는지요
오늘 하루가 또 오고 지나갑니다
하루여 -
그대는 나를 위해
어떤 열매를 주시렵니까
나는 그대를 위해
어떤 희망을 준비할까요
생의 하루가
하염없이 흘러갑니다
안타까운 오늘이
소리 없이 내일에게 인계됩니다
하루여 -
내일의 오늘이여
그대는 어제의 오늘보다
예쁘기를 바랍니다.
M U N H A K V A T A N G
최해춘 | 경북 경주출생
2016년 계간 서정시학 등단
저서 | 시집 행복의 초가』 허공에 길』
살다가 문득』
날아라, 토룡
오후의 마당 까치가 날아와
오체투지 중인 토룡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다
고개를 갸웃거리고
잠시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는 듯
급할 없는 식사
온몸을 공양으로 바치는 토룡의 몸짓이 순진하다
톡!
토룡이 날아간다
까치의 몸을 빌려 승천하는 토룡
지상에 짧은 문장 한 줄 완성되지 않았는데
지하의 어둠을 털고
훨훨 날아가는 서녘 하늘 붉다
날아라, 토룡
오후의 마당이 다시 적막해졌다
2017 April 95
|
애월
첫사랑 같은 이름 마음에 젖어들었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
옥색 바다 치마처럼 펼치고 파도의 주름으로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가늘고 긴 손가락
닮은 길들 펼쳐
조가비 같은 집 올망졸망 거느리고
시간의 장단 튕기는
애월,
떠돌이별도 오래 머물다 가는 섬엔
첫사랑 같은 만남이 있었다
이름만 불러도 살포시 품에 안길 듯
약간은 애달픈 여자 모습 떠오르게 하는 이름, 애월
아무도 몰래 마음에 품고 사는 나는
애월을 애무하는 바다가 되어
바다에 잠긴 눈썹 같은 달까지 사랑하고 싶다
바다가 해무에 몸 숨긴 날은
하품 속에 녹아내린 지루한 하루가 애월항을 맴돌아도
이름만큼 애틋한 사랑을
등대 같은 사내가 되어 몸 비비며 살고 싶다, 애월
M U N H A K V A T A N G
호남 | 시인
국제문학바탕문인협회 서경지회 사무국장
동인지 시와 에세이이』 다수 참여
현재 대신증권 재직
저서 | 시집 당신 얼굴』
경복궁에서
가슴 한곳에 울컥
피가 쏠리는 곳이 있다
단청이 울컥 외로운 곳
담장이 허공과 함께 걸어온다
꽃단장에 묻은 명성황후,
하늘 높은 비명은 아직도 메아리를 만나지 못했다
당신으로 하여 저녁이 붉어지고
모진 나날에 어둠이 먼저 온다
확인한 사람 없다
확인할 사람 없다
목이 역사의 징검다리를 건너
울컥 하얀 눈이 절뚝거린다.
2017 April 97
|
새는 날개가 없어 하늘을 날지 못한다
아래 흘러가는 물구름을 본다
사무실은 22층
내려 보고 올려보고 인왕산을 본다
가장의 헛기침과
신입의 흔들리는 어깨가
식은 커피 종이컵을 쌓는다
광화문 촛불이 인왕산을 밝힌다
이미 그것 촛불이 아니다
붉은 바다다
하지만 나는 작은 영주가 되어
지금 시각의 주인이 되어 내 구름을 지켜본다
M U N H A K V A T A N G
홍금만 | 전남 곡성 출생
문학바탕』(수필)
문예비전』(시)로 등단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수원문학아카데미 회원
완도여자
선희야,
지금 동백은
피었니?
봄이 오면
문득
완도에
가고 싶다
청산도로 떠나는
부둣가
뱃고동소리에 실려 있는
그리움
완도사람들
가슴에는
바다가
살고 있는데
완도여자 선희
목소리에는
바다 내음이 난다
동백꽃이 피어있다.
2017 April 99
|
어머니 생각
옛날
곡성 신기리 고향집에서
어머니는
광목으로
문지방을 닦으며
“느그 둘째 오래비는
객지에서도
부자로 살 것이당께로”
어린 딸에게
혼잣말처럼 말씀하셨다
오늘, 화성시 송산면 고포리
어섬
포도밭 언덕
둘째 오빠
어여쁜 며느릿감
앞세우고
막내 오빠 네도 모였다
맛난 음식 먹으며
집안이 싱글벙글
어릴 고향 얘기로
해가 저무는데
양념딸은
문득
더욱 어머니가
보고 싶었다
서해 바닷바람이
흔들어대는
어섬 갈대 숲길
뒤돌아설
붉은 석양빛으로
어머니가 뜨겁게
뜨겁게
흔들고 계셨다.
M U N H A K V A T A N G
김종철 | 수필가
2005<문학바탕>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정회원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영상의학과 명예 교수,
의학박사
저서 | 돛단배 하늘 높이 띄우고』 팔푼이 행
진곡』 성(聖)스러운 성(性)에 성공(成功)하자』
공저 | 이것이 나의 간증이요』 스트레스는
없다』 등 다수
꽃샘추위를 녹이듯 4월의 한도 녹이고
살아가면서 누구나 예외 없이 겪게 되는 고통·시련·번민과
위기는 좌익도 우익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도 아니다. 이들
에서는 오직 인간의 선택적 결단만이 필요하다.
없고 어쩔 없다고 운명적으로 받아들여서 평생 시달
리다가 피골이 상접할 것인가. 아니면 엄연한 사실로 인정한
에, 그들의 노예가 되길 거부하고 그 잔인·암울·음침한 영향권
에서 벗어나 나만의 길(my way)을 개척해 나갈 것인가. 전자냐
후자냐, 이것이 문제로다. 그러잖아도 왜곡·마비된 양심에 화인
(火印)까지 찍혀 자기합리화와 확정 편향(確證偏向, Confirmation
bias)의 아집에 빠지는 바람에 정의·사랑·배려에 눈이 멀고 귀
막힌 자들이 너무 많아 걱정이다. 이들에게 실제적인 우리의
삶으로 본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위기 극복의 사람이 되자.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냄새 맡고 싶은 것만 맡고
지고 싶은 것만 만지고 먹고 싶은 것만 먹는 불통(不通)의 사람이
위험에서 속히 벗어나자. 그래야 ‘죽음’의 사월(死月)이 아닌
‘춤추는’ 사월(娑月)이 우리와 함께 왈츠를 추지 않겠는가.
꽃향기 대동하고 우리에게 달라붙는 4월을 맞이하니, 인간
답게 사람 내음 드러내는 사람이 무척 그리워진다. 사람은, 개에
뒤떨어지지만, 2000~4000 가지의 냄새를 구별·감별할 수 있
을 만큼 예민한 후각을 가진 동물이다. 그러면 나는 나를 어떤 냄
새나 향기로 자리매김할 있을까? 내가 살아온 인생 여정과
금도 이어지는 삶이 풍기는 내음이 역겨운 악취이기만 할까?
아니면 나만의 독특한 성격·인격·사고방식·인생관·습성·
습관·가족관계·친밀도·주위환경 등이 녹아 절묘하게 배합된
그윽한 향기일까? 다른 사람들은 나를 어떤 냄새나 향기로 기억
할까? 나라는 사람이 매일 입는 옷처럼, 내가 겹겹이 둘러 걸치고
있는 나의 외적 인격 혹은 가면을 쓴 인격(persona)에는 어떤
음이 배어 있을까?
이야기가 나서 말인데, 사람들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옷을
입고 사는 유일한 부류이다. 그냥 단순하게 보온·방한·차양
을 위한 옷이 아니라, 패션까지 고려하여 온갖 종류의 의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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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 내고 사서 입는 의류 문화가 엄청 발달되
어 있는 유별난 종(種)이다. 옷에 대한 인간의 욕구
는 정말 대단하다. 그런데 옷에 대해서도 양면성이
있음을 부인할 수가 없다. 옷장이나 장롱을 열어보
정들고 추억이 서려 있고 여러 가지 이유로
까워서 버릴 없고, 막상 격식과 예의를 차려야
곳에 가려면 입을 마땅치 않은 보통 사람
들의 고민이리라. 비단 의류뿐만 아니라, 삶의
륜과 함께 늘어나는 우리의 살림과 생활용품도
찬가지이다. ‘살림에는 눈이 보배라’는 속담처럼,
가정생활에는 일일이 보살핌이 제일이다. 하지
그렇게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봄이 오는 것을 잔뜩 시샘하여 꽃샘추위가 극성
부리던 2017년 3월 둘째 주의 어느 날. 집의
부분을 수리한 정리하다보니 아깝지만 버려야
할 것들이 제법 많이 쌓였다. 보관하거나 사두기보
다는 하나씩 없애 나가야 할 시기이기에 과감한 결
단이 필요하였다.
마침 ‘고물 처리하거나 삽니다’라고 확성기로
송을 하는 트럭이 우리 주위를 맴돌기에, 급히
뛰어 쫓아나가서 소리로 불러 차를 세웠다.
아하니, 트럭을 운전하시는 분이 왜소하고 깡마르
꽤나 연로하신 할아버지라서 마음이 짠하였다.
컴퓨터, 레이저 디스크 플레이어(laser disc player),
스피커, 스테인리스(stainless) 싱크대와 그릇 등을
말씀드리니 흔쾌히 가져가시겠단다. 추운 수고
하신다고 아내가 따끈한 커피를 대접하니 굉장히
고마워하신다.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데 이렇게
생을 하시느냐고 말을 붙이니, 사연 많은 인생
토리가 실타래처럼 술술 풀려나오기 시작한다.
매상을 하던 부모님으로부터 땡전 받은
없이 단신으로 먹고 살아가느라, 14살 때부터 몸으
로 때우는 일을 하면서 73세인 오늘까지 몸으로
딪히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단다. 가족 관계를
쭈니, 초혼에 실패하여 여자만 보면 자신을 속일
것 같아, 올해로 35세 된 딸 이외에는 더 이상 후손
없단다. 다행히 딸은 연봉 3500만원으로
결혼할 생각도 없는 비혼녀(非婚女)로, 아버지와
따로 떨어져 자기 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어 아무 걱정이 없단다. 하나를 무기로
살아온 삶이기에, 죽을 때까지 고물 모아 팔면
서 원 없이 살다가, 여한 없이 이 땅을 떠나고 싶단
다. 가슴이 무척 아파온다. 끈질긴 생활력과
명력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없다. 힘내시고
무리하지 마시라고 머리 숙여 인사를 하니,
렇게 초면에 기나긴 자기 인생 사연을 중단 없이
끝까지 들어주고 장시간 말벗이 되어 주어 정말 고
맙다고 눈시울을 붉히신다. 외로운 노인, 대화
대를 얼마나 갈급해하고 그리워했을까? 공감 결여
시대의 단면이 아닐 수 없다.
우리들의 정겨운 대화를 듣고 있던 꽃샘추위의
술도 스르르 풀리는 듯하다. 서로의 말을 들어주고
배려해주는 이런 바로 살가운 인생살이 아닐까?
더불어 사는 게 우리의 삶이니까. 그래서 그런지 그
오후부터는 날씨가 점점 풀리기 시작하였다.
4월이 우리를 향해 화려한 춤을 추자고 눈웃음을
치며 손을 내민다. 년 열두 달 중에서 하필 자
기를 ‘죽음의 달이요 잔인한 달’로 부르냐고 인간들
에게 거칠게 항의를 할만도 하다. 3월의 꽃샘추위
녹인 두 남자의 정담(情談)처럼, 4월의 억울함과
한(限)도 우리가 녹이고 풀어주자.
M U N H A K V A T A N G
박찬란 | 수필가
월간시사문단 신인상, 황진이상 수상, 박화
목문학상.
저서 | 찬란한 아침 1.2.3권외 다수
나의 탯줄, 선비의 고장 「영주」
고향은 영주(榮州)다. 선비의 고장에 태어난 것을 나는
적부터 굉장한 자부심으로 생각하며 자랐다. 가난해도 절대
비굴하지 않았고 당상 나무처럼 당당했으며, 집성촌이 있어
배고픔은 나라 얘기로 생각하며 살았다. 마음 뿌리
는 마을 공동체가 곧 한 가족 문화였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친정
아버지는 얼마나 기품 있는 지방 공무원이었던가! 그런 아버지
보면서 공자를 생각했고, 황희 정승을 가슴에 훈장처럼 새기
게 된 연유이리라. 그 마음 배경에는 과연 무엇이 존재했기에
그렇게 자신만만했을까? 그것은 바로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
않는 선비정신이 내재해 있기 때문이리라.
푸근하고 다정다감할 아니라 공동체의 체면과 사회적
정을 가장 중시하는 철학을 가진 선비의 고장 영주는 국립공원
「소백산」아래, 풍요로운 환경과 넉넉한 인심으로 어우러진 21
세기 생명자원을 간직한 ‘청정문화 도시’가 아닌가. 그리고 그 오
세월 꽃피워 온「유·불 문화」는 영주의 또다른「랜드마
크」이기도 하다.
예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선현들의 풍류와 멋을 고스란히 간직
하여 지금까지 삶의 공간 곳곳에서 회자하여 오면서 영주시민들
의 흥과 신명 나는 삶의 모습, 그리고 화합을 다지는 대·소규모
의 축제로 이어져 해를 거듭할수록 축제장을 찾는 국내 · 외 관
광객들이 늘어나는 ‘고품격 도시’이기 때문이다.
민족의 영산 소백산은 한반도 남단을 북동과 서남으로 이어주
는 백두대간으로서, 반도의 척량산맥이며 남한강과 낙동강의 분
수령을 이루는 소백산맥의 주산이요 영남의 진산이며, 민족의
같은 영산이 아닌가. 소백산에서는 해맞이축제와 철쭉꽃
축제로 해마다 인산인해를 이룬다.
주요관광지는 신라 문무왕 16년에 화엄종의 종조인 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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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 창건한 화엄종찰 「부석사」가 있으며, 세계
문화유산인 북한과 만주의「고구려」돌방 무덤과
같이 남한 유일의 삼국시대 고구려 무덤 계통인
횡혈식 석실분인 순흥읍 내리 벽화고분이 역사의
흔적을 말해준다.
무섬 전통마을은 굽이굽이 돌아 흐르는 강줄기
둘러싸여 자연의 정취로 가득 채워진 문수면
수도리에 있다. 이곳 전통마을은 고즈넉한
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선조들의 숨결이 오늘까지
이어오고 있는 우리 전통마을의 자존심이기도
다. 배산임수의 고색창연한 마을 길을 거니노라
면, 역사를 거슬러 올라 선조들의 채취와 삶의
습을 새롭게 느낄 있다. 특히 무섬외나무다리
는 350여 년의 역사를 가진 통나무를 반으로 잘라
의자 다리처럼 붙여 만든 징검다리는 고향의 향수
불러일으키는 매우 감성적인 장소가 아닌가.
우리나라의 전통마을을 든다면 안동에 하회마을
경주 양동마을 있다면, 영주엔 산이 마치 물동
이 동처럼 생겼다 하여 무섬이라 명명했다고 하지
않았는가.
다리 아래로는 내성천의 넓은 백사장에서 기다
림의 미학을 배우던 그시절이 주마등처럼 떠오르
다. 유년시절 영주 오일장에 가셔 돌아오시지
어머니를 기다리는 모래 장난보다 더한
있을까. 흐르는 물소리를 친구 삼아 외나무다
옆에서 모래성을 쌓았다가 부수기를 수천
반복하지만 지루한 오후 시간은 멈춘 적막하
다. 하지만 결코 놓칠 없는 시선 하나가 있다.
병아리가 아무리 배가 고파도 숙제처럼 하늘
쳐다보는 것을 잊지 않듯이- 바로 ‘이제나저제
어머니가 버스에서 내리시기만을….’ 그러기
를 반복하다 기적처럼 희미한 물체가 이리로 걸어
온다. 엄마의 모습은 멀리서도 한눈에 알 수 있다.
본능은 설명할 없지 않은가. 가까운 거리임에
도 그 때는 왜 그리 멀게만 느껴졌던 걸일까. 다급
마음에 정신없이 달려가노라면 목소리가 먼저
와 안긴다. “엄마 아~”하고 부르면, 얘야 물에
질라. 거기 있어라!” 마디에 세상을 다가
부자였던 그때가 한없이 그립다. 마을에
멀지 않는 곳에 고향이 있기에 동화는 언제
기억 속에 행복한 추억으로 살아 있다.
이곳 축제로는 매년 5월경이면 선비문화축제,
소백산 철쭉제, 매년 10월초엔 풍기 인삼 축제,
계절 탐방 코스인 소백산 자락길이 순흥 소수서원
에서 시작해 충북 단양 김삿갓 묘역에서 끝나는
7구간 20.8km의 자연생태탐방로는 현대인의
마음 쉼터로 이곳보다 더 좋은 곳이 있으랴! 그 이
외에도 소백산국제마라톤대회, 소백문화제, 단산
포도축제, 부석사축제 볼거리를 즐기며, 현대
누구나 공동체가 되는 나눔의 행사가 매년
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곳 「선비촌」은 우리 민족의 생활철학이
선비정신을 찬양하고, 사라져가는 전통문화를
재조명하여 윤리 도덕의 붕괴와 인간성 상실의 사
회적 괴리현상을 해소해 보고자 충효의 현장에 재
현한 곳이다.
풍기 군수였던 신재 주세붕이 고려 말의 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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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儒賢)인 안향 선생의 위패를 봉안하고, 다음 해는
학사(學舍)를 건립하여 백운동서원을 창건하였다.
그 후 명종 5년에 퇴계 이황 선생이 풍기군수로 재
임하면서 나라에 건의, 왕으로부터 소수서원(紹修
書院)이란 사액을 받게 되어 최초의 사액서원(공
인된 사립고등교육기관으로 한국 최초 사립대학
교)이 지정되면서 여기서 공부한 유생들이 4천여
명이라 하니 그 명성이 오죽이나 자랑스러웠을까.
이런 소수서원과 연계되는 영주 선비정신의 계승
이를 통한 올바른 가치관 정립 그리고 역사관
확립을 위한 산교육장으로 현재 남아 있어 매우
반가웠다.
선비촌의 세대 구성은 종류이었으나 그중
에서 내가 가장 공감할 있는 가풍은 김세기
(家)의 ‘우도불우빈(憂道不憂貧)’의 철학이다.
난함 속에서도 바른 삶을 중히 여긴다는 뜻이다.
비록 살림살이가 어렵더라도 잘사는 일에 욕심이
나서 선비의 도를 벗어나지 않았으며, 곤궁함으로
인해 가볍게 스스로의 품격을 잃지 않았다.
영주는 그런 곳이다. 삶이 유학자의 길이었
고, 불교 정신으로 자신을 수양했으며 무위자연
최고의 스승으로 삼았던 고장 사람들의
줄이 물과 산의 젖줄인 내성천(柰城川)이 혈맥처
흘러 금천과 만나 낙동강 삼백 리를 따라 안동
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것이 나의 탯줄이어서일
까. 나도 인생의 고개를 사는 날까지
상과 품격을 잃지 않으려고 바람이 때마다
폭을 크게 벌리며 삶의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학처럼 한쪽 다리로 서 있던 우스꽝스러운 모습도
없지 않았다. 그때마다 아버지의 말씀이 종소리처
영혼을 울렸다. “어떤 경우라도 의연함을 잃지
말아라!”그 말씀이 나의 삶의 탯줄을 끊지 못한 이
유가 아닐까.
우리나라는 작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명산이
참으로 많다. 명산 명수에 인물이 나는 법인가. 그
산은 어느새 삶의 영혼의 주축이 되었고, 맑은
물은 생명수로 흘러 피와 살이 됐다. 그래서일까,
어느 순간부터 영주 선비촌 정신이 몸을 지배
하는 주인으로 등극한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어느 고장에서 자랐는지 매우 중
요하나 보다. 오 남매 중 유독 영주 선비 정신을 닮
아이가 있다. 아이를 보면서 나는 중얼거린
다. ‘근본은 절대로 속이지 못하는가 보다’라고. 친
정아버지 반대를 무릅쓰고 첩첩산중을 지나 무섬
외나무다리를 건너 고란골에 들어와서 십장생
뿌리를 얻고자 한 남편의 의도는 과연 무엇이었을
까. 끝내는 선비였던 아버지를 회심하게 믿음
무엇이었을까. 누구도 말리는 벽창호 같은
남편의 의지를- 생각하며, 미소 짓는다. 만나야
사람은 강물처럼 언젠가는 만나게 될 수밖에 없는
자연의 순리와 인연을 생각하는 시간이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우리가 물질의 노예로 사
한 인간은 결코 행복의 주인공이 될 없다. 물
질이 사람의 주인으로 득세하는 요즘 세상을 보면
서, 내 고향 선비촌, 영주를 다시금 재조명하게
다. 그래서 인생은 돌고 돌아서 다시 원점이 되어
생명의 본향, “나 하늘로 돌아가나 보다.”
영주의 맑은 하늘, 푸른 공기, 소풍 나온 뭉게구
름이 오늘따라 유난히 첫사랑처럼 그립다. 만일
시간을 되돌 있는 능력이 내게 있다면, 그때로
되돌아가고 싶다. 그리고 고향 유년 뜰을 한없
풍요롭게 했던 탯줄을 정겨운 산천에서
시 찾을 수 있다면 난 분명히 행복한 사람이다. 생
명이 존재하는 한, 영주(榮州)는 내겐 유년의 향수
이자 가슴속의 연인으로 아름답게 기억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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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옥 | 시인, 수필가, 동화작가
칼럼니스트
실버렐라 가요강사자격증 취득(대한예총)
현)김포시청 발행 월간김포소식지 김포마루
시민기자
현)김포시노인종합복지관 자원봉사자
김포우리병원 노래봉사 소감
설렘 반, 두려움 반, 떨리는 심정으로 2011년 7월 21일에 처음
시작한 김포우리병원에서의 노래 자원봉사! 전상범 팀장님과 ‘우
리도 가수다’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준비, 진행방법에 대해 의논
했을 때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일 년이란 시간이 흘렀
으니 참으로 빠른 세월을 실감할 수 있겠다.
그동안 수많은 환자들, 가족들, 문병인들, 간병인들을 만나
면서 짧은 시간과 좁은 공간에서 다양한 인생 공부를 할 수 있어
참으로 좋았다. 처음엔 무표정이거나 인상을 쓰며 휠체어에
대어 조용히 앉아 있던 환자들이 시간이 흐르는 동안 마음이
려 환한 미소를 띠우거나 손뼉을 치며 분위기를 타고, 끝나 병실
로 돌아가면서 ‘고맙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인사까지 해줄
정말로 큰 보람을 느껴 기분 좋았다.
노래신청자 중 ‘묻지 마!’ 즉석부부가 되어 재미있게 ‘잘했군, 잘
했어’ 민요를 실감나게 같이 불러 박수갈채를 받았던, 뮤지컬가수
라는 젊은 남자환자! 처음 신청곡을 다 부르고 난 뒤 ‘혹시 뮤지컬
가수가 아니냐?’고 물으니 얼굴이 발개지면서 ‘네!’라고 수줍게
답하던, 비스듬히 쓴 모자가 인상적이었던, 순진한 청년이었다.
“자신이 좋아해서 택한 본업은 언제 어디서든 감출 수가 없지요.”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고 직업을 맞춘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입원하신 할머니 보러 왔다가 동요를 귀엽게 불러 사랑을 독차
지했던, 동그란 얼굴의 어린 문병인! 김포우리병원에서 마련한
선물을 자꾸 받고 싶어서였을까? 아니면 할머니의 투병생활
때문이었을까? 두 달째 계속 나타나 동요 한 곡씩 부르고, 애교를
떨며 아는 하더니 지난 7월부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보고
싶고, 할머니의 근황이 궁금하다.
신이 많아 흥겨운 민요풍의 가요곡전주가 나오면 의자에 앉아
서도 어깨춤을 ‘덩실 더덩실’ 추는 간병인! 프로그램의 단골손님
으로 지금까지 선물을 세 개, 노래실력도 처음보다 많이 늘었다.
오른쪽 다리수술로 입원한 남편을 돌보기 위해 대구에서 올라
왔다는 부인! 노래를 불러 연말노래자랑참가자명단에 올렸는
데 두 번째는 남편까지 대동하여 부부가 연말노래자랑대회에
M U N H A K V A T A N G
가할 있게 되었고, 개의 선물을 동시에 받아
갔다.
처음엔 젊은 혈기에 찬 괜한 시비를 걸며 신경질
적으로 나오던 29세의 남자환자!
“아들아, 아들아, 세상 모든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일단 참아라. 참는 자에게 복이
나니!”
농담 반, 훈계 반, 강한 말에 순한 양이 되어
점잖은 말투를 쓰면서 ‘알겠습니다!’ 머리 숙여
사를 했다. 보름 후, 두 번째 나왔을 때는 자기소개
를 간단히 하라고 했더니 내년에는 꼭 장가가고 싶
다면서 공개구혼을 하여 웃음바다를 이루게 해주
었고, 나중에 신청한 사람의 노래방기계 번호까지
찾아주는 친절함까지 보였다.
색소폰을 다룰 알아 동아리활동, 봉사활동을
다닌다며 필요할지 모르니 명함을 달라던 중년
남자환자! 평소 음악생활을 많이 해서인지 음악 감
각도 있고, 분위기도 탈 줄 알며 노래도 잘 불러 선
개를 연속 타갔다. 끝나면 갖고 음료수를
주면서 수고 많이 했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혹시 이득형 선생님 딸, 이계옥이 아닌가요?”
화곡동에서 김포로 이사 오던 날, 손목부상으
입원했다는 신정초등학교 15회 원명자 선배환
자! 프로그램을 끝낸 후, 어렸을 때 얼굴이 제일 예
뻤고, 공부도 제일 잘 했다는 선배와 친정아버지를
전화 연결해 드렸다. 그래서 사람은 죄짓고 못산다
옛말이 있나보다.
“이젠 집보다 김포우리병원이 더 편해요!”
1년 전, 공연했을 때 노래를 부른 장기입원환
자지만 다른 환자들의 휠체어를 밀어주거나 대화
상대를 해주고, 병원근무 아주머니들, 간병인들과
잡담까지 나누는, 성격 좋은 다른 중년남자환
자! 얼마 전부터는 병원현관문에서 기다리고 있다
제일 먼저 반겨주기까지 한다.
노래는 가수 조미미씨의 ‘바다가 육지라면’을
르면서 방법이나 태도는 가수 하춘화씨를 따라
까집거나 위로 치켜드는, 마이크 잡은 손이 ‘덜
덜덜’ 떨리던 중년여자환자! ‘노래를 부르시
네요.’란 내 말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흥분한 목소리
대답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처음 노래 불러 봐요.”
저녁운동하기 위해 지나가다가 노랫소리가 들려
멋모르고 신청한 후 선물도 받고, 연말노래자랑 참
가자격까지 얻은 70대중반의 남자신청자!
“몇 년 전, 김포시편 전국노래자랑 예선취재현장
에서 본 기억이 나는데요, 혹시?”
청바지차림으로 나이에 비해 매우 젊고, 건강해
보였다.
“이 노래를 남편에게 바치고 싶어요.”
남편의 정성스런 간호에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최성수의 ‘동행’ 노래를 눈물로 부르던 중년의 암수
술환자! 다행히 수술경과가 좋다면서 미소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아무나 불러도 되나요? 친구 병문안 사람
인데?”
구성지게 노래를 부른 급히 현관문밖으로
사라진 대머리의 중년남자문병인!
“얘들아, 차에서 잠깐 기다려! 나 얼른 노래 한
부르고 갈게!”
박자와 음정이 제멋대로지만 감정이나 리듬
는 분위기만은 최고였던 매우 명랑, 까불까불 40대
초반의 여자문병인!
외로 어릴 친구들과 뛰어놀던 생각에
목이 메어 도저히 못 부르겠다며 간주곡이 나올 때
마이크를 내려놓던 뚱뚱한 여자중년환자!
노래 부르는 목소리만 들으면 영락없는 가수
춘화씨인데 박자와 외모는 전혀 아닌 또 다른 중년
여자환자!
“곡명을 몰라서 번호를 못 찾겠어요!”
노래 부르고 싶은 심정을 억눌러야했던 안타까
환자들!
2012년 4월 5일 식목일은 친정 부모님의 결혼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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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년(회혼)기념일이면서 김포우리병원 ‘우리도
수다’ 프로그램공연일! 마침 노래방기계가 고장
특별이벤트선물로 아버지에게 아코디언연주봉사
와 건강을 위한 재미있는 이야기 세 가지를 말씀드
기회를 드려 기쁨과 보람으로 효도했다. 끝을
장식한 둘째남동생부부의 ‘둘이 하나 되어’ 이중창
모인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어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몸이 불편하여 입원한 환자들을 배려해
족과 간병인들에게 잠시라도 위안을 주고자 매달
첫 번째와 세 번째 목요일저녁7시쯤부터 김포우리
병원 1층 로비에 대형플랜카드를 걸거나 노래방기
계를 설치, 의자들을 뒤돌려 준비하시는 김포우리
병원관계자님들!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
다가 뒤처리를 하시고 늦게 퇴근하시는 수고가
참으로 크십니다. 노고에 고개 숙여 감사의
사를 드립니다. 바쁘고 피곤하신 중에도 하루 시간
내어 환자들과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해주셨던
도현순 부원장님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립니다.
그리고 때마다 절실히 느낀다. 나에게 글로 사랑
나누는 마음의 봉사, 몸으로 나누는 배식봉사 외에
도 이처럼 노래봉사를 할 수 있도록 투철한 봉사정
신과 음악성달란트와 노력하는 지혜를 주신 부모
님이 정말로 고맙다고.
M U N H A K V A T A N G
정하웅 | 수필가
숭실대학교 통일정책대학원 졸업
경제기획원, 통일부 근무
월간 <통일동우회보> 편집인
化粧室의 화려한 變身
옛날에는 用便을 보는 곳을 지방 시대에 따라 다르긴 해도
뒷간 또는 측간(間), 통시, 정랑(淨廊)이라고 불렀고, 사찰에
서는 해우소(解憂所), 일제 강점기 이후에는 변소(便所)라고
렀다. 그런데 근래에 와서는 化粧室이라고 부르고 있다.
언제부터 화장실이라 부르고 있는지는 정확히 없으나,
아마도 변기에 걸터앉아 일들을 정리해 본다든가, 손을 씻고
거울을 보며 얼굴을 만지고, 머리를 다듬는 등 몸과 마음을 정갈
하게 꾸미는 말 그대로의 `化粧`의 의미가 담겨져 있기에 그렇게
부르는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유럽에서도 18, 9세기경 영국에서 화장실을 분장실이란 말로
표현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귀족들이 가발을 쓰고 다니
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위생처리의 한 방법으로 가발에 파우더를
뿌렸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분장실(粉裝室/powder closet)
이 있어야 했고, 손을 씻을 수 있는 물이 있어야 했으며, 의자 형
양변기도 있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분(powder)을 바르는 작은
방(closet)’은 분장(화장)도 하고 용변을 보는 공간으로 인식되었
다고 한다.1) 그러나 지금은 영어로 ‘화장실’이라는 표현은 찾아
수가 없다.
그렇다면 외국에서는 화장실을 어떻게 부르고 있는지 찾아봤
더니 영국에서는 W.C (water closet/수세식화장실)라하고, 미국
에서는 toilet(변기) 또는 restroom(쉴 있는 휴게시설과 함께
있는 화장실)이나 bathroom(수세식변기 외에 욕조가 있는 화장
실), lavatory(수세식변기와 세면이 가능한 시설 주로 비행기내
화장실)라 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위생 공간)이
洗手(세수하는 곳), 일본은 便所(용변 보는 곳)라고 한다.
이렇듯 거의 모든 나라가 단순한 용도의 목적으로 지칭하고
고, 특히 미국에서는 구조적·기능적으로 각각 달리 부르고
1) [네이버 지식백과] 수세식 화장실의 탄생 역사 (자연을 꿈꾸는 뒷간, 2000. 9. 27. 도서출
판 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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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유독 우리나라만이 다용도적인 ‘화장실’이라
부르고 있는데, 아주 이상적인 표현이 아닌가
각된다.
내가 지금까지 사용해 화장실을 소개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원시적 수준에서부터 현대적인
비데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형태의 화장실을 모두
경험해 봤기 때문이다.
내가 태어난 1940년대 전후에는 아기(유아)들이
똥을 누게 되면 으레 ‘워리’하고 부른다. 어디서 듣
고 순식간에 달려 온 개가 아기가 눈 똥을 먹고
둥이와 방바닥까지 말끔히 핥곤 나간다. 무명기
저귀가 있었지만 특별한 경우 외엔 사용되지 않았
고, 방바닥에 깔아 놓은 돗자리가 바로 기저귀
변기였다. 그래서 아기가 있는 집엔 거의 똥개
마리씩은 키웠다.
아기가 걸음마를 하게 되면 요강이 사용되었고,
4~5살쯤 되면 거름무더기에 가서 누었고, 어느
나이가 들면 화장실을 가게 된다. 옛날에는
집마다 환경이 비슷하여 대게 그러한 과정들을 거
치게 된다.
내가 어렸을 때는 모퉁이 외진 곳에 ‘통시’가
있었다. ‘통시’의 구조는 널빤지 두 쪽을 나란히 얹
어 놓거나 아니면 둥근 나무토막들을 가지런히 얹
어놓은 형태다. 우리 집은 후자였는데 용변을
때면 발이 빠지지 않도록 마치 곡예를 하듯 신경
써야만 했다. 지붕이 없어 비가 오게 되면
차서 용변을 때는 똥물이 튈까봐 똥이 떨어
지기가 무섭게 번씩은 일어서야만 했다. 언제
구더기가 들끓었고 똥파리가 날아다니는가
악취로 가득 베여 있었다. 지금은 화장지를
쓰고 있지만 당시는 지푸라기나, 호박잎, 좋아야
헌신문지였다. 한마디로 불결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옛말에 ‘처가 집과 화장실은 멀어
한다’는 말이 나온 것 같다.
캄캄한 밤이거나 급한 경우에는 ‘통시’에
없었다. 무섭기도 하거니와 위험해서다. 간혹
교에서 회충약을 먹고 회충이 마리 나왔는지
세어 오라고 때가 있다. 이런 경우는 거름무더
기에서 누게 되는데, 어김없이 강아지가 와서
먹어 치우기 때문에 이래저래 마리의 회충
나왔는지는 알 수가 없다.
이것보다 원시적인 경우도 있었다. 새마을
운동이 한창 전개되던 1970년대 강화도(내가
면)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다. 그곳 가정집에서
숙을 했는데 화장실은 잿더미 옆에 놓여
는 디딤돌 두 개가 전부였다. 가림 막도 없어 마당
보고 용변을 봐야만 했다. 처음에는 너무 황당
하여 사무실에 가서 용변을 보기도 했으나, 날이
가면서 점점 숙달돼 갔다. 용변을 후에는 재를
뿌려 삽으로 떠서 잿더미에 던져 놓으면 된다.
새는 그리 나지 않았으나 똥파리들이 많았다.
더미는 밭 거름으로 사용되었다.
서울이라고 해서 화장실이 크게 달라지진 않았
다. 빌딩이나 관공서 건물을 빼고는 지방이나
다를 바 없었다. 1972년에 있었던 일이다. 당시
울 성동구 군자동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았는데 집
에는 화장실이 없어 공중변소를 이용했다. 그해 8
폭우로 인해 중랑천이 범람하여 지대가 낮은
장한평은 모든 것이 물에 잠겼다. 가족들은 인근
답십리초등학교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밤을 지새
야했다. 이튼 물이 빠지면서 집에 돌아와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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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농이며 이불 등 온갖 가재도구들은 흙탕물과 오
물들로 뒤범벅이 있었고, 공중화장실 또한
물들로 가득 차있어 며칠을 이용하지 못했다.
1970년대 들어 산업화 되면서 아파트가 들어
서고, 관공서와 높은 빌딩들이 신축되면서 수세
좌변기화장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1984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에 맞춰
더욱 탄력을 받기 시작했고, 2002년 월드컵을
두고 대대적인 시설개수를 통해 화장실 문화를 획
기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지금은 전국 어디를 가던 위생적인 화장실로 변
모돼 있다. 공중화장실마다 깨끗한 수세식변기며,
2겹 3겹의 위생화장지가 비치돼 있고, 세면대엔
언제나 온수가 나오고 있고, 물비누와 핸드드
라이기까지 갖춰져 있다. 가정에서는 욕조와 샤워
시설은 물론이고, 보다 편리하고 위생적인 비데까
지 설치돼 있다. 옛날의 ‘통시’에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얼마나 변했으면 시골 어머니가 아들집에
오면서 밭에서 따온 토마토를 샘인 착각하여
변기에다 담갔다는 얘기가 나오기까지 했을까.
특히 고속도로휴게소의 화장실은 세계 어디에
도 빠지지 않을 만큼 변화되었다. 도로공사에서는
시설이 개선된 지 15년이 지났다하여 새로 일류호
급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한다고 한다.
화장실의 발전과정에서 생겨난 일화도 많다. 학
창시절에는 담임선생님은 잘못한 학생들만
장실 청소당번을 시켰다. 누구나 하기 싫어하는
곳이기에 벌을 주기 위해서였다. 일부 고등학생
들의 흡연공간이 되기도 하고, 입대하여 신병훈련
을 받을 때면 군것질하는 곳이 되기도 했다. 또 화
장실은 불결한 것들을 투기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특히 많은 여성들이 다니는 직장 화장실의 막힘
현상은 바로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화장
실은 드러나지 않고 비밀리에 하는 자기만의 은밀
공간이라 할 수 있다.
화장실로 인해 아쉬움이 있는 일도 있었다.
1987년도 압구정동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아
였다. 당시 아파트는 대부분 화장실이 하나밖에
없었다. 아이들 삼남매 다섯 식구였는데 화장
실이 하나이다보니 아침에는 분주했다. 불편
을 겪다 못한 큰 애가 화장실 두 개 있는 집으로
사를 가자고했다. 할 수 없이 1996년에 그 집을 팔
고 근처에 화장실 두 개 있는 집으로 전세 내어
어갔다. 이사간 지 2~3년 뒤 IMF를 맞으면서 일시
적으로 떨어졌던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
다. 전세기간이 끝나자 돈으론 강남에선 구할
없어 강북으로 이사를 가야 했다. 세월이 흐르
면서 집값은 더욱 올라 결국엔 서울을 벗어나야만
했다. 지금껏 경기도에서 살고 있는 것이 바로
장실 때문인 것이다. 이런 불편들을 간파했는지
요즘 짓는 아파트들은 비록 규모는 작을지언정 대
개가 두 개의 화장실은 갖춰져 있다.
수세식변기가 발명되기 전에 유럽에서 발생
일이다. 14세기 무렵 유럽에서는 똥오줌을
처리하는 ‘크로스 스토루’라는 의자 변기가
사용됐다고 한다. 변기가 차게 되면 하수구나
길거리에 버려졌는데 일일이 계단을 오르내리기
가 불편해지자 창문 밖으로 버려지게 되면서 거리
온통 분뇨로 뒤범벅이 되었다고 한다. 이때
겨난 것이 바로 오늘날의 하이힐, 드레스, 망토, 중
절모자라고 한다. 당시 여성들은 정장을 하고
출할 옷자락에 묻지 않도록 높은 구두를
것이 ‘하이힐’의 원조가 되었고, 공중변소가
없어 여인네들이 아무 데서나 볼일을 있도
만든 옷이 ‘드레스’였다고 하며, 이탈리아 망토
2) 1956년 영국의 소설가 존 헤링턴이 배수밸브가 있는 근대적 수세식 변기를 개발해 명명한 것이 바로 WC / 워터클로짓(water close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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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모자 또한 의복과 머리 보호를 위해 고안
되었다고 한다. 이런 심각성을 겪으면서 고안된
것이 바로 오늘날의 수세식 변기라고 한다.2)
사람의 생리적 현상 즉 배설물을 처리하는 곳이
기에 어떻게 보면 인간과 가장 가까워져야 했을
화장실이 그동안은 아주 불결한 곳으로 인식되어
천시돼 왔던 것이다. 지금은 안방과 거실에까지
들어와 있으니 이제는 제자리를 찾은 셈이다.
우리나라 화장실이 글로벌시대의 가장 이상적
모델이 있는 것과 함께 국제민간단체도
리가 주도하여 만들어 졌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심재덕 수원시장은 1997년 한국화장실협회장
이어 2007년 세계화장실협회(WTA) 초대회장
되셨다. 분이 있었기에 우리나라 화장실문
화가 이토록 발전돼 오지 않았나 생각된다.
분은 수원시 이목동에 살던 집을 허물고 ‘해
우재(解憂齋)’라는 ‘화장실 문화전시관’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전시관은 고양시
일산호수공원 내에 세워진 ‘고양화장실전시관’과
함께 우리나라 화장실문화를 선도해 오고 있다.
이토록 우리나라 화장실문화개선사업이 세계
선두주자역할을 해 오고 있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
정도로 놀랄 일이며, 이는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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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U N H A K V A T A N G
홍성훈 | 洪村
경기도 이천 출생
(사)한국문협 서울종로문인협회 명예회장(회
장역임)
(사)국제펜 한국본부 자문위원(기획위원 역임)
한송연예협회 회장/(사)한국문협 문학낭송가
회장
(사)한국문협 평생교육원 동화구연과 지도교수
(사)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낭송위원장)
(사)문학과학통섭포럼 감사/계간문예작가회
홍보위원장
(재)동아일보사 동아꿈나무재단 상임이사(동
아일보 부장 역임)
할미꽃
따뜻한 봄날입니다.
경의와 엄마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의는 지금 할머니를 뵈러 가는 길입니다. 할머니는 작년 겨울에
돌아가셨습니다.
저만큼 할머니의 무덤이 보입니다. 경의의 걸음이 빨라집니다.
“할머니 안녕하셨어요? 경의가 왔어요.”
할머니의 무덤 앞에 엎드린 경의는 넓죽 큰절을 했습니다.
“오냐! 보고 싶은 내 손자가 왔구나. 많이 컸구나.”
할머니는 이렇게 말하는 듯했습니다.
“어머님 저도 왔어요.”
엄마도 손수건으로 눈을 누르며 큰절을 했습니다.
할머니의 무덤가에는 이름 모를 꽃들이 많이 피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이상하게 생긴 꽃이 경의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른 꽃들은 모두 하늘을 향해 피어 있는데, 그 꽃은 땅을 보고
었습니다.
“엄마, 엄마! 이리 좀 와 보세요. 이 꽃 보세요!”
경의는 눈물을 닦고 있는 엄마를 불렀습니다.
“무슨 일이니?”
“이 꽃 좀 보세요. 꼭 할머니처럼 등이 구부러졌어요.”
“할미꽃이구나.”
엄마는 경의가 가리키는 꽃을 들여다보며 말했습니다.
“할미꽃이요?”
“그래, 모양이 꼭 허리를 구부리고 계신 할머니 같지 않니?”
그러고 보니 정말 할머니를 닮은 것 같습니다. 경의는 두 손으
로 할미꽃을 감싸 쥐었습니다. 그러자 더욱 할머니가 보고 싶었
습니다.
오는 겨울날이었습니다.
햇빛이 비추는 남쪽 땅속에서 두꺼비는 겨울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그때, 어디선지 가냘프게 우는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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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리는 꼭 밖에서 들려오는 바람소리 같았습
니다.
“여보세요? 누구세요?”
두꺼비는 귀찮다는 퉁명스럽게 물어 보았습
니다.
“우리 손자가 보고 싶어. 흑! 흑!”
소리는 무덤 속에서 들리는 소리였습니다.
“아니, 할머니는 며칠 전에 돌아가신 분이잖아요.”
“그래, 맞아.”
“그런데 왜 그렇게 우세요?”
“우리 손자가 보고 싶어.”
할머니가 다시 흑흑! 흐느껴 우셨습니다.
“손자가 그렇게 보고 싶으세요?”
두꺼비는 할머니가 가여워졌습니다.
“그럼, 그놈이 어떤 놈인데… 우리 손자는 지
얼굴도 모르는 불쌍한 놈이야.”
“왜요?”
“우리 아들이 군대에 끌려갔거든. 그때는 일제
강점기라 우리나라 청년들을 많이 잡아갔어.”
“아들이 돌아오지 않았나 보군요.”
“전사했대. 얼마나 원통했으면 우리 영감이
병으로 죽었겠나…, 아이구 불쌍한 놈. 지 자식 얼
굴도 모르고 죽다니…….”
할머니가 흑흑 흐느꼈습니다. 두꺼비의 눈에도
이슬이 맺혔습니다.
“손자는 내 품에서 자랐지, 에미가 남자 없는
집안에서 보따리 장사를 나가면 이집 저집 돌아다
니며 동네아낙네들의 동냥젖을 얻어 먹이면서
웠지.”
“그럼, 손자가 지금 몇 살이예요?”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이니까, 살이지.
울만 지나면 4학년이 되는데 ……”
할머니의 눈물이 땅바닥을 적셨습니다.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서로 미루다 아깝게
혀 버릴 때가 많았지. 말없이 내가 떠나서 그 아이
마음에 상처를 많이 입었을 거야. 얼굴이란
들락날락 하는 굴인데, 손자가 보고 싶어. 그 녀
석이 해맑게 웃는 모습이 보고싶어.”
두꺼비는 할머니가 가여웠습니다. 그렇지만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두꺼비는 할머니를 위로했습니다.
“할머니, 저도 안타깝군요. 그렇지만 이제는
잊으세요. 이제 이승을 떠돌지 마시고 부디
안히 눈 감고 좋은 곳으로 가세요.”
“손자 생각을 하면 눈이 감겨. 아비도 없는
자식이데, 흑흑! 자식은 부모가 생각하는 대로
것이 아니야. 부모가 보여주는 대로 성장하거
든…….”
두꺼비는 자기 부모와 자식을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나무는 동서남북 사방으로 가지 뻗으며 살지.
빛을 많이 받는 남쪽 가지가 북쪽보다 길고 크지
만, 그렇다고 북쪽 가지가 남쪽으로 가려고 하지
않아.”
할머니는 안타까운 마음을 접을 수 없는지 자꾸
흐느끼셨습니다.
할머니의 눈물은 뜨거운 열기의 김으로 변해 갔
습니다. 그 김은 땅속에서 위로 올라와. 무덤을 덮
눈을 녹이고 있었습니다.
봄이 왔습니다.
두꺼비는 기지개를 켜고 일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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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 잘 잤다. 벌써 봄이 왔나?
두꺼비는 흙을 젖히고 고개를 내밀어 밖을 내다
봤습니다.
훈훈한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할머니, 할머니, 봄이 왔어요.”
두꺼비는 할머니가 누워계신 쪽을 보며 말했습
니다.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할머니!”
두꺼비는 큰 소리로 할머니를 불러 보았습니다.
“나 여기 있어.”
무덤 옆에서 가느다란 소리가 들렸습니다.
꺼비는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았습니다. 그곳
에는 구부정한 은빛 할미꽃 송이가 피어 있었
습니다.
“어, 할머니가 꽃이 되셨네!”
두꺼비가 소리 쳤습니다.
“그래, 내가 하도 손자를 그리워했더니 하느님
이 날 꽃으로 만들어 주셨어. 우리 손자는 꽃을 참
좋아 하거든.”
할머니가 환하게 웃었습니다.
경의는 할미꽃을 가만히 쓰다듬었습니다.
할머니의 젖가슴을 만질 때처럼 부드러운 느낌
이었습니다.
경의는 꽃을 찬찬히 들여다보았습니다. 할미꽃
에는 은빛 털이 달려 있었습니다. 할머니의
리카락 같습니다.
“할머니.”
경의는 가만히 할머니를 불러 봅니다.
“경의 왔냐?”
어디서 할머니가 대답하는 것 같습니다.
“네가 보고 싶어서 할머니가 꽃이 되셨나 보다.”
엄마가 할미꽃을 들여다보며 말했습니다.
경의도 꽃을 바라보았습니다.
엄마 말이 맞는 것 같았습니다.
“이 꽃은 봄날 무덤가에만 핀단다. 그래서 사람
들은 꽃을 할미꽃이라고 부르지. 손자를 그리
워하는 할머니의 넋이 꽃이 되었다고 사람들은 생
각한단다.”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며 경의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하늘에는 커다랗게 할머니의 웃는 얼굴이 떠 있
었습니다.
2017 April 115
요즘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은
너무 혼란스럽다. 변화가 너무 빠르고 내일을
측할 수 없어 우리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가족
간의 문제도 사회적 법률적 문제로 널리 퍼져
런 뉴스에 접한 우리를 당혹하게 하고 있다.
가족 간의 엽기적 문제가 수시로 발생하여
의 심판을 받는 일도 많다. 노인 학대와 상속 문제
및 형제 사이 심지어 부자 사이, 모자 사이의 소송
이나 사건으로 비화되어 비극도 생긴다.
전통적 가부장적(家父長的) 권위에 도전하는
여러 문제는 이미 흔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한편
명절(名節)증후군(症候群)으로 남성에 비하여
외되고 혹사된 며느리들의 참을 없는 고통으
번져 이혼문제로까지 비화(飛火)되는 비극도
생기고 있다.
1894년 갑오경장(甲午更張) 이후 점차 대가족
이 해체되어 핵가족화되었고 남녀 양성 평등사상
일반화되는 TV와 라디오 드라마와 연극, 영화
대중문화가로 확산, 일반화되고 있어 사회적
가치관의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여기에 컴퓨터,
노트북 이른바 IT의 첨단 문화 서구적 정보
매체가 신속히 퍼져 전통적 가치관을 흔들고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문제는 모든 사람에
항상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고심하게 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아버지의 권위는 점차 실추(失墜)
되고 세대 의사소통은 단절되어가고 있다.
대의 아버지 중에는 ‘왕따’ 당하고 ‘꼰대’라 불리기
하며 변화하는 세태에 뒤처지고 소외되는
도 상당수 있다.
조선의
아버지들
백승종 지음
2016 | 사우 간행
한수종의 독서평설
115
M U N H A K V A T A N G
사회구조의 변화는 날로 심하여지고 새로운
치관의 불확실성으로 세대 간의 마찰과 갈등이
고조되어가기도 한다.
세상은 갈수록 정신 윤리가 파괴되고 물질
주의 가치관도 팽배하여 가고 있다.
이러한 혼돈의 시대에 바람직한 아버지의 길을
찾는 우리에게 우리 선인들이 몸소 실천하고
을 밝힌 사례를 엮은 이 책은 우리 문화의 거울이
되는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저자는 해박한 고전의 지식과 철학적 역사관으
우리의 문화를 통람하여 사표(師表)의 대표로
다산 정 약용과 퇴계 이황, 추사 김정희 그리고 김
장생, 이순신, 김인후, 이항복, 이익, 김숙자, 유계
린, 거기에 특이하게도 비극의 부자 관계의
극단이라 있는 영조(英祖) 임금까지 들고
있다.
근대 소설로 갈등의 부자 관계를 다룬 작품은
19세기 러시아 작가인 투르게네프(1818~1883)의
소설 <아버지와 아들>이다. 아들인 주인공 바자
로프는 너무 미화되었다고 보수파들이 평하였다.
이에 대하여 진보파들은 러시아의 진보파들을
무 희화화(戱畵化)하였다고 화를 냈다 한다. 투르
게네프의 눈에 비친 1859년의 러시아는 불합리한
농노제도와 극에 달한 전제정치가 첨예하게 대립
한 정치하의 세대 간 갈등을 표현한 것이다. 투르
게네프는 소설에서 주인공 아버지를 관념과 이상
세대로 그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갈
족의 모습으로 이해한 것이다. 그에 비하여 급진
혁명 세대를 대표하는 아들 바자로프는 낡은
도덕과 관습 등을 가차없이 비판하고 행동하는
1860년대 러시아의 신문화를 상징하는 풋풋한
년이며 의사 지망생으로 그렸다. 그는 일체의
권력을 부정하고 과학적 물질주의와, 증명할
수 있는 개념에 몰두하는 과학도의 전형이다.
바자로프로 대표하는 시대의 아들들은 예술
종교 그리고 정치체제를 혐오하는 이른바
힐리스트로서 구시대를 대표하는 아버지들과
열하게 대립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제정 러시아 말기의 세대 갈등
저자가 주목한 이유는 우리 역사와 문화에
타난 아버지의 위기와 투르게네프 시대의 그것과
유사점이 있다고 보았다는 것이다. 물론 표면적
이유만 보면 우리 사회는 이미 전통의 굴레에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아니다. 아직
도 많은 것이 청산 안 되고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그리고 미래의 목적지가 불분명하여 혼돈 속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하나의 작품인 에리히 오저의 만화집 <아버
지와 아들>은 1930년대 말 무렵 독일 나치의 두목
히틀러의 독재정치 아래 제2차 세계대전 직전의
비극 속에서도 인간은 사랑이 넘치는 가정을
룰 수 있다는 주제를 말하고 싶은 작품이다.
주인공인 아버지는 평범한 중년 시민이며 역시
주인공인 그의 아들은 남짓한 개구쟁이
년이다. 아들은 가끔 말썽을 피우지만 이 부자(父
子)는 천진난만한 장난으로 서로의 존재를 확인
하는 행복한 생활을 한다.
어느 여름, 방학이 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들에 대하여 아버지는 기상천외의 기획을 한다.
아들이 단잠에 빠진 사이 아버지는 아들의 침대
통째로 들어 옮겨 한적한 시골 숲속에 내려놓
았다. 깨어난 아들은 깜짝 놀랐지만 신나게 숲에
서 놀았다. 나무 그늘에 숨어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아버지 모습이 만화를 통해 지금도
인(刻印)되어 뭉클한 감동으로 남아 있다는 저자
세상 모든 부자(父子)들이 오저의 만화
용을 따라 했으면 하는 생각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잘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 아쉬운 것이다.
오저는 그 후 정치적 발언으로 나치들에게 구속
되어 있던 중 감옥에서 자살로 생을 마치고 만다.
저자는 오저와 투르게네프의 중간쯤에 조선의
2017 April 117
아버지들이 살아온 것이 아닌가 하고 책을
다 한다.
저자가 처음에 조선의 아버지 사례는
정약용(1762~1836)이다. 다산은 일찍부터
어난 재주로 정조 임금의 사랑과 아낌을 받아
능행길을 안전하게 하기 위하여 한강에 부교
(浮橋)를 시설하는 일을 하였고 그에 앞서 성을
쌓을 기중가(起重架)를 만들어 조기 완공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일로 유명하다.
그러나 정조가 승하하고 어린 순조가 등극한
영조의 계비인 정순왕후가 섭정을 하면서
일족인 소론파가 장악한 조정의 권력은 때마
퍼진 천주교를 탄압하였는데 당시 정약용을
비롯한 남인(南人)들이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정약용은 8대에 걸친 옥당-홍문관 관료로 내려
온 명문가 후예이었고 암행어사로도 활동하며 30
대에 이미 3 품인 병조 참지와 형조 참의라는
고위직을 역임했지만 전후 차례의 천주교
압에 연루되어 18년 동안이나 귀양살이를 하게
되었다.
그것은 그의 자형 이승훈이 중국에 사절단으로
가서 한국인 최초의 세례를 받고 와서 천주교
세를 넓히는 힘을 일과 정약용의 조카사위
황사영이 1801년 우리 조정에서 천주교에
한 신유년 박해 상황을 청나라에 있는 주교(主敎)
에게 비밀히 알리는 글을 보낸 일이 발각되어
약용 일가와 여러 남인 관련자와 함께 가중 처벌
되어 정약용은 전라도 강진으로 귀양살이를 하게
되었다.
그때 정약용의 큰아들 정학연은 19세이었고
째 학유는 16세였다.
다산은 무엇보다 자녀들을 바르게 가르쳐야
는 중요한 때에 멀리 떠나 있게 되어 아들들의
장을 볼 없게 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리하여
차례로 강진에 데려다가 같이 있기도 하였지만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귀양살이 10년째가 되는 날, 부인 씨는 초례
청에 입었던 빛바랜 붉은 치마를 곱게 세탁하여
귀양 터 강진에 있는 남편에게 편지 대신 보냈다.
묵묵히 아내가 보내온 치마를 내려다본 다산은
아내의 심경을 읽고 눈물을 흘렸다. 아내는 남편
없는 집에서 농사와 길쌈 여러 어려움 중에도
자식들 교육의 어려움을 가장 호소한 것이라
각하게 되었다. 다산은 묵묵히 붓을 들었다.
천재 공부벌레이던 다산은 아내가 보내준,
때에 입었던 빛바랜 붉은 치마를 눈물겹게
라보다가 자식들에게 교훈이 되는 서첩을 만들어
보낼 결심을 한다. “아내가 치마 다섯 폭을
내왔다. 시집올 적에 입었던 활옷인데, 그때의
은빛은 담황색으로 빛이 바래 정녕 서본(書本)으
로 쓰기에 알맞았다”
이렇게 서문을 생각하고 비단치마를 조각조각
잘라 아들에게 경구(警句)들을 보냈다. “나
는 벼슬을 하지 않아 너희에게 남겨줄 게 없다. 오
직 두 글자의 놀라운 부적을 줄 테니 소홀하게
기지 마라. 한 글자는 근(勤)이요 또 한 글자는 검
(儉)이다” “우리 집안은 선세(先世)로부터 붕당(朋
黨)에 관계하지 않았다. 하물며 불운을 만나고부
친구들이 연못에 밀고 돌을 던지는 경우를
당했으니 너희들은 말을 가슴에 새겨 편당하
는 사사로운 마음을 깨끗이 씻어버려야 한다”
이렇게 만든 하피첩(霞帖)은 마재의 본가에
보내져 자식들의 경구가 되었다.
당대에 해피엔딩이 왔다. 18년의 유배를 마치
고 다산은 아내와 가족들을 다시 만났다. 결혼 60
주년, 회혼일(回婚日)인 1836년 음력 2월 2일
산이 숨을 거두고 2년 씨도 남편을 따랐다.
부부는 경기도 남양주시에 함께 묻혀 있다. 하피
첩이 가보 1호로 대접받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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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다산의 자녀 교육은 100여 통이 넘는 편
지와 하피첩으로 담은 부정(父情)과 교훈의 보람
으로 아들은 폐족이란 불우함을 극복하고
륭하게 자랐다.
큰아들 학연과 둘째 학유 모두 다산의 귀양으
로 과거(科擧)에 응시할 수 없었지만 다산은 실의
(失意)에 빠진 아들들을 격려하며 무슨 책을 읽어
야 할까를 구체적으로 가르치는 편지를 보냈다.
‘문장은 우선 경학(經學)으로 근기를 확고히
운 뒤에 사서(史書)를 섭렵해서 정치의 득실과
관의 근원을 밝혀야 한다. 실용학문에 마음을
두어 그 사람들이 지은 경제에 대한 서적을 읽어
한다. 그리하여 마음속으로 항상 만백성을
택하게 하고 만물을 기르려는 마음을 세웠으면
좋겠다. 독서하는 군자가 되는 길이 그것이다.’
이리하여 다산은 유배지의 곤경에서도 스스로
학문에 정진하여 500권이 넘는 저술을 남겼다.
그런 정성이 자녀에게 영향을 주어 큰아들
학연도 학자로서 일가를 이루어 노론의 대학자
완당 김정희의 벗이 되고 초의선사를 완당에게
소개하였다. 김정희는 노론내부의 당파싸움에
생되어 오랜 세월 동안 유배생활을 하면서
안이 친교를 이어 갔다.
다산의 장손 정대림도 4품인 호군(護軍)을
지냈고 그 아들 정문섭도 사헌부 지평(持平)을
냈다.
다산의 둘째 정학유는 부친의 실사구시(實事求
是) 정신을 이어받아 농가월령가를 지었다.
다산의 가르침은 후손 대대로 이어져 훌륭하게
재기할 수 있었다.
시대의 아버지 이황(李滉), 조선 성리학의
최고봉인 퇴계 이황은 가난과 가족관계의 불우함
속에서도 순수한 시정(詩情)의 고결한 인품으로
산 일을 제자 정유일의 정곡(正鵠)을 찌른 평으로
정확히 드러났다.
‘퇴계의 시는 맑고 엄하며 간결하고 담박하였
다. 젊어서는 두보의 시를 배웠고 노년에 들어서
주자(朱子)의 시를 사랑하였다. 선생의 시는
마치 그분들의 붓끝에서 나온 것처럼 품격이
았다.
퇴계는 날이 밝기 전에 일어나 의관을 갖추고
서재에 들어가서 단정히 앉아서 종일 책을 읽었
다. 가끔 조용히 생각하기도 하고 시를 읊조리기
도 하였다. 더러는 강가 누대에 나아가 앉기도 하
고 책상에 기대어 잠시 쉬기도 하였다.
그의 말씨는 부드럽고 온화했지만 현안을 논의
할 때는 정색한 끝까지 시비를 가려 명쾌한
장을 하였다.
그의 결혼생활은 불행하였다. 22세에
인과 결혼하여 준(寯)과 채(寀)두 아들을 낳았지
부인이 작고하였다. 3년 권실의 딸과
혼했지만 씨는 병이 있어 자녀를 낳지 못했고
성격도 잘 맞지 않았다.
궁핍한 생활에 아들이 결혼한 처가에 의탁
하는 일도 있었다. 그때 아들에게 준 편지에는 ‘부
괴로움을 참고 꿋꿋하게 자신을 가져야 한다.
분수대로 주어진 천명을 따라야 한다. 가난을
슬퍼하거나 원망하다가 실수를 저질러 남의
웃음거리가 되지 마라’ 하는 편지를 보냈다.
절약을 몸소 실천하며 가족에게 강조하고 유계
(遺戒)에도 ‘내 제사상에 유밀과를 올리지 마라’
하였다. 비싼 음식으로 과다한 지출을 하지 않게
배려하였던 것이다.
집에 딸린 종도 인간적인 온정으로 대하고
짖지 않았다. 번은 그의 손부가 아이를 출산한
후 몇 되지 않아 임신하였기 때문에 아이를
보기 위하여 손자가 할아버지에게 집의 여종을
보내달라고 청했다. 퇴계는 ‘그 여종도 출산한
4개월밖에 안 되어서 안 되겠다. 데려가려거든 딸
아이도 함께 데려가야 하는데 그게 쉬운 일이
겠느냐. 남의 자식을 죽여서 자기 자식을 살리려
2017 April 119
일은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다.’ 이렇게 타이르
기도 하고 학업의 정진을 위해서는 절에 들어가
공부하라고 하는 편지를 썼다.
또한 무당이 집에 자주 드나든다는 소문이
리는데 선비가 할 짓이 아니다.
부귀영화는 뜬구름 같은 것이다. 안목을
고 살아야 한다. 이런 교훈의 편지를 자주 하여 자
식을 가르쳤다.
퇴계는 성리학자이면서 이렇게 시대의
아버지였다.
밖에도 책에는 박태보의 아버지 박세당
자식의 건강을 생각하여 자상하게 적어 보낸
편지가 있다. ‘상중(喪中)에 무리하게 곡하지
라. 그리고 원기가 부족한데 무리하게 책을 읽지
마라.’ 하는 따뜻한 정이 넘치는 편지도 보냈
다. 또한 ‘아무리 가난해도 탐심(貪心)에 휘둘리
지 마라.’ 이런 글도 자주 보내고 역사책 이야기와
글쓰기 요령을 가르치는 대목도 있다. 사화(士禍)
불러일으킨 계기가 되었던 김종직의 아버지
김숙자(1389~1456)는 15세기 성리학의 대가로 고
려 말 길재(吉再)의 적통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의
셋째 아들이 김종직이다. 김숙자는 집안 어른의
결정으로 할 수 없이 이혼하여, 실패로 끝난 첫 번
결혼을 거울삼아 올바른 결혼을 적극 강조하
였다. 그는 성리학의 모범생이 되었고 자녀교육
을 훌륭히 하여 김종직 같은 대학자를 길렀다.
그리고 알뜰한 살림꾼 성호 이익(李瀷, 1681~1763)
은 실학파의 원조인데 일찍부터 콩을 예찬하여 가난
극복하는 방법으로 권한 이야기도 있다.
드물게도 추사 김정희는 서자에게 난(蘭)을
리는 수법을 자세히 가르친 기록도 있다. 전쟁 중
에도 충무공 이순신이 지극한 가족사랑의 정회
(情懷)와 처참하게 자식을 죽인 영조(英祖) 임금
의 이야기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들고 있다.
이렇게 책은 자식을 어떻게 가르치고 길러
야 하는가에 대하여 고민하고 걱정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내용이라 생각되어 일독을 권하며
설을 마친다.
한수종 | 남원고등학교장 역임, 대한민국예술원 학술원 교육연구사 역임, 한국한자교육연구회 전문위원 역임, 월간 문학바탕 편집주간
임, 현 편집고문,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인 수필가 평론가, 국제문인협회 회원, 국민훈장 모란장 서훈
저서 : 시집 꽃범의 꼬리』, 갈대 푸른 하늘을 날다』 수필집 내가 낸 작은 길』 평론집 한수종의 문학평론집 1·2』 번역서 월송 청강선
생문집(月松晴岡先生文集)』 공저 전북교육사(全北敎育史)』, 특별활동지침서(特別活動指針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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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 양식론 11
- 단편 서사시
문학 연구
1. 단편 서사시의 기원과 양식적 특징
단편 서사시는 한국에서 1930년대를 전후하여
프로문학 진영에서 시도한 실험적 장르다. 임화
창작에 처음 시도하고 김기진이 이론적으로
개념화한 것이다. 단편 서사시는 한국시단에
생한 일종의 역사적 장르(historical genre)로
있다. 물론 일본의 NAPF에서도 논의된바
결코 독창적인 것으로 수는 없어도 임화를
비롯하여 박세영, 백철, 김해강, 박아지 등 일련의
프로시인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창작되었고, 이후
백석, 이용악, 김상훈 등에 의하여 계승되었기
때문이다.
단편 서사시는 프로문학에서 필연적으로 요구
되는바 시에서의 리얼리즘 확보와 대중성의 획득
목적이 있다. 주지하다시피 프로문학은
셰비키 전환 이후 정치의식을 앞세운 목적의식론
으로 무장되고, 이에 따라 창작방법도 유물변증법
공식주의로 치닫게 되어 개념시나 개념적
술시들을 양산하였다. 이러한 도식주의는 창작의
질식 현상을 초래했고, 프롤레타리아 독자들로부
터 외면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독자대중의 확보
프로문학의 당위(當爲)였던 이에 대한 방법
론적 자성과 그에 따른 전략으로 제시된 것이
기진의 대중화론이었다. 독서대중, 특히 김기진이
분류한 보통 독자(부인, 소학생, 노년, 농민대중)
들을 위해서 시를 알기 쉬운 말로, 그들의 흥미를
유발하도록 재미있게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시에 이야기를 끌어들임으로써 비로소 가능한
이었다. 장르는 언어의 집약성이 요구되는
르이고, 언어의 상징과 비유 등이 빈번히 사용됨
으로써 난해성을 띠기 마련이다. 따라서 시에다
이야기 요소를 끌어들여 시를 쉽게 씀으로써 프롤
레타리아 독서대중(reading public)에게 다가서고
했던 것이다.
또한 김기진은 우리의 시도 소설과 마찬가지로
현실적, 객관적, 실제적, 구체적인 속성을 요한다
전제하고, 이를 위해 시에다 사회, 사건, 역사,
120
2017 April 121
김영철 | 서울대학교 문리과 대학 국문과 졸업,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 박사과정 수료, 문학박사, 해군사관학교, 대구대학교 교수 역임, 현재
건국대학교 문과대 국문과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우리말글학회, 겨레어문학회 회장 역임
저서 : 한국시가의 재조명』, 문학의 이론』, 한국 개화기 시가의 장르 연구』, 한국 근대시 논고』, 현대시론』, 김소월』, 박인환』,
국 현대시 정수』, 한국 현대시의 좌표』, 독서』, 문학체험과 감상』, 한국 개화기 시가 연구』, 말의 힘 시의 힘』, 21세기 한국시의 지
평』, 한국 대표시 재조명』
시간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말하자면 시
에서의 화소(話素, narrative)의 수용은 시의 현실
대응 방식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것이다. 프로문
학이 본질적으로 현실주의 문학이고 또한 비판적
사실주의(critical realism)에 속하는 것인 만큼
에서 사회현실과 현장의 이야기를 담는 것은 필연
적인 사태의 귀결이었다.
이와 같이 단편 서사시는 프로대중의 확보와 리
얼리즘의 선취라는 목적문학으로서의 당위적
천을 위해 전략적으로 창안된 장르였던 것이다.
김기진은 단편 서사시의 길로」(1929. 조선지광)
에서 단편 서사시가 지향해야 길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그는 단편 서사시를 소설과 시양식
혼합양식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건적 소재의
취재에서 소설양식을, 그리고 그것의 압축적,
상적 표현에서 시양식을 끌어들인 것이다. 결국
시에 이야기를 끌어들이되 시적인 표현방식으로
표출되는 것이 단편 서사시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단편 서사시를 전체성을 바탕으로
공동체 지향의 소설과 개성을 바탕으로
정시를 연결하는 중간 단계의 장르로 규정한
해는 시사적이다. 특히 임화의 단편 서사시는
장인물을 설정하여 청자에게 말을 건네는 담론구
조를 갖추고 있음이 특징적이다. 우리 오빠와
로」에서도 누이동생을 등장인물로 설정하여 오빠
에게 말을 건네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구적 인물의 설정에 의한 시적 진술은 서사적,
실적 메시지 전달형식을 통해 소설적 진술에 접근
하고 있다. 그러나 구성은 소설에서와 같은
롯에 의존하기보다 전체적으로 고무와 찬양,
고, 애원 등이 주조를 이루는 주관주의적 표현방
식을 택함으로써 시의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구적 인물의 고백적 진술 역시 서정시의 특성에
부합된다.
단편 서사시의 양식을 우리 문단에 처음 제기
김기진의 단편 서사시의 길로」에서 주장한
단편 서사시의 특징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면
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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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단편 서사시의 소재는 사건적, 소설적이
어야 하며, 분위기는 극히 인상적으로 선명,
결해야 한다.
둘째, 프롤레타리아의 용어는 소박하고 생경하
‘된 그대로의 말’로 쉽고 간결해야 한다.
셋째, 사건의 전개와 인물을 통해 프롤레타리아
의 생활과 의식을 노출시키면서 통일된 정서를 수
용해야 한다.
넷째, 노동자들의 낭독에 편하도록 호흡을 조절
프롤레타리아의 리듬을 창조해야 한다.
이렇게 단편 서사시는 사건적 소재를
재한다는 점에서 소설양식에, 그리고 그것을 압축
적, 인상적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시양식에 접목
된다. 이것은 또한 ‘경향문학은 피상적인 제재에
집착하는 문학이 아니며, 또한 지식인의 의식고취
문학도 아니기 때문에 생활현실의 구체적, 객관적
묘사에 중요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프로문학 진영
목적의식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단편 서사시는 설화성과 서정시의
특질인 표현성이 접목된 양식이다. 물론 표현
성이라는 것이 어떤 완성된 형태의 미적 구조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단편 서사시는 하나의
이야기 화소를 갖지만 그것이 완성된 형태를 갖추
있지 않다. 그래서 단편 서사시는 엄격히 말해
서사시로 보기는 어렵다. 서사시의 제조건에
부합되지 않기 때문이다. 구태여 서사시로 본다면
Frye가 제시한 소(小)서사시(epyllion)에 가깝다.
프라이는 서정시가 주제의 관심밀도가 높아져
형의 서사시로 확대된 것을 소서사시라고 하였다.
단편 서사시는 일종의 서술시로서 서정성이 강한
서정 서술시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단편 서사시는 1930년대 한국 시단에 풍미한 실
험적, 역사적 장르로서 시에서의 리얼리즘 확보와
소설로의 양식적 확산이라는 문학적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2. 단편 서사시의 전형, 우리 오빠와 화로」
한국 시단에서 단편 서사시라는 양식으로 최초
등장한 작품은 임화의 우리 오빠와 화로」였다.
사랑하는 우리 오빠
어저께 그만 그렇게 위하시던 오빠의 거북무늬 질화로가
깨어졌어요
언제나 오빠가 우리들의 피오닐 조그만 기수라 부르는
남이가
지구에 해가 비친 하루의 모든 시간을 담배의 독기 속에다
어린 몸을 잠그고 사온 거북무늬 화로가 깨어졌어요
그리하여 지금은 화젓가락만이 불쌍한 영남이하고 저하고
처럼
우리 사랑하는 오빠를 잃은 남매와 같이
외롭게 벽에 가 걸렸어요
오빠
저는요 저는요 잘 알었어요
왜 그날 오빠가 우리 두 동생을 떠나 그리로 들어가실 그날
밤에
연거푸 말은 권련을 개씩이나 피우고 계셨는지
저는요 잘 알았어요 오빠
............
천정을 향하여 기어 올라가던 외줄기 담배 연기 속에서
오빠의 강철 가슴 속에 박힌 위대한 결정과 성스러운 각오를
저는 분명히 보았어요
.............
화로는 깨어져도 화젓갈은 깃대처럼 남지 않었어요
우리 오빠는 가셨어도 귀여운 피오닐 영남이가 있고
그리고 모든 어린 피오닐의 따뜻한 누이 품, 가슴이
직도 덥습니다
.............
오빠 오늘밤을 새어 이만 장을 부치면
사흘 뒤엔 새 솜옷이 오빠의 떨리는 몸에 입혀질 것입니다
2017 April 123
이렇게 세상의 누이동생과 아우는
건강히 오늘 날마다를 싸움에서 보냅니다
영남이는 여태 잡니다
밤이 늦었어요
- <조선지광> (1929.2)
우리 오빠와 화로」는 카프계열에서 창작된 목
적시 가운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작품’으로
가되는 대표작이다. 실로 카프가 1925년 결성된
1935년 해체되기까지 10년간 한국문단의 이니
시어티브를 잡고 전횡했지만 이렇다 할 창작적 성
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박영희가 카프를 탈퇴하며
남긴 말, ‘얻은 것은 이데올로기요, 잃은 것은 예술
이다’라는 유명한 명제는 이러한 사실과 결코 무관
하지 않다. 그런 가운데 카프시의 대표작으로
가되는 작품이 제작되었으니 그것이 바로 우리
오빠와 화로」이다.
시는 무엇보다 ‘단편 서사시’라는 양식사
측면에서 주목되는 작품이다. 단편 서사시의
효시를 이루고 있을 아니라 수많은 에피고넨
(epigone)들을 파생시켜 한국시사에서 뚜렷한
식사적 계보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를
서사시로 처음 명명한 김기진은 문학을 읽고
눈물을 흘려 보기는 베르테르의 슬픔」 이후 처음
이라고 극찬한바 있다. “오래간만에 책을 들고
물을 흘려 보았다. 나를 울린 것은 임화군의
오빠와 화로」라는 것이었다.” 이처럼 한 비평가
에게 감동의 눈물까지 흘리게 한 수작이었던 것이
다. 나아가 그는 우리 시가 단편 서사시의 형식으
나가야 것을 역설하고 있다. 김기진은 이처
럼 단편 서사시를 진부한 기존 프로시단을 개혁할
있는 새로운 양식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시는 43행 10연으로 장시이다. 단편 서사시
라는 명칭대로 짧은 이야기가 산문적 호흡으로 서
사를 이끌어 가고 있다. 시에는 개의 에피소드
병치되어 있는 바, 누이 동생이 오빠에게 편지
를 쓰는 현재의 에피소드와 오빠의 사건과 관련된
과거의 에피소드가 그것이다. 작품에는
의 가족이 등장하는데 각기 노동자의 전형성을 드
러낸다. 제지 공장에서 일하는 오빠, 제사공장에
근무하는 누이, 그리고 연초공장에 나가는 동생이
그들이다. 권혁웅은 이들이 계급성을 갖는다는 점
에서 전형적인 인물이며 제유적인 대표성을 띤 인
물로 평가하고 있다. 오빠는 노동 투쟁과 관련된
모종의 일로 구속되어 현재 감금 상태에 있다.
리고 집에 남은 누이가 동생과 함께 힘겹게 살아
가며 투쟁의 길을 나서겠다는 각오를 담아 오빠에
편지를 쓰고 있다.
시의 직접 화자는 누이 동생이고 청자는 감옥
있는 오빠이다. 실제 사건의 주인공은 오빠
지만 부차적 인물인 누이가 일인칭화 된 시점에서
서술해 가는 ‘일인칭 부차적 시점’을 견지하고
다. 또한 W.Kayser가 지적한 바, 자아의 감정이 어
특정한 인물의 입을 통하여 표현되는 배역시
(Rollen Gedichte) 형식을 취하고 있다. 시인은
있고 특정 인물인 누이를 등장시켜 발화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과 화자가 일치되는 서정시는
시와 시인의 삶이 직접 통일되어 감동을 유발시킬
있는 반면에, 배역시처럼 시인과 화자가 다를
경우 전달하려는 내용에 가장 적합한 배역을 선택
함으로써 시적 의미를 구체화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시는 바로 이 점을 노린 것이다.
T.S Eliot는 상상적 인물을 빌려 상상적 인물에
게 말하는 발화 형식을 ‘제3의 목소리’라고 명명한
바 있다. 이 작품 역시 누이라는 상상적 인물을 통
오빠라는 보이지 않는 하나의 상상의 인물
에게 말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제3의 목소리를
독자들은 방청석에 있는 관객의 입장에서 엿듣고
있는 것이다.
한국 근대시에서 ‘단편 서사시’라는 명칭으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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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기시의 양식적 기반을 마련한 임화는 단편 서사
시의 모태인 담-1927」(1927.11)을 필두로, 우리
오빠와 화로」(1929.2), 젊은 순라의 편지」, 봄은
오는구나」, 없어졌는가」, 양말 속의 편지」,
오늘 밤 아버지는 퍼렁 이불을 덮고」, 다시 네거
리에서」, 병감에서 죽은 녀석」상당량의 단편
서사시를 창작하였다.
주지하다시피 예술 대중화론은 1927년의 방향
전환론에 대한 비판과 아울러 새로운 조직운동의
실천적 모색을 시도한 것으로, 1928년에 들어서
김기진에 의해서 본격적으로 개진된 것이다. 이렇
보면 대중투쟁의 현장성과 독서대중의 정서적
감염을 목표로 하는 단편 서사시를 임화는 이론에
앞서 실제 창작으로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다.
러한 프로시인으로서 장르적 감수성은 대중화론
이라는 이론적 지원을 받으면서 창작으로 본격화
된다. 대중화론이 대두된 직후인 1929년에 집중적
으로 많은 작품을 제작하기에 이른다. 네거리의
순이」, 우산받은 요코하마의 부두」, 어머니」
대표적이다.
우리 오빠와 화로」프로문학 내에서는 대중
화론의 실천적 성과물이면서 한국 근대시사에서
단편 서사시라는 양식사적 이정표를 세운 기념비
작품이다. 뒤를 이어 프로문학에서는 백철,
박세영, 권환 등의 에피고넨(epigonen)을 낳았고,
1930년대 이용악, 백석, 해방기의 김상훈을 배출
하였다. 현대시에 와서 서정주, 정진규, 최두석
단편 서사시의 계보를 형성하기에 이른다.
현대시 양식사의 대하(大河)를 이루는 단편
서사시의 발원지는 바로 우리 오빠와 화로」였던
것이다.
3. 김해강과 박세영의 단편 서사시
단편 서사시는 임화의 에피고넨인 김해강, 박세
등의 카프시인으로 승계된다. 이리해서 단편
서사시는 1930년대 보편적인 시양식으로 자리
갔던 것이다.
김해강 역시 카프시인으로 프로시 창작에 앞장
선 시인이다. 무엇보다 김해강의 프로시들은 식민
지 시대의 현실 상황을 날카롭게 묘파하면서도 예
술적 형상성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그
의 시는 프로시의 생경한 전투성을 극복하고 어느
정도의 예술성을 확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단편 서사시 창작에도 매진하여 과도기의 애사
일절」, 귀심」, 변절자여 가라」, 바치던
초의 밤」, 조춘애사」, 오월의 노래에 합창을
하며」, 기다리는 밤」, 태양같은 나의 사나이
여」, 오빠의 영전에 엎드려」 다수가 있다.
김해강은 단편 서사시 창작의 하나의
주역이었음을 알 수 있다.
김해강의 대표작 귀심」(1930.8)을 보자.
총아
앞으로도 피가 식고 살이 굳어지는 날까지
밟아온 길을 되밟는 가운데 더운 투쟁사는 짜질 것이다
어이 일초 일각인들 마음에 빈틈에 둘까 보냐
가슴을 베여서라도 맹세하리라. 아비의 뜻을 이어다오
총아
미리 부탁이다마는 언젠들 내몸은 돌아가지 못하리라
목숨이 끊긴단들 묻힐 땅인들 기약할거냐?
하지만 마음만은 돌아가리라 가슴에
목숨이 끊긴단들 묻힐 땅인들 기약할거냐?
하지만 마음만은 돌아가리라 가슴에, 조국백성의 가슴에
씩씩하게 잘자라 아비의 뜻을 잇는 자식이 되어다오. 되어
다오
총아
오오 너를 보지 못한지 벌써 열두 해로구나!
열두 해 나는 동안 너의 곳도 많이 변했겠지
오오 ××가의 자식은 ××가가 되느니라
2017 April 125
아비일을 마음으로 비는 가운데
씩씩하게 잘자라 잘자라 뜻을 잇는 자식이 되어다오. 되어
다오.
-김해강, 「귀심」
시는 1919년 3.1운동 직후에 구국투쟁의
망을 품고 조국을 떠난 혁명투사가 12년이 지난
이제 성장한 아들 ‘총’에게 아버지의 대를 이어
혁명대열에 동참해 줄 것을 염원하는 내용으로 되
있다. 3.1운동 당시 젖먹이였던 아들의 모습,
조국을 떠나 투쟁대열에 동참했던 아버지의 각오,
조국에 돌아갈 없는 참담한 심회, 아직도 꺾이
않는 독립투쟁의 의지, 아들에 대한 기대와
등이 구체적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부자간의 혈연의 정을 매개로 투쟁대열에 동참
하는 동지간의 연대의식을 고양하고 있다. 아버지
로서의 잔잔한 부정에 호소함으로써 시적 청자인
아들로 하여금 정서적 감염과 공감의 폭을 배가
시키고 있다. ‘총아’와 같은 돈호법의 사용도 이러
기능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작품이
것이 1930년 8월임을 감안할 시기적으로나
양식적으로 임화의 우리 오빠와 화로」영향을
받은 작품임에 틀림없다. 오히려 임화의 작품보다
서사적 골격이 더욱 튼튼해져 있음이 확인된다.
단편 서사시의 선구자 시인이 박세영
이다. 박세영은 프로문단을 이끌던 중심인물이었
음으로 의당 프로문단 진영에서 각광받던 단편서
사시 창작에 주도적이었다. 바다의 여인」,
나」, 산골의 농장」, 최후에 온 소식」, 화문보로
가린 이층」, 젊은 웅변가」, 하랄의 용사」, 탄식
하는 여인」, 산촌의 어머니」, 순아」 다량의
작품을 남기고 있다. 이로 볼 때 박세영은 또 하나
단편 서사시의 개척자임을 있다. 농부
아들의 탄식」(문예시대, 1927.1)은 임화의 단편 서
사시로의 이행 단계에 있는 담-1927」보다 10개
앞선 작품임을 박세영은 단편 서사시의
선구자로서의 면모도 갖추고 있다. 특히 박세영은
소외된 여성들을 화자로 설정하여 유이민의 비극
현실을 묘파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의 단편
서사시는 노동자의 현실을 넘어 역사적 지평에 물
꼬가 닿아 있었던 것이다.
대표작 누나」(1931. 카프시인집)를 보자.
누나!
그날을 또 어떻게 지내셨수
유황가루 얻어맞은 것 같은 자식을 데리고
돌려가며 밥 달라는 굶은 어린것들을 데리고
허나 누나를 보고 오는 나의 마음은
비스듬한 고개가 갑자기 깍아질러 보이고
내려다뵈는 도시를 향하여 가슴을 번이나 두드렸소
누나!
그러게 내가 무어라고 그랬수
가난한 사람은 다 같은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몸은 가난의 그물에 걸렸으면서도
생각은 가장 이상경(理想境), 문화주택을 생각하고
재산을 생각하지만 어디 되는 아우
가난한 사람이 누구라 안부지런하우마는
돈을 모을 수가 있습디까 그것도 봉건시대에 말이유
부지런이란 무엇 말라빠진 것이란 말이유
누나!
십년을 공부하고 나온 몸이라
언제나 중병자와 같은 여공들을 때에는
개나 같이 생각하지 않았수마는
누나도 사흘 굶고 공장에로 나섰었수
그럴 때 ×들은 누나가 늙었다고 거절을 하지 않았수
나이 삼십이 넘은 누나가 늙었다는 것은
자본주의 시대의 솔직한 말이 아니유
×들은 조금이라도 우리의 힘을 ××슬 생각밖에
<중략>
벳속의 촌맥충이나 무에 다르겠수
M U N H A K V A T A N G
누나! 그러면 나는 기다리겠수
누나의 레포를 기다리겠수
-박세영 「누나」 일부
이 시는 박세영의 실제 친누이인 박숙원이 인테
리임에도 불구하고 가난 때문에 결국 여공으로 취
직하기로 하자 그를 격려하기 위해 것으로
려져 있다. 시적 청자인 누나는 프로레타리아
층이었지만 10년이나 공부한 인테리로 성장한다.
그러나 계층적 한계 때문에 인테리로서의
실현하지 못한다. 결국 생계 유지조차 힘든
경에 이르러 공장에 취직하려 하지만 나이 때문에
그나마 힘든 상황에 처한다. 이러한 자본주의
회의 구조적 모순과 계층적 한계를 타파해야
것을 시적 화자는 역설하고 있다.
이렇게 시는 노동투쟁가로 추측되는 시적 화자
인 남동생이 아직 의식적으로 개혁되지 못한 인테
계층인 누나를 의식개혁으로 유도하는 편지글
되어있다. ‘누나’를 반복하는 돈호법의 사용도
임화의 서간체 방식과 일치하고 있다. 임화가
발한 서간체 방식의 단편 서사시 양식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박세영의 단편 서사시는 마치 연극의 대사
주고받듯이 대화체 양식을 도입하고 있다.
화체 양식은 시적 화자와 청자의 거리를 좁혀 정서
적 감염효과를 유발할 뿐 아니라 대중에게 더욱 강
한 호소력으로 전달하며, 낭독에 용이한 효과를 갖
있다. 대화체 단편 서사시로는 바다의 여인」
(1930), 황포강반」(1932), 교」(1935) 등이 있다.
박세영은 해방 후에도 순아」(1945)와 같은
편 서사시를 창작하여 단편 서사시의 계보를 꾸준
이어간다.
4. 단편 서사시로서의 유이민시
단편 서사시는 프로시에 국한되지 않고 유이
민시로 확산된다. 대표적인 예가 이용악의
이민시다. 이용악은 일제 강점기 대량으로 발생된
유이민들의 삶을 시의 화소(話素)로 끌어들여
서사시로 재구(再構)해 냈던 것이다.
낡은 집」(1938)이 대표적이다.
날로 밤으로
왕거미 줄치기에 분주한
마을에서 흉집이라고 꺼리는 낡은
집에 살았다는 백성들은
대대손손에 물려줄
은동곳도 산호관자도 갖지 못했니라
재를 넘어 무곡을 다니던 당나귀
항구로 가는 콩실이에 늙은 둥글소
모두 없어진 지 오랜 외양간엔
아직 초라한 내음새만 그윽하다만
털보네 간 곳은 아무도 모른다
찻길이 놓이기 전
노루 멧돼지 족제비 이런 것들이
앞뒤 산을 마음 놓고 뛰어 다니던 시절
털보의 셋째 아들은
나의 싸리말 동무는
집 안방 짓두광주리 옆에서
첫울음을 울었다고 한다
“털보네는 또 아들을 봤다우
송아지래두 붙었으면 팔아나 먹지”
마을 아낙네들은 무심코
차그운 이야기를 가을 냇물에 실어 보냈다는
그날
저릎등이 시름시름 타들어 가고
소주에 취한 털보의 눈도 일층 붉더란다
2017 April 127
갓주지 이야기와
무서운 전설 가운데서 가난 속에서
나의 동무는 늘 마음 졸이며 자랐다
당나귀 몰고 간 애비 돌아오지 않는 밤
노랑 고양이 울어울어
종시 잠못 이루는 밤이면
어미 분주히 일하는 방앗간 구석에서
나의 동무는
도토리의 꿈을 키웠다
그가 아홉 살 되던
사냥개 꿩을 쫓아 다니는 겨울
집에 살던 일곱 식솔이
어디론지 사라지고 이튿날 아침
북쪽을 향한 발자욱만 위에 떨고 있었다
더러는 오랑캐령 쪽으로 갔으리라고
더러는 아라사로 갔으리라고
이웃 늙은이들은
모두 무서운 곳을 짚었다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마을서 흉집이라고 꺼리는 낡은
제철마다 먹음직한 열매
탐스럽게 열던 살구
살구나무도 글거리만 남았길래
꽃피는 철이 와도 가도 울안에
꿀벌 하나 날아 들지 않는다
-이용악, 「낡은 집」
낡은 집」전형적인 단편 서사시 구조를 갖추
고 있다. 인물, 사건, 배경에 설화적 요소가 가미되
있으며 화자가 등장하여 사건을 객관적으로
술하고 있다. 또한 전개되는 사건이 인과관계로
성되어 전형적인 단편 서사시 양식을 취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액자구성을 취하고 있는데 1, 2, 8
연은 화자가 직접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재형의
외부액자이고, 나머지 연은 화자가 들은 이야기를
풀어놓는 객관묘사의 과거형 내부액자이다. 즉 외
부액자는 직접체험에 바탕을 둔 진술이고, 내부액
자는 외부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간접화법으로
술하고 있다. 그리하여 화자의 주관성과 객관성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는데, 이는 이야기시의 전형적
‘말하기(telling)’와 ‘보여주기(showing)’ 기법의
혼합이다. 자신의 느낌을 말하면서 관찰자 입장에
객관적 상황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
객관적 리얼리티를 확보할 있게 된다. 비록
시가 고백체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주관 표출에
편향된 서정시의 ‘극적 독백’(dramatic monologue)
으로 치우치지 않고, 특정 상황과 현상을 명시적
으로 드러내어 객관성과 사실성, 호소력에 기대고
있다.
하나 양식적 측면에서 주목되는 것이 가족사
시이다. 염상섭의 삼대」, 채만식의 태평천하」,
박경리의 토지」가족사 소설(family novel)이
라고 부르듯 낡은 집」일종의 가족사시(family
poetry)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비록 짧은
야기지만 가족의 부침(浮沈)과 삶의 궤적을
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낡은 집」은 털보네 가족의
생생한 삶의 기록이다. 방앗간과 무곡 장사를
며, 단란하게 살던 가정이 어떻게 몰락해 갔는
가를 짧은 이야기 속에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낡은 집」의 털보네 가족상황은 바로 이용악 자
신의 가계보였다. 이용악 집안은 대대로 러시아
와 만주를 떠돌며 생계를 유지한 전형적인 유이민
이었다. 할아버지는 소달구지에 소금을 싣고 만주
아라사(러시아) 땅을 넘나들었으며, 아버지
대를 이어 소금 밀수업을 하다가 아라사 땅에
서 객사하였다. 할머니와 큰아버지 역시 아라사에
거주하며 유이민의 삶을 이어갔다. ‘외할머니
아버지랑 계신 아라사를 못잊어’(푸른 한나절」).
M U N H A K V A T A N G
‘아버지도 어머니도 우라지오로 다니는 밀수꾼,
하늘 못보고 타향서 돌아가신 아버지’(우리의
거리」)에서처럼 이용악은 유이민으로서의 가족사
궤적을 생생히 기록하고 있다. 이용악 자신도
청년시절 중국 아무르강, 러시아의 시베리아,
콜라에프스키 등을 유랑하였다. 이처럼 뿌리 뽑힌
자로서의 노바드(novad)적 방랑은 이용악 집안의
내력이었다. 이러한 유이민적 가족사가 낡은 집」
털보네로 환치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낡은 집」이용악 개인의 가족사에 해당된다.
이처럼 낡은 집」유이민시로서의 단편 서사
시의 지평을 확대했다는 점에 시사적 의미가 있다.
5. 단편 서사시의 가능성
단편 서사시는 1930년 전후 임화의 단편 서사시
촉발되어 김해강, 박세영으로 확산되고, 이어
서 해방기까지 안용만, 백석, 이용악, 여상현, 김상
등이 계보를 이어갔다. 현대시에 와서도 서정
주, 정진규, 최두석, 신경림, 도종환, 김사인 등이
꾸준히 그 맥락을 잇고 있다. 이렇게 볼 단편 서
사시는 역사적 장르로 소멸된 것이 아니라 현대시
한 갈래로 깊게 뿌리내렸음이 확인된다.
또한 단편 서사시의 발화 형식도 서사체, 대화
체, 회상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시적 기능
효용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단편 서사시는
순히 이야기를 시속에 하나의 소재로만 끌어들이
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발화형식을 통해 재구성함
으로써 시적 효과를 배가시킬 있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시양식으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지속
적으로 모색해 왔던 것이다. 그것이 단편 서사시
현대시 양식으로 존속해온 동력이었다.
단편 서사시는 1930년대 등장 이후 70여 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많은 시인들의 다양한 실험을 통
하여 현대시의 중요한 양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현대는 산문적 기능이 증폭되는 시대인 만큼 산문
성을 내포한 단편 서사시는 미래의 현대시 양식으
더욱 각광받을 것이다.
2017 April 129
행복한 집시(Gypsy) 행렬
구연민
공주사범대학수학과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건국대학교행정대학원(석사)
전) 문교부 중앙교육연수원 장학사
전)대한노인회 강남지회 강사
전)강사협동조합 강사
현)영동경로당 회장
글사랑동호회 활동
신인문학상 : 수필
129
M U N H A K V A T A N G
1.
1970년대에는 우리나라가 사회적으로나 경제
적으로도 크게 발전된 모습은 아니어도 국민들
살아가는 데는 고통을 모르고 살아 왔다.
그 시절에는 면사무소 급사 취직만 하려고 해도
인후보증을 해야했다. 그래서 가까운 이웃들이
인후보증을 부탁하는 일이 빈번하였다. 옛말에
부모자식 간에도 보증은 해주지 말라 했는데…
그 당시 나는 공무원으로 재직하고 있어서 가
끔 지인들이 찾아와 정담을 나누며 차 한잔하는
일이 자주 있었다. 어느 날 한 친구가 찾아왔다.
친구는 자기사업에 보증인이 필요하다며 부탁
해서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생각 없이 보증
서류에 도장을 찍어 주었다. 시절은 나나
구가 잘못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고 살았던
것 같다. 도장을 찍어주고 화기애애하게 정담을
나누고 헤어졌다.
우정이란 서로 도움이 진가를 갖는
이라고 생각했다. 어른들이 말하는 붕우유신(朋
友有信)이 그런 것 아닌가?
1997년 11월 21일 우리나라는 IMF 부도로
인하여 경제가 극도로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1998년 2월 24일 제14대 김영삼 대통령이 퇴임
하고 다음날 25일 제15대 김대중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취임하였다. 나라경제는 위기로
치닫고 있을 나에게 날벼락 같은 통지서가
날아왔다. 채무보증금 상환이란 것인데 상환액
자그마치 120억 원이다.
내용을 확인해보니 70년대에 친구사업에
보증을 해준 내용이었다. 원양사업을 하던 친구
배가 바다 밑으로 침몰하여 일시에 부도
리되고 그대로 파산되어 가정은 풍비박산되었
으며 결국 보증인인 나에게 채무금 상환을
요구한 것이다.
월급에는 차압이 붙었고 수군대는 직원들의
분위기는 냉소적이었다. 말로 표현 못할 창피한
꼴이다. 물론 집에도 압류딱지가 뻘겋게 붙어
있다. IMF 발생이후 첫 케이스여서 주변에 이런
경우가 없었으니 나로선 대처방법도 모르겠고
채권단의 지나친 폭행을 가족이 감수해야하
역경에 처하게 것이다.
내가 써보지도 못한 경제적 손실은 나의 영육
송두리째 잃은 꼴이 되어 버렸다. 결과적으
집을 포함한 나의 소유로 모든 물건은
두가 압류되었고 몸만 겨우 지하 칸으로
이사를 했다.
직장은 바로 사표를 제출하여 정리했다.
이상 비참한 모습을 동료들에게 보이기가 싫었
다. 빈털터리가 바에는 모든 것을 신속하게
깔끔하게 처리해야 한다.
‘자-이렇게 되었으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까?’
하늘을 보고 한숨만 뿐이다.
그런데 설상가상 그해 여름에 장맛비가 억수
내려 지하방에 물이 천장까지 채워주니
다시 완전한 거지꼴이 되었다. 남은 것은 입고
있는 옷뿐이다.
인생의 항로가 이렇게도 변할 수가 있단
말인가. 불과 6개월여 만에 삶의 형상이 급변한
것이다. 뒤돌아볼 시간조차 없었다. 마치 다른
행복한 집시(Gypsy) 행렬
M U N H A K V A T A N G
2017 April 131
2017 April 131
생명체로 새로 태어난 꼴이 되었다.
그것이 바로 무소유였을까? 아무것도 가진
없었다. 예기치 못한 나의 급변한 사태는
이상 해결의 퇴로가 없었다. 구청에서 마련해
임시 거소가 인근 학교 강당이다. 그곳에서
주는 밥을 먹고 침구를 사용하며 15일을 보내니
재해 난민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바로 아무것도 없는 난민이었다.
천정까지 가득한 물이 빠지고 보니 방에는 오
만 잡동 쓰레기만 가득하고 십년 묵은 하수구의
냄새보다 지독한 악취가 코를 찌른다. 정리
한다고 치워보니 어느 것도 사용할 없을
아니라 산더미처럼 가득한 쓰레기가 골목에
산을 이루었다.
강당에 누워 천정만 바라볼 뿐 아무런 대책도
없다. 지나온 나의 삶은 무엇이었던가? 내가
기적인 삶을 것도 아니고 남에게 피해를
것도 아닌데 하나님이 있다면 무엇인가 나에게
가르침을 주기 위한 시련이 아닌가 하는 만감이
교차해 머리가 복잡해졌다.
살고 싶다면 무엇을 해야 것인가. 삶을
기할 수도 없는 상황인데 가장인 나는 어떤
안이나 용기나 희망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해 겨울 대전에 일이 있었다. 터미널
처에서 1톤 트럭에 마른 오징어를 가득 싣고
있는 20년 전의 제자를 만났다. 우연이지만
이렇게 만날 수가 있을까 하고 다가가서 이것저
것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의 현재 처지를 말하니
자신 있으면 오징어장사를 같이 해보자는 것이
다. 고마운 말이다. 현재 내 처지에 무엇을 가릴
것인가. 방에 알거지 꼴이 되었으니 정신이
돌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그래도 고등학생시절
에 고학하던 기질이 잠재된 탓인지 내 마음에서
거부감 같은 자존심은 애당초 밑가지를 버렸다.
서울에 와서 1톤 화물차를 준비해서 속리산의
숙소를 찾아가니 5명이 조가 된 오징어 군단
구성했다.
마산 건어물상회에서 마른 오징어를 트럭에
가득 싣고 구미공단에서 첫 장사를 시작했다.
자가 만들어준 오징어 멘트를 스피커로 외치니
아파트 주민들이 오징어를 사러 몰려 나왔다.
오징어에 대한 상식이 전무하여 손님이 묻는
말에 대답조차 못했다. 그래도 오는 손님을
그대로 보내지는 아니하며 값을 받았는지는
몰라도 장사는 열심히 해냈다.
첫날 매출은 60만원. 장사에 60만원의
출은 나에게는 성과였다. 이것은 나의 상술
아니고 시절 오징어가 팔리는 때이고
경제적으로 씀씀이가 좋은 시절 덕분이었지만
나에게는 힘이 되는 기회라 생각하며 제자의 인
정에 다시 한 삶의 의미를 실감하였다.
매일같이 우리 5명의 군단은 제자의 계획대로
단체 이동을 하여 청주, 상주, 문경, 괴산, 대전,
영동, 예천 그리고 구미까지도 이동을 하며
품목인 마른 오징어만을 팔았다. 아침 일찍
속리산에서 출발하면 지정 장소를 지정받아
정 시간대를 이용하여 판매하고 늦은 시간에 한
장소로 모여 귀가를 한다. 이동할 때는 사람
이라도 낙오자가 생기면 이동 시간에 차질이 발
생하니 앞뒤의 차간거리를 조절해서 단체 이동
해야 한다. 이런 모습을 앞뒤로 보니 군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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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군용차량의 부대 이동 모습이 연상되기도 하
였다.
매일같이 장소를 바꾸는 것은 지역 장날을 택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시골 장날은 2·7장,
3·8장, 4·9장 이렇게 날짜가 고정되어 그날은
어김없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다행히
드폰이 있어서 서로 떨어져 있어도 수시로 연락
하며 여러 가지 정보를 교환하며 군단의 단합을
과시하기도 한다.
모든 것이 열악한 상황이지만 열심히 최대한
노력만이 그들과의 공동생활의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작으나마 매일 매출 수익금이
루의 피로를 덜어준다. 작지만 은행 통장에
적되는 금액은 잠시라도 나를 위안시켜주며
가치를 재음미하게 한다.
일 년을 하고 보니 장날에 만나는 지역주민들
정감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오징어 값을
흥정도 하고 세상사는 뒷이야기도 나눈다. 인생
공부를 다시 하는 사회일년생 같은 마음이 삶에
의욕을 주고 있다. 장사도 인정을 쌓아야만
출도 비례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장날이 아닌 날은 시가지 적당한 곳에서 오징
장사를 하기도 한다. 행여 아는 사람을 만나
면 어떻게 할까 하는 걱정도 아니 할 수가 없다.
천호동 거리의 한 모퉁이에서 오징어를 팔고 있
는데 지난해 같은 직장에서 같이 근무했던 나이
아래인 직장동료를 만날 뻔했다. 다행히
다른 곳을 보면서 나를 알아보지 못한 것같
지나쳤지만 실제로 것인지는 봤어도
부러 아는 체하지 않은 것인지, 어찌됐든 다행
이다 하고 순간을 모면한 셈이다. 아직은 작은
자존심 같은 것이 남아 있는지 궁색한 자신
비굴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지나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서 나름대로
단하기도 한다. 오징어를 좋아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자기는 안 좋아해도 가족을 위하여 맛있
울릉도 오징어를 사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선물처럼 것인가? 이런 생각도 해보지만
는 직장생활 할 때 선물 같은 것을 사본 일이 없
어서 내 자신이 미안하고 무정한 감정의 소유자
임을 재발견하며 후회도 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생각
하면 내가 겪는 시련도 우연한 기회는 아닌
하다. 시련은 나를 새로운 환경에서 인생을
배워 작은 삶이라도 사회에서 쓰임 받을
있도록 재출발의 기회가 것인지도 모른다.
2.
오징어장사를 5명이 군단을 이루어 매일
일정으로 판매하다보니 매출이 떨어지기
작됐다. 우리 일행은 하는 없이 각자 장사를
하게 했다. 이러던 차에 지역 행사장으로
매출이 늘어날 같아서 나는 혼자서 물어
물어 행사장을 찾아 나섰다. 이른 봄이라 옥천
군의 묘목축제를 알게 되어 장사를 하려하니
이곳에 몰려온 장사꾼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징어는 팔리지 아니하여 허탕치다시피 하고
돌아오기도 했다.
다시 찾아 나선 것이 진해의 벚꽃축제다.
뜨내기로 찾아간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장사
꾼들과 친교를 시작했다. 우선은 장사꾼들과 교
분을 가져야 앞으로 정보를 받을 있으며
로가 의지하고 상행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
하고 구경하는 셈 치고 벚꽃 축제장의 분위기를
파악하기로 했다.
축제 진행하는 공무원들이 강력하게 상행위
를 단속하여 못하는 사람도 있고 싸워가며 억지
장사를 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경찰
단속에 교통 방해라 하여 벌금 딱지를 받기
하고 장사차량을 견인당하는 경우도 있다.
축제가 진행되니 전국에서 구경 온 사람들이 진
시내를 메워 장사를 눈치껏 하는 사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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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축제장이니 먹거리가 주를 이룬다. 우동
에서 간단한 음료수와 술판이다. 닭꼬치 구이는
어린이들이 좋아하고 어른들은 술을 선호하는
편이다. 나는 오징어를 팔려고 갔으나 팔지
하고 장사선배의 충고로 커피장사를 하기로
일회용 커피를 팔기 시작했다. 종이컵
무조건 천원이다. 꿀차는 이천원이다. 행사
장이라 지나가면서 쉽게 마실 있는 것이
료수와 커피뿐이라 하루 종일 팔아보니 30만 원
팔았다. 원가는 십분의 정도니 이것이
짤하여 오징어장사를 치우고 막커피장사를
기로 했다. 큰돈은 아니지만 먹고 자는 경비는
충당할 수 있다.
드디어 주방기구를 갖추고 어린이날 나주
앙공원에서 처음으로 먹거리장사를 시작했다.
내 옆에는 20년의 장사 노하우를 가진 선배장사
꾼이 동행해주어 다행이라 생각하고 장사를
는데 양념과 소스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지를 아
니해서 어찌할 모르고 당황할 수밖에. 그렇
다고 먼 산을 보고 있을 수는 없어서 여러 번 시
행착오를 거치며 초년생 양념과 소스를 만들어
장사를 했다.
경상도 지방에서 행사는 군민축제가 제일
행사다. 경상도는 포항시를 포함해서 10개의 시
군위군을 합하여 13개의 군이 있다. 군민
제장을 찾아서 삼삼오오 대열로 이동하여 행사
장에서 장사를 하려는 것은 행사에 참석하는 군
민의 수가 많은 것도 하나의 조건이다.
어느 곳에서나 노점상 단속은 심하다. 다른
사람들은 사정도 하고 싸우며 먹고 살도록 봐달
라고 애원도 하며 단속원들과 실랑이가 진풍경
이룬다. 나는 싸우지 않고 단속 반장을 보자
해서 대화를 유도한다.
“반장님 하나 물어 봅시다. 예천군의 재정자
립도가 몇 %나 됩니까?”
“그것은 물으시나요? 글쎄요 아마 50%나
겁니다.”
“그러면 나머지 50%는 어떻게 충당하나요?”
사실 그렇다. 노점상을 하는 주제에 지방재정
자립도는 무슨 관계가 있겠는가 말이지만 엉뚱
질문을 한 것은 다른 저의가 있는 것이다.
“잘은 몰라도 중앙에서 지원해 줄 겁니다.”
“그래요? 그렇다면 중앙에서 지원해주는
중에는 내가 세금이 포함되어 있지요. 내가
세금을 내려면 여기서 장사를 해야 합니다.
러니 장사를 못 하게는 말아 주세요.”
이것은 억지를 부리는 내용이다. 이런 말을
들은 단속 공무원들은 바로 단속을 못하고 잠시
후에 장사를 하라 하고 다른 지역으로 간다.
것은 나의 괴변이다. 어떡해서든 노점을 하려는
얄팍한 술책이다. 이런 방법을 사용해 보니
곳마다 싸우지 않고 조용하게 장사를
있다.
혼자서 음식 만드랴 손님 받으랴 하면 정신을
차릴 정도다. 그래서 음식값을 받는 경우
도 있다. 그냥 슬쩍 가는 사람도 있는데 사실 그
것은 받을 행동이다. 그것은 엄연하게 무전
취식이다.
행사가 경우에는 현지에서 알바를 쓴다.
물론 시간당 얼마를 지불하지만 이익금에 큰 도
움이 안 된다.
서울에서 목포까지 밤에 운전을 하고 달려간
다. 다음날 행사를 보려고 무리하게 달려가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장거리를 운전하고
언제나 국도를 이용한다. 이유는 가지다.
하나는 고속도로 통행료가 부담이 된다.
리고 다음은 가다보면 소재지나 소재지
를 지나는 경우도 있는데 가다보면 현수막을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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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데 거기에는 지역의 여러 가지 행사
가 들어 있다. 그것은 나의 귀중한 자료가 된다.
이렇게 얻은 자료를 내 노트에 기록하여 정리해
보면 아주 중요한 정보로 사용할 있다. 정보
평범한 곳에 있으며 정보를 얻은 자만이
큰 수확을 얻을 수 있다. 이 정보를 잘 정리하여
행사장에 가면 혼자서 장사를 하게 되니
나에게는 유효적절한 자료이며 성공사례가
있어서 다음 해에도 활용할 수 있다.
겨울에는 태백산 눈꽃축제에서 먹거리 장사
를 하려고 눈 덮인 강원도 산길을 아슬아슬하게
기어가듯 간다. 1톤 트럭에 식당장비를 가득
고 산길을 달려가야만 한다. 교통사고는 나에게
패망의 결론이다. 사고는 미연에 예방해야
한다. 운전 실력을 과신하면 실수가 뒤따른다.
강원도 산길은 순간순간 아찔하다. 나는 출발
직전에 기도를 한다.
“주여 하나님 아버지 제가 무사히 목적지까지
가도록 도와주소서. 오늘도 장사를 하려고
길을 가야 합니다. 주여 보살펴 주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기도를 하고 출발을 하면 하나님이 도와주시
리라는 믿음이 생겨 편안한 마음으로 운전을 하
된다. 나는 욕심을 부리며 사는 나약한 신자
인지도 모른다.
태백산 눈꽃축제는 완전히 눈과의 전쟁이다.
눈이 무릎까지 내려 천막을 털어가며 우동
끓여 손님 앞에 내놓으면 얼마되지 않아
시작한다. 그냥 서서 바로 훌훌 먹어야지
니면 얼음국수로 변한다. 등산객들은 그래도 태
백산 얼음국수를 먹어야 태백산 눈꽃축제를
가는 기분이라며 마다않고 너나 없이
다들 먹는다. 얼마나 추운지 막걸리병이
어서 터지고 맥주병이 꽁꽁 얼어서 술병 관리를
잘해야 한다.
오후 5시만 되면 어둠이 깔리고 기온이 급강
하해서 마무리 정리를 서둘러야 한다. 그리고
시내 여인숙에 잠자리를 잡아 꽁꽁 얼은 몸을
따뜻한 온돌방에서 자고나면 피로가 완전히
려서 다시 일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이렇게
힘든 장사를 하면 하루 매출이 50여만 원이
다. 다음날 아침 우체국에 가서 통장에 입금하
면 그 기분이 노점상의 행복찾기 삶의 실체라고
수 있다.
내가 이동 포장마차를 하게 동기는
연한 사건 때문이었다.
사월 초파일(4월 8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라
해서 절이 있는 지역을 검색하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을 택하여 그날의 대박을 예측하
기도 한다. 나는 노점상 초년생이라 선배님들의
정보를 받고 인천 약사사로 목표를 잡고 찾아
가서 장사준비를 혼자서 분주하게 하고 있는데
젊은이가 다가오면서 나를 부른다.
“외숙 아니세요?”
아니 누가 나보고 외숙이라고 부를 사람이 여
기에 있을까? 전연 생각도 못한 일이다. 깜짝
라서 다가온 젊은 사람을 보니 젊은 사람이
니고 50대 후반 중늙은이가 아닌가. 사람이
아는 체하며 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닌데 하며
보니, 큰 누님의 막내아들이다.
‘아이고- 어찌하나’ 피할 방법도 변명할 여지
없이 잡힌 꼴이다. 나의 누님과 매부
나를 무척 사랑해주셨기 때문에 생질들도
나를 좋아했고 같이 나이 먹어가는 처지라
욱 친숙한 편이므로 나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지만 내가 한방에 거지꼴이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그냥 중앙부처에서 잘나가는 모범공무
원으로 생기발랄한 모습으로 열심히 살고 있는
줄로만 알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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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짓말 아닌 거짓말로, 아는 분이 하는
장사인데 그분이 사정이 생겨 내가 대신해주는
것이라고 말은 하지만 말을 누가 믿을까
면서도 핑계로 얼버무려 것이다.
인생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나의 현재 처지를
없고 믿지도 못할 일이다. 나의 친족뿐 아니
자식들도 알지 못했다. 사건을 계기로
동 포장마차는 다른 사람의 손에 넘기고 일거리
없는 백수건달 신세가 되었다.
그러나 돈을 벌어야 하는 처지이니 무엇이라
도 해야만 한다.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지하철
택배다. 그러나 사업주를 만나야 돈벌이가
되지 아니면 이용만 당하고 소득도 없게 된다.
더 쉬운 것처럼 보이는 것이 또 있다. 지하철 안
에서 광고지 붙이는 아르바이트다. 이것은 새벽
첫차를 타면서 시작이 되는데 나는 3일 간은
장도 못 붙이고 앞뒤로 이동하다가 내리기를 수
차례나 했다. 막상 쉽게 할 것 같지만 마음의 결
심이 자신을 이기지 못하고 물러서기도 한다.
그러나 한번만 하면 모두가 나의 고객이니 홍보
를 열심히 하여 나의 고객으로 만들어야지 하는
자신감을 가지면 즐겁게 진행된다. 그것 역시
쉬운 것은 아니다. 지하철 직원에게 발견되면
벌금형이다.
김밥집 설거지도 해보았다. 이것은 노동의 대
가를 심하게 치른다. 그래도 수입은 짭짤하다.
식사는 해결되면서 식사시간에만 바쁘고 나머
시간은 여유가 있다.
어떤 일이든지 동전의 양면처럼 상대적이다.
차라리 건물 경비직을 희망하고 직업소개소를
가보면 소개비를 선불요청하기도 하고 후불은
고액으로 요구하여 갈등이 생긴다. 아파트경비
를 해본 사람들은 일하면서 생긴 희로애락에 대
이야기를 쉽게 설명하기도 한다. 경비직을
하는 사람들은 산전수전 다 겪은 경험자들이다.
그래서 인생 이모작으로 하는 일은 이해하고 참
견디며 열심히 한다.
혹시 방송국 방청객으로 출연해서 박수치는
알바를 아시나요? TV화면에는 그림자도
오면서 시간은 3시간 이상 대기하고 마치면 1만
미만의 알바수당을 받는다. 보기에는 화려
하고 마치 출연자 같은 기분이지만 역시 혹독한
그림의 떡이다.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라도 해보려고 사방
팔방을 찾아 해보면 일은 힘들고 보수는 작지만
빈손은 아니다. 갑과 을의 관계에서 을의 신분
언제나 약자로 행동해야 하고 불평 같은
사표현은 접어두어야 한다. 만일 불평 같은
념을 하려면 처음부터 그런 알바는 참여를 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저런 가리지 아니하고 주야로
심히 먹는 것을 줄여가며 교통비도 아끼고 아껴
한푼 두푼 모아 적금도 들고 예금도 가입해
목돈을 만들어, 욕심을 부려 펀드에 가입하
조금만이라도 불려보려는 욕심이 원금마저
사기당하고 땅을 치며 통곡 아닌 통곡을 하는
신형 사기집단의 피해자의 비애는 가난한 사람
들의 선량한 마음에 송곳질을 한다.
법도 멀어진 현실이다. 이것이 한국의 신종
사업인 것같이 활개를 치고 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쌀값이라도 벌어보려
일자리를 찾아보면 상상하기 어려운 사연들
가슴 아프게 한다.
나는 20여 전에 커다란 시련을 겪고
없이 열심히 살아왔다. 이제는 욕심 없이
현실에 순응하며 그동안 노력해서 얻어진 돈을
잘 사용하고 관리하여 노후의 삶의 질을 고귀하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리라 생각한다.
M U N H A K V A T A N GM U N H A K V A T A N G
당선소감
녹슨 펜을 닦고 먹물을 다시 채워
흐르는 강물에 무심코 떠밀려 굽이굽이 열두 굽이를 돌고 돌아서 바다로 가기만 하는 인생살이. 거센
결에 역류도 못하면서 헛손질만 하다가 겨우 늘어진 능수버들 가지에 손을 걸고 잠시 숨고르기를 합니다.
가슴 깊은 곳에서 핏덩이 같은 울분과 분노가 솟아올라도 ‘인내하라’고 하는 아버지의 묵시적 교훈으로
오늘까지 버티고 견뎌왔습니다.
눈 덮인 산 고개를 서커스 소년처럼 마술을 부리듯 찾아간 곳이 태백산 눈 축제에 하나의 희망과 기대
안고 빈 자루 채울 욕심으로 자존심과 자괴감을 발밑에 두고 다녔습니다.
지금은 가지만 남은 노송이지만 봄이면 넝쿨장미도 둘둘 감기고 갖가지 나비도 쉬어가는 편한 쉼터가
듯하여 마음 행복합니다.
등단이라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녹슨 펜을 닦고 먹물을 다시 채워 열심히 절차탁마하겠습니다.
선배님들의 고견을 거울삼아 흐르는 물에 꽃잎을 띄우는 마음으로 열심히 동행하겠습니다.
심사평
역경을 이겨낸 삶 모든 이들에게 희망의 불씨 되길…
이달의 신인문학상 수필 부문에 구연민 선생의 행복한 집시 행렬」선정했다.
팔십을 넘긴 구연민 선생의 글을 읽으며 인생 불굴의 정신에 대한 경외심을 느낀다. 조그마한 일에도
상처 받고 쉽게 좌절하는 오늘의 우리를 반성하게 한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여러 일을 하며 꿋꿋한 정신
보여주신 구연민 선생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본보기가 되어주기에 충분하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는 옛말이 있다. 크게 전복된 자신의 인생 앞에 주저앉
지 않고 헤쳐 올 수 있었던 것은 강인한 정신력과 건강한 신체, 무엇보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이었을 것이
다. 항상 미소를 머금고 자신이 필요한 곳에서 봉사를 아끼지 않는 구연민 선생은 자신에게 닥친 시련마
저도 지금은 오히려 감사하며 사신다고 한다.
이번 등단이 구 선생의 삶에 행복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경험과 체험에서 우러난 생생한 글을 많이
쓰시기 바란다. 등단을 축하드리며 건강과 문운을 기원한다.
- 민용태·곽혜란